팀라이트 매거진
요즘 웹소설을 쓰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컴퓨터의 하얀 백지 위에 글자 하나하나가 생겨날 때면 마치 자음과 모음으로 된 블록 놀이를 하는 기분이 든다. 블록 쌓기나 퍼즐 맞추기, 도미노 같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놀이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언어로 갖고 노는 글쓰기는 좀 더 고급 기술을 요하지만, 그만큼 특별하다. 자기의 언어로 표현할 때 그 사람만의 독특한 개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각자의 어휘력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걸 보고도 다른 표현이 나오는 것은 매우 재미있는 현상이다.
이것 때문에 소통이 막히기도 하고, 보통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정신세계에서 사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건 다 언어를 쓰는 방식이 달라서이다.
인간은 언어를 쓰는 것뿐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걸 알 수 있다.
이 방식이 굳어지고 반복되면 언어 습관이 된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자기만의 문체가 있는데, 그건 처음부터 생겨나는 건 아니다. 무수한 습작으로 만들어진다.
나는 그 습작을 언어유희라고 부른다.
그저 자음과 모음의 조합, 글자의 나열이 아니라 재미있게 갖고 노는 거다. 습관처럼 쓰는 단어나 문장이 아닌 다른 단어를 찾아서 대체해 보거나 문장에서 주어와 서술어, 목적어 등의 순서를 바꿔본다든가 하는 게, 그 어떤 놀이보다 재밌다.
가끔 그런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사과'는 왜 '사과'라고만 불러야 할까. '과사'라고 부르면 안 될까.
사람 간의 약속인 건 알지만, 세상의 모든 게 진화하는데 언어는 왜 고정적이어야 할까.
이모티콘을 넣은 인터넷 소설로 세종대왕을 모독이라도 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던 시대도 있지 않았던가.
그리고 지금은 웹소설로 발전되어 시장성이 입증되었다.
최근엔 숏폼이 대세가 되더니 채팅 소설이 나온 걸 보고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했다.
격변하는 시대에 앞으로 어떤 장르와 글이 세상에 나올지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사과'를 '사과'로만 표현하는 일차원적인 방식 말고, 사과라는 개념조차 없는 나라와 종족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어떻게 표현할지 상상해 보면 재밌는 발상이 많이 나올 것이다.
세상은 '만약에~'라는 상상을 통해 발전해 왔다. 그리고 그걸 직접 실현해 낸 사람들이 그 시대의 리더가 되었다.
지지부진한 글에 파묻혀 발전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언어유희를 해보자.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바꿔보는 것이다. 내가 아닌 타인의 시점으로 써봐도 느낌이 확연히 다른 걸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은 재밌는 유희이다. 내가 주인공은 아니지만, 인물 속에 작가의 관점이나 감정이 담기게 마련이니까.
또한, 소설 안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 때 지친 심신이 해소되는 걸 느낀다. 이것 때문에 많은 사람이 소설을 읽는 게 아닌가 싶다.
언어의 유희는 인간에게만 주어진 고급 놀이이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또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 언어가 최적의 놀잇감인 셈이다.
나는 어떻게 언어를 갖고 노는가.
나의 놀이에 독자들도 함께 즐길 수 있다면 그것만큼 신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글쓰기로 우주 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언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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