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무비패스 리뷰] 청설(2018)

'그냥' 사랑이어서 특별해진 사랑이야기

by 예은

이제 대만의 첫사랑 영화라고 하면, 믿고 보는 영화가 된 것 같다. 조금은 오래 돼버린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부터 요즘 대세라는 '왕대륙'의 영화들까지. 어찌 보면 뻔할 수도, 그러면서도 매번 새롭게 달달한 영화들이 이 지친 일상에서 한운큼의 설탕이 되어주어 많은 사랑을 받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대만의 꽤나 여러 개의 첫사랑 영화 중 <청설>은 그중 가장 새롭다면 새로운 영화인 것 같다. 재개봉이라지만 아직 한 번도 보지 않았던 내게는 처음의 두근거림을 선사해준, 그러면서 여전한 명성은 잊지 않는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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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그 이상의 수식어는 필요 없는


'티엔커(펑위옌)'와 '양양(진의함)'의 사랑을 또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영화의 홍보 문구가 그리는 것처럼 '첫사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 같다. 한없이 가슴 설레고 두근두근거리는 사랑. 내가 이 영화가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이 둘의 사랑을 '그냥 사랑'으로 그리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의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사랑으로 그리는 게 가장 매력적이라니 말이다. 보통 그런 경우는 매력 포인 트라기보단 마이너스 요소가 되기 마련인데 말이다. 이 영화에서 이 지점이 매력이 된 이유는 영화가 '청각장애인'을 소재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영화에서 장애인의 사랑에 '특별한' 무언가를 넣지 않아서 좋았다. 흔히들 장애인과의 사랑, 우정 등을 그리게 되면, 장애를 극복해내기 위한 일종의 성장기? 형식으로 그려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장애인이지만 네가 좋아. 같이 장애를 극복해 나가자!' 이런 게 아니라 '그냥 너여서. 네가 보였으니까서 네가 좋아'라는 느낌을 줘서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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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TED에서 스텔라 영의 '나는 당신에게 영감을 주기 위한 존재가 아닙니다.'라는 강연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우리가 흔히 장애인이 무언가를 극복한 사례에서 영감을 얻으려고 했었던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 준 영상이었는데 나는 이 영화에서도 그런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것 같다. 청각장애인의 사랑이라고 해서 특별한 점은 없다는 것.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냥 사랑이라는 감정 본연으로부터 나오는 특별함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그리는 '보통'의 사랑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눈에 띄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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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위해 모두 노력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두 주인공의 수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90% 이상의 대화가 수화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나에게도 인상 깊었으니까. 그만큼 소리가 부재하지만 그럼에도 한 번도 어딘가 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다. 분명 소리는 없지만 그들의 수화가 온 화면을 채워 빈 구석이 없게 만들어주니 말이다.


사실 화면을 채우는 건, 주인공들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와 노력인 것 같다. '티엔커(펑위옌)'는 '양양(진의함)'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수화를 열심히 연습했고, '양양' 역시 처음 수화를 배우게 된 계기가 사랑하는 언니 '샤오펑(천옌시)'에게 여러 소리를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을 꿈꾸는 모두가 이러한 노력을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더 어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 사람의 취향은 뭘까 고민하게 되고 그 사람과 어떤 식으로 대화할까를 노력하게 되니까. 티엔커와 양양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얘기하기 위해, 수화를 배우는 노력을 들인 것뿐이다. 장애를 위한 배려, 그 이전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노력과 배려이기 때문에 영화 속 수화의 모습들은 한없이 사랑스럽고 다정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그 다정함과 사랑스러움은 영화를 온전히 꽉 채워 빈틈없이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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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주인공, 샤오펑


두 주인공의 사랑만큼이나 나의 시선을 끌었던 건, 언니 '샤오펑'이었다. 사실 두 주인공의 사랑이야기가 메인인 만큼 언니는 조연으로 묻히기 쉬운데 뭐랄까. 천옌시의 연기가 사람을 끌어당긴달까. 전혀 꿀리지 않고 오히려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샤오펑은 극 중 소리로 된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녀의 말들은 머릿속에서 울린다는 느낌을 준다. 마치 없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가장 소름 돋았던 장면은 양양과 샤오펑이 싸우는 장면이었다. 소리가 거의 나지 않지만, 긴박하고 긴장감이 흐르며, 치열하다. 단순히 수화와 표정만으로 그만큼이나 표현해내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영화의 핵심은 티엔 커와 양양의 사랑이지만,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라면 난 주저 없이 '샤오펑'을 뽑을 것 같다.



대만 첫사랑 영화의 삼대장 중 하나인 영화다. 삼 대장답게 뻔한 듯 참신한 사랑 얘기가 아주 달달해서 만족스럽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청각장애인을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그에 따른 차별점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 그저 아주 보통의 남녀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더불어 수화로 대다수의 대화가 이루어지는데, 소리의 부재에도 허전함을 느끼지 못한 것은 그만큼을 채우고 있는 수화에 담긴 주인공들의 정성 덕분인 것 같다. 두 주인공과 더불어 언니인 샤오펑의 연기도 시선을 끌었던, 역시 좋았던 영화였다.


나의 별점 : 3.5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