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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은 Oct 28. 2018

[브런치 무비패스 리뷰] 폴란드로 간 아이들(2018)

우리가 미처 몰랐던 아픔과 그를 위로한 상처 입은 치유자

사실 다큐멘터리 영화를 극장에서 본 건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영화관에서 다큐멘터리를 본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많이 궁금하고 신기했던 것 같다. 그렇게 본 영화는 생각하지 못한 독특함과 생각했던 다큐 특유의 느낌이 공존하는 영화였던 것 같다. 특히나 소재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그런 영화였다.




상처 입은 치유자


영화는 한국 전쟁 이후 비밀리에 폴란드로 보내진 1500명의 전쟁고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김일성 정부는 한국 전쟁 이후 고아들을 동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에게 맡아줄 것을 부탁했고 이후 많은 북한의 전쟁고아들이 여러 나라로 흩어져 자라나게 되었다. 폴란드 외에도 많은 나라에서 이들을 맡아준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중에서도 '폴란드'에 집중한다. 폴란드라는 멀고 먼 나라에서 어떻게 우리의 상처 입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치유해주었는지에 대해 말이다.



폴란드는 우리나라와 닮은 구석이 많은 나라이다. 제2차 대전의 시작점으로 거대한 전쟁을 겪어야 했고 독일의 침공으로 억압을 받아야 했다. 북한의 고아들이 맡겨졌을 때, 그들을 맡은 사람들은 딱 그 아이들만 한 나이였을 때 전쟁의 참상과 독일의 억압을 겪은 세대였다. 생김새는 같은 구석이 없었을지언정 같음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 그들은 서로 다름보다 같음을 먼저 느꼈을 것이다.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던 유대감으로 폴란드의 선생들은 북한 아이들에게 더 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었다. 자신들이 겪었던 참상으로부터 얻은 상처와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을 북하 아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면서 그들의 상처를 치유해주었다. 북한 아이들 역시 그러한 사랑에 사랑으로 보답하였다. 엄마, 아빠라고 부르고 따르며 그들과 행복을 공유하였다. 상처 입은 치유자였던 폴란드인 선생님들 덕분에 전쟁이라는 참상에서도 아이들은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사랑에서 폴란드인 선생님들도 북한 아이들의 사랑을 느끼며 치유받았으리라. 그렇게 상처 입은 서로는 서로를 치유해주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사실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이질감은 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아주 '다큐멘터리'거나 '스토리가 있는 영화'밖에 접한 적이 없기 때문에 다큐 중간중간 나오는 연출적인 장면들이 이질적이었다. 그리고 그런 장면에 익숙해지다 등장하는 다큐멘터리로서의 장면들에 다시 한번 혼동을 느끼곤 하였다. 아주 잘 만든, 정말 뛰어난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감독이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왜 이 다큐멘터리가 시사하는 점이 무엇인지는 아주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추상미 감독이 왜 북한 아이들의 그 시절을 집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미쳐 놓치고 있었던 부분이 무엇인지 알리고 있는 영화다. 그래서 납득이 가고 이해가 가고 수긍하게 되었다. 그래서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좋은 다큐멘터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북한 아이들을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해준, 마찬가지로 상처 입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아낌없는 사랑을 베푼 폴란드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그래서 한없는 고마움과 죄스러움을 느끼게 해 준 영화였다. 다큐멘터리 영화라기에 중간중간 연기인 것 같은 장면이 있어서 이질적인 장면들이 있었지만, 의식의 환기적 측면에서는 한 번쯤 볼법한, 봐도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북한 아이들과 폴란드 선생님들의 삶을 조명해주었다는 점이 나는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였다.


나의 별점 : 3.5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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