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공간에서 시작해 큰 의미를 안겨준 유쾌함 가득한 여행
영화 속 옷장은 종종 특별한 역할을 가진다. <나니아 연대기>의 옷장은 나니아로 향하는 문이었고, <어바웃 타임>에서 옷장은 주인공이 시간 여행을 시도하는 공간이었다. 이번 영화 속 옷장은 주인공을 '특별난' 여행으로 이끌어준다. 우리가 매번 보던 그 이케아 옷장이 말이다! 과연 이케아 옷장이 어떤 마법을 부리는 건지 호기심이 생겨 영화를 봤다. 상상과는 달랐지만 우여곡절의 해프닝들을 유쾌하게 잘 풀어서 재밌는 영화였다.
삶이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
'카르마'. 불교에서 일종의 업보를 뜻하는 이 단어는 영화에서 종종 언급된다. 주인공인 '파텔(다누쉬)'이 불법 난민으로 몰려 바르셀로나의 공항에 갇히게 되었을 때, 그는 카르마를 얘기하며 자신이 여기서 업보를 풀면 이 난관을 헤쳐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연이 풀려나 로마로 가게 된 그는 다시 파리로 향하다 죽을 위기에 처하는데, 이때 사진 속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이 정해진 운명이 아닌, 나의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영화의 초입에서도 나오지만 사실 우리의 삶은 그리 공정한 편은 아니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기회들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 그러나 주어진 것이 다는 아닐 것이다. 파텔이 감옥에서 만난 맹인 노인은 마음속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세상은 당시 힘든 상황에 처해있던 파텔에게는 구원이 되었다. 맹인이 자신의 보이지 않는 눈을 운명이라고 여기며 한탄만 했다면, 그가 다른 누구에게 구원을 베풀 수 있었을까? 답은 아마 'NO'일 것이다.
파텔 역시 마찬가지이다. 죽음의 순간, 그는 운명이나 카르마가 아닌 자신의 의지와 마음으로 삶을 이끌기로 다짐했고, 그런 그의 의지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 구원이 되었다. 그리고 타인을 구원하며 파텔 역시 삶의 의미를 찾아나간다. 이미 주어진 걸 쉽게 바꿀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마냥 모든 것이 운명이겠거니 하며 사는 것보다는, 나의 의지로 해볼만큼 해보는 건 어때?라는 제안을 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위기의 순간에도 잃지 않는 유쾌함
내게 있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를 뽑으라면 시종일관 잃지 않는 유쾌함을 뽑겠다. 그냥 보고 있으면 한없이 유쾌하고, 분명 현실 같으면서도 환상 같은 모습들이 좋다. 사실 마술 사기, 불법 난민 문제, 위조지폐 문제 등등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이 그렇게 밝은 주제는 아닌데도 꾸준하게 해피 해피한 분위기를 유지해서 보는 사람으로서는 감정 소모가 심하지 않아서 편하다. 영화 내내 이런 들뜬 분위기가 이어져서 그런 건지 사실 주인공의 위기의 순간도 그다지 위기로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 인도 특유의 화려함이라던가 갑작스러운 경찰들의 뮤지컬 같은 뜬금은 없어도 재밌는 요소들 덕분에 정말 한시도 빠짐없이 밝은 기운이 느껴진다. 특히 초반부에 이케아에서의 파텔과 '마리(에린 모리아티)'의 부부연기라던가 중간에 파텔과 '넬리(베레니스 베조)'가 춤을 추는 장면은 나도 모르게 계속 웃으면서 봤던 것 같다. 그동안 인도 영화는 잘 접하지 않았는데 이런 유쾌한 분위기라면 도전 욕구가 샘솟을지도 모르겠다.
이케아 옷장이라는 소재가 참신해서 보게 된 영화다. 나는 옷장이 마법을 부리려나 했더니 그건 아니었지만, 주인공은 마법 같은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과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된다. 뭔가 영화는 중간중간 함축했다는 느낌이 있어서 원작 책이 궁금해졌다. 영화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변치 않는 유쾌함이 매력적이었고, 그래서 보는 내내 감정 소모가 없이 편안하게 본 영화였다. 하지만 스토리가 막 깊거나 의미를 탐구하는 영화는 아닌 것 같아서 킬링타임용으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의 별점 : 3.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