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자 이조영 May 13. 2023

나의 경매일지

경매 공부의 시작 1


1. 경매 공부를 시작하다


지난달에 웹소설 작업을 마치고 몸이 너무 힘들었다. 잠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곤 종일 꼼짝없이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쓴다는 게 체력이 보통 많이 드는 게 아니다.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이제 그만 해야 할 때가 왔나 싶을 정도로 심각하게 아팠다. 글 쓰다가 건강이 최악이었을 때가 떠올라 마음이 안 좋았다.      


작업이 끝나자마자 친정 부모님 생신으로 대구에 다녀온 게 4월 말. 다녀와서도 컨디션이 돌아오지 않아 고역이었다. 당분간 글과 거리를 두는 게 좋은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나 가만히 쉬고만 있을 내가 아니다. 웹소설을 안 쓰면 수입이 끊기므로 다른 일을 찾아봐야 했다. 이러다 또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라 소설을 쓰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번엔 정말 결심을 하고 다른 일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나의 평생 목표 중 하나가 경매 공부와 북카페를 하는 것이었다.


우리 부부는 평생 프리랜서로만 살아서 안정적인 직장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이제 노후도 생각해야 할 때라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저런 궁리 끝에 내일배움카드로 제과제빵 학원에 등록했다. 6월이면 학원에 다닐 예정이다. 중년여성들은 주로 한식 자격증을 많이 따는데, 취업이 쉽기 때문이다. 제과제빵은 너무 힘들고 취업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고민했지만, 자격증 취득 후 커피 바리스타도 같이 딸 예정이라 일단 부딪쳐 보기로 했다.


닥쳐 보지 않고 미리 걱정하는 건 소용없다. 게다가 북카페의 꿈이 있어서인지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원래 목표대로 가보기로 했다.     

 

공부하는 김에 경매 공부도 같이 하기로 했다. 몇 년 전부터 남편에게 해보라고 권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원래 그림은 남편은 경매를 하고, 나는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자격증 따고 중개 일을 한다는 게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내 일도 해야 하는데 시간 면에서도 효율적이지 않아 보였다. 그럴 바엔 경매를 배워서 실전을 빨리 익히는 게 더 나았다.  

    

임장은 귀찮고 명도는 두려워 경매를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잘 몰라서 저지른 실수 하나로 손해를 보기도 한다. 요즘처럼 고금리 시대에는 더 어렵게 느껴진다. 현실적으로 봐도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경매시장에 뛰어든다는 게 무모해 보인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좋은 매물이 저가에 쏟아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 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 남편한테 미루지 말고 나부터 하자는 생각에 과감히 도전했다.      


이번 주부터 유튜브를 보면서 경매시장 분위기를 읽었다. 내게는 생소한 분야여서 많은 정보를 얻어야만 했다. 유튜브를 계속 보다 보니 어느 정도 흐름이 읽힌다. 경매 학원도 너무 많고 정보도 많지만 입증된 곳을 찾아야 했다. 3, 4일 정도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정보를 찾다가, 체계적으로 잘 되어 있는 유명한 곳을 알게 되었다.


카페에 들어가 회원들 글을 읽는 것부터 시작했다. 커리큘럼을 봐도 뭐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생초보이기에 가장 확실한 건 실전경험담이었다.      


두루뭉수리하지 않고 체계적이고 세부적으로 나눠 놓은 커리큘럼을 보자마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초급, 중급, 고급이면 심플하고 좋을 것 같은데 그 외에 분야별로 나눠 놓으니 이걸 다 공부해야 한단 생각에 지레 머리가 아픈 거다.


그런데 며칠 경매시장 흐름과 정보를 캐보니 세부적으로 만들어 놓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초보 딱지 떼고 나면 아무래도 더 선호하는 분야를 알게 되는데 그때는 그 분야를 더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으니 좋다.


부동산의 전체 흐름도 중요하지만, 공부만 너무 하기보단 실전이 더 중요하다는 말에 공감했다. 어느 분야든 실제 경험하는 게 가장 빠르게 공부하는 방법이다.   



2. 경매 고수들의 공통점    

  

수강 신청은 다음 주부터 할 예정이다. 코로나 여파인 건지 온라인 수강 밖에는 없고 스터디만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데 담당 선생과 함께 하는 스터디가 있어서 함께 임장을 갈 수 있는 게 큰 매리트였다. 물론, 수강생들 전부 해당되는 건 아니다. 뽑혀야 한다. 그만큼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작년에 심리코칭을 함께 공부하던 수강생들에게 한 말이 있다. 사람 마음을 공부하고 코칭하는 건 오래 했으니 이제부턴 실제로 돈 공부를 해서 코칭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로만 약속한 게 아닌 실제로 도전하고 이뤄내는 과정과 그 결과로 보여주기 위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  

    

일주일가량 쭉 분위기를 훑어보니 어떤 분야든 원리는 같다는 걸 발견했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도전하지 않는 사람은 뭘 해도 같은 결과를 낳는다.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본인은 목표가 분명한데 잘 안 된다고 하지만, 코칭하다 보면 '하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안 하겠다는 목표'가 내면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본인도 스스로 속는 목표가 너무 많았다. 

목표가 확실하다면 어떤 방해물이 있어도, 그 방해물을 제거하면서 하게 되어 있다. 


확실한 목표가 있어서 그 과정을 견뎌내는 사람은 작은 결과 하나라도 만들어낸다. 생산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경매로 성공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가 있다.      

“부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은 경매 하지 마세요.”  

부정적인 생각으로 하면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비단 경매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심리코칭을 하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부정적인 사람은 실천력이 떨어진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먼저 찾고 자기합리화에 능숙하다.


경매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굉장히 부지런하다는 것이다. 직장 다니는 사람들도 새벽에 일어나 그날 봐야 할 물건들을 조사하고 틈만 나면 임장 가고 철저히 권리분석과 시세 조사를 한다. 월차 때 법원 경매에 참석해 현장 분위기를 익히고 입찰도 해보는 등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한다.

어떤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결국 경매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이 성공한다.    

  

일주일가량 분위기만 읽어도 이런 신세계가 다 있나 싶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왜 진작 공부 안 했을까 후회스러울 정도다.

유튜브든 블로그든 성공 사례담만 봐서 엄청 꿀 빠는 일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다들 알 것이다. 경매는 리스크를 얼마나 줄이느냐의 싸움이고, 협상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걸 누가 빠르게 습득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빠르게 습득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다.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다.    

  

실전사례담을 보면서 가장 재밌었던 건 명도 경험이었다. 그전까진 뭘 봐도 낙찰만 되면 다 성공할 것 같은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 실전에서의 명도는 ‘세상에 이런 일이!’를 방불케 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드라마에서도 못 보던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경매하다가 드라마 소재를 삼아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경매 드라마를 쓴다면 내가 처음이지 않을까? ㅎㅎ) 


그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사람은 고수가 되는 거고, 그걸 넘어서지 못하는 사람은 포기하게 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간단하다. 내가 그걸 이기면 되는 것이다.      

명도 경험을 읽으면서 헛웃음을 쳤다. 이젠 사람들과 부대끼기 싫어 심리코칭도 관뒀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게 갑갑했다.

그러나 곧 생각을 바꿨다.      

“10년 가까이 심리코칭 배운 걸 드디어 경매에서도 써먹을 때가 왔구나!”  

   

경매도 사람을 빼놓고선 말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인간관계의 법칙은 같다.      

2 : 6 : 2     

10명 중 2명은 아무 이유 없이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2명은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중간의 6명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 편이 될 수도 적이 될 수도 있다.

경매 열 번이면 두 번 정도는 쉽게 풀릴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또한 두 번 정도 나온다는 걸 염두에 두자. 나머지 여섯 번을 어떻게 내 편으로 유리하게 끌어올 수 있는지 배우면 된다. 두 번의 상처를 겪더라도 여덟 번 성공하면 이기는 게임이다. 여섯 번 중 세 번만 성공해도 반은 먹고 들어가니,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여기서도 통한다.      


그렇게 나를 마인드 세팅하고 나니 경매에 도전하기가 조금 편해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