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인지 프로야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사람도 이 프로그램을 보고 팬이 되었다는 리뷰를 많이 보았다.
OB 베어스 시절부터 두산 베어스가 될 때까지 유일하게 한 팀만 좋아하는 나도 프로야구는 즐겨보질 않았는데, 최강야구 덕분에 다시 프로야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최강야구가 4, 50대에게 동기부여를 많이 준다고 한다. 공감한다.
이젠 은퇴, 또는 방출, 아직 프로구단에 입단하지 못한 독립구단이나 대학 야구선수들이 모인 아마추어 구단이기 때문이다.
예능으로 시작했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다큐가 되어버리는 모습에 진한 감동을 느끼는 게 시청 포인트이다.
시청 포인트, 하나. 성장 드라마입니다
한때는 프로구단에서 레전드라고 불리던 선수들이 이젠 나이가 들어서, 부상으로, 입스 때문에 각자의 사정을 갖고 더 이상 선수로 뛸 수 없게 되었을 때의 좌절과 고통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영건이라 불리는 젊은 선수들이 중간에 프로구단에 입단하게 되었을 때 제작진이나 은퇴한 선수들이 함께 눈물을 흘리는 이유도 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만큼 프로구단에 들어가는 것도 어렵지만, 프로구단에서 10년 이상뛴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은퇴했을 때의 마음이 어떨지 가늠할 수 있다.
나이 서른이 넘고 마흔이 되도록 운동만 하던 사람들이 은퇴 후 사회생활을 처음하게 되었을 때 막막한 심정은 선수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영건들이 프로구단에 입단하는 걸 누구보다 응원하고, 은퇴한 선수들에게는 그동안의 노고와 아직도 할 수 있다는 위로와 용기의 박수를 보낸다. 그건 곧 우리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용기의 박수이기도 하다.
도시어부에서 장시원 피디와 야구 이야기를 하다가 이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하게 되었다는 심수창이나 모두가 입스 극복을 응원하는 이홍구.
이 두 사람은 최강야구라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 맞아떨어진다.
심수창은 야구계 핵인싸로 출연자들을 섭외하는 데 일등공신이다. 야구선수로서는 18연패라는 충격적인 성적이 이젠 시그니처가 되어 심수창이라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최강야구는 캐릭터 열전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이홍구 포수의 입스가 시청자의 많은 응원을 받는 이유가 누구나 슬럼프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즌 2를 시작하면서 스토브리그 때 장 피디가 이홍구에게 합류를 결정하며 한 이야기가 있다. 입스를 극복하는 과정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제2대 감독 김성근의 한마디에 쉬는 동안 20kg가량 다이어트한 그의 절실함은 이미 많은 시청자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그런 근성이라면 입스 탈출에 희망적이라는 평가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최강야구는 리얼 다큐 예능을 표방한 성장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시청 포인트, 둘. 야구선수가 이렇게 웃겨도 돼?
경기장에서 진지하게 운동하는 선수들만 보던 사람도 이렇게 웃긴 사람들이었나 싶어 놀랐을 것이다.
개그맨보다 더 웃긴 야구선수라니. 얼마나 인간적이고 매력 넘치는지.
덕아웃 트리오. 심수창, 장원삼, 송승준
어깨 부상으로 은퇴한 투수진들은 경기를 나가기보다 덕아웃에서 만담을 담당하며 리얼 웃음을 선사한다. 또는, 바나나를 먹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장원삼과 송승준이 경상도 사투리로 주고받는 대화나 심수창의 뻘소리가 웬만한 개그보다 재밌다.
최강야구를 보다가 놀란 건 야구선수들의 입담이었다. 일부러 꾸미거나 말을 잘하려고 노력해서 아닌 평상시 모습이라 더욱 유쾌하다. 다들 심수창과 친해서 어색함 없이 어우러지는 것도 한 몫 했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섭외 일등 공신이라 심수창이 경기 실적이 좋지 않아도 하차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능과 다큐 사이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사람이 심수창이기 때문이다.
시즌 2에서는 심수창이 합류할 것인지 오늘 방송되기 때문에 미지수이긴 하지만, 그가 사라진 최강야구는 의미가 없게 느껴질 정도로 심수창이란 캐릭터가 주는 힘은 강하다. 시즌 1에서도 실제 심수창이 선발로 뛸 때 시청률이 높다고 한다.
떠난 중 정근우를 따라 다니는 절, 김성근 감독
시즌 1 이승엽 감독이 두산 베어스 감독으로 이적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 그 뒤를 이은 감독이 무려 야신 김성근 감독이다. 여기서부터 최강야구는 다큐의 색이 더욱 짙어졌는데, 뜻밖에 선수들과 감독의 갭이 커지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선수들이 경기 중 승부욕이 발동해 다큐가 된다고 해도 예능의 색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런데 김성근 감독의 등장은 강동원, 이정재에 이어 3대 등장씬 중 하나가 될 정도다. 펑고로도 유명한 김성근 감독이기에 선수들은 이제 정말 다큐라고 말할 만큼 현역시절에도 두려워하면서도 존경하던 엄청난 존재였다.
여든이 넘은 연세에도 건재한 김성근 감독과 나이 든 선수들의 캐미가 생각보다 너무 재밌어서 시즌 2에서는 이들의 관계성이 좀 더 조명되지 않을까 한다.
이젠 현역에서 물러나 마흔 전후인 선수들이 김성근 감독 앞에서 쩔쩔매며 운동에 임하는 모습이 웃음 포인트. 이러다 취업야구라는 명성답게 은퇴선수들까지 현역복귀 프로그램이 되는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정용검 캐스터와 김선우 해설위원
최강야구 중계를 맡고 있는 두 사람의 캐미가 너무 훌륭하다.
김선우의 재발견이란 소리가 나올 만큼 전 메이저 리그 투수였던 김선우의 활약이 돋보인다. 김선우가 이렇게 웃긴 사람이었다니.
정용검 캐스터는 물론이고 이승엽 감독과의 티키타카도 웃기고, 선수들뿐 아니라 상대편 감독들을 쥐락펴락하는 말솜씨가 배꼽 잡게 만든다.
정용검 캐스터의 목소리는 가끔 들어서 익숙한데, 얼굴을 자세히 본 건 처음인 듯.
아나운서라 귀에 쏙쏙 박히는 딕션이 일품이라 경기의 결정적인 부분에서 흥분한 목소리가 감정이입 제대로 하게 만든다.
최강야구가 한 시즌에 30경기 중 7할을 넘지 못하면 폐지 된다는 강수를 두었기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이기도 했다. 그 옆에서 자긴 소속사가 있어서 안정적이라며 능글거리던 김선우 해설위원 때문에 더 웃었다. 결국 정 캐스터도 소속사가 생겼다는 소식에 내가 다 안도했던 기억이 난다.
두 사람의 관전 포인트는 중계진이라 객관성을 유지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는 것에 있다. 선수들에게 너무 감정이입해 있다가 아차 싶어 제정신으로 돌아오거나 김선우의 농담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는 게 즐겁다. 가끔 제 본분을 잊고 투수 코치도 했다가 선수로도 나갔다가 인터뷰도 했다가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아마 이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최강야구의 묘미를 맛깔나게 살리기 어려웠을 것 같다.
시청 포인트, 셋. 취업야구
시즌 2에서는 선수진 보강으로 트라이아웃을 진행했는데 지원자만 207명, 현장 심사만 104명이었다.
시즌 1 때 한경빈(한화 이글스), 윤준호(두산 베어스), 류현인(KT 위즈), 박찬희(NC 다이노스), 이승엽과 정수성(두산 베어스 감독과 코치)이 프로구단으로 드래프트 또는 스카우트 되어 취업야구라는 명성(?)이 생겼다. 영건 중에 독립구단 소속 최수현 선수가 남아 있다.
트라이아웃에 지원자가 많았던 걸 보면 프로구단에 뜻 있는 선수들이 취업도 성공하고 인기도 끌기 위한 곳으로 선택한 게 아닌가 한다.
오늘 방송에서 발표될 최종 합격자가 이미 스포된 상황이라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된다. 개막식 경기 예고를 봤는데 예능인지 한국시리즈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영건들 외에 이번에 프로구단에 트레이드된 고교 야수선수들도 직관 경기 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기에 방송의 위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고교야구나 대학야구, 독립구단, 트레이드 현장 등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야구의 이면을 소개해준 게 최강야구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최강야구를 통해 프로야구에 관심을 가진 분도 많이 생겼기 때문에 시즌 2를 통해 야구 붐이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