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많은 디자이너의 브랜드 레퍼런스
주니어로써 어제보다 더 나아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성장을 위해서는 메타인지를 잘해야 한다고 믿는다. 글쓰기는 메타인지를 도와준다. 글로 쓸 수 있다면 현실을 객관화하고 형태가 불확실한 생각을 다룰 수 있다. 브런치 작가가 된지도 시간이 꽤 흘렀고, 오랫동안 일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무런 글도 쓰지 못했다. 회사와 관련된 일을 쓰는 것이 조심스러웠고, 내 글을 읽는 지인들의 시선을 상상하면 어색하고 창피해지곤 했다. 무엇보다 이미 커리어 관련된 글로 수천, 수만 명의 팔로워가 있는 전문가들은 너무나 많았다. 그들과 나를 비교하며 스스로 초라함을 느껴졌다.
올해의 책 중 한 권인 일의 격에서 신수정 님은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가 가장 나쁜 핑계라고 말한다. 이런 생각은 자신을 평가절하하고 새로운 시도를 스스로 제한한다고 한다.
있어 보이려고 하지 말고 그냥 글을 써 보자. (제발~)
글 쓰는 사람으로서 레퍼런스를 찾는 사람들에게 이진재 님을 소개해 본다. 일방적으로 누군가를 이렇게 글로 쓴다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널리 공유당해도(?) 괜찮다고 혼자 단정 짓는다.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메타인지 도구로서 글쓰기가 필요하다. 작가가 아닌 '일하는 사람'의 글쓰기를 하고 싶다.
일을 시작하고 달려가는 요즘의 마음은 참 불안하고 가볍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보다 나에게 주어지는 기회를 받기 급급했다. 남들이 좋게 봐주는 회사, 타이틀 하나 추가할 수 있는 일에 마음이 쉽게 요동친다. 그런 순간적인 마음에 흔들려 현재에 왔다. 이 분의 글을 읽으면 신기하게도 나에 대한 고민이 떠오른다.
입시 시절부터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게 많았다. 6년 내내 미술학원을 다닐 만큼 그림이 좋았다. 동시에 어원이 되는 라틴어를 공부하고 싶을 만큼 영어 공부도 재밌었다. 대학 입학 이후에는 교양 수업 대신 생각과 글을 다루는 타과 전공을 수강해 보고 싶었다. 학점 채우기용 교양 대신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해야 등록금과 통학 왕복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 광고와 신문방송학과를 수강했고, 1학년 방학 때 운 좋게 시작한 디자인 기사 번역, 디자인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 독립출판물 제작 등 경험을 쌓아갔다. 그렇게 나의 커리어는 점점 전공(산업디자인)과 멀어져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와 진재 님의 이력에 공통점이 있다면, 산만한 커리어 여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진재 님의 이력을 키워드로 보면 일관성보다는 다양성이 보인다. 진재 님은 이 산만한 여정이 본인을 이루는 탄탄한 기반이 되었다고 말한다. 먼 길을 돌아왔지만 누구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바라보고, 어느 누구와도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말한다.
나 역시 전공과 무관하게 했던 일들이 시간 낭비는 아니었을 것이다. 20대의 나는 재능은 애매하게 있고 목적은 없었다. 삶에서 이루고 싶다거나 해결하고 싶다거나, 이런 것들이 없었다. 이게 문제였다. 당연히 가고 싶은 회사도, 직업도 딱히 없었다. 목적이 없으니 어떻게 내 점들을 이어야 할지, 다양한 경험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정의하기가 어려웠다. 스스로의 목적이 없다 보면 외부의 피드백에 쉽게 휘청인다. 당시 내가 들은 피드백들은 이러했다. 이제까지 해온 일들에 연관성이 안 보인다, 커리어 꼬인다, 현실 감각이 없다. 나를 잘 모르는, 회사에서 잠깐 본 누군가의 말로 나를 정의해서는 안됐었다. 스스로 이력을 정리하고 정의해야 했다.
브런치나 'EO'의 영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애매함을 강점이라고 말하는 진재 님을 보며 나 자신의 부족함이 보였다. 동시에 진재 님의 말을 듣고 이 사람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나를 보며, 역시 사람은 드러내는 대로 인식되는 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남들에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
되고 싶은 내가 되기 위한 생각들
1. 스스로를 긍정적인 필터로 봐줄 필요가 있다.
2-1. 내 이력을 가장 잘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다.
2-2. 내가 나를 잘 정의하고 있어야 선택권이 생겼을 때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다.
3. 사람들은 내가 드러내는 대로 나를 기억한다.
'디자인'전공이지만 카피라이팅, 기획 등 디자인과 무관한 직무들로 대외활동과 인턴을 경험했다. 이때 디자이너가 커리어를 확장하거나 전환하려면 다른 직무보다 힘이 많이 들겠구나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렇게 느꼈던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은 디자이너에게 기획이나 카피라이팅 능력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디자인'이라는 명확한 기대치의 영역이 있다. 직무가 달라지더라도 그 자리에서 해내야 하는 역할에 미숙하다면 사람들은 결국 디자인 방향으로 업무를 맡기기 쉽다.
운좋게 디자이너에서 직무 전환을 하더라도 초반에는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부족함을 오래 참지 못한다. 내가 어떤 점이 부족하다고 느꼈을 때 마냥 느긋한 마음을 가질 수 없는 이유다. 광고회사 대외활동을 하기 전 관련 공모전이나 학회 활동을 전혀 해보지 못했다. 당연히 내가 만드는 기획안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짧은 기간 안에 남들만큼의 기획안을 쓸 수 있어야 했다. 맡은 자리에서 필요한 역량을 해내는 것은 자리에 앉은 사람의 몫이다. 운이 좋게도, 기획 사수분께 공개적으로 심하게 혼난 적이 있다. 15명 가까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30장의 피티를 한 장, 한 장 직접 뜯어고친 적이 있다. 각 장마다 질문을 하시면 내 생각을 정리하고 수정하는 식의 피드백을 받았기 때문에 한 번의 피드백만으로 변화가 느껴졌다. "빠른 변화"가 장점으로 보여 굳이 피드백을 주셨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만큼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간이었다. 좋은 경험의 사례를 말했지만 좋은 피드백을 주는 어른을 회사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고, 좋은 피드백을 주는 일 자체가 많은 에너지가 드는 일이기에 피드백을 당연히 생각할 수도 없다.
그동안 이런 고민을 친구들한테 말해도 공감받거나 속 시원했던 적이 없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런 고민은 시니어 단계 디자이너의 고민이라고 한다. 나는 이런 고민을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만났다고 생각한다.
직무를 전환하는 것, 확장하는 것.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얕고 넓어지는 일도 나에겐 어려웠다. 내 문제를 누군가 대신 해결해주길 바라지 않는다. 단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존재만 알아도 힘이 될 때가 있다. 내가 가진 고민을 깨나 가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을 오래 보게 된다. 지금의 내가 잘못되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글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 다시,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로 돌아와 본다. 요즘은 어딘가에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는 일에도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단어를 붙인다.
나에게 퍼스널 브랜딩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봤다.
퍼스널 <브랜딩>이란
1. '무엇으로' 유명해지는가를 정하는 것이다.
2.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인식되는지를 정하는 것이다.
3. 남들과 나를 '구분 지을 수 있는 매력'을 찾아내는 일이기도 하다.
브랜딩에 있어서 주니어 단계에서는 아직 1과 2에 대해서는 모호할 수 있겠지만 3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산업 분야와 직무에 관해 전문성을 가지고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이미 너무 많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아직 헤매는 사람의 글, 잘하고 싶은 사람의 글, 완성되지 않은, 정답이 아닌 그런 생각과 고민들을 써나갈 예정이다. 분명 나와 같은 결의 고민과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으리라 믿으며. 올해라는 단어를 쓰기엔 벌써 가을이 느껴지는 시즌이다. 그래도 아직은 한 해가 가지 않았기에. 지금부터라도 브런치에 글을 자주 쓰고 연말 즈음, 브런치 글을 통해 한 해를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소개하는 글을 쓰려했으나 결국 주제와 무관한 개인적인 고민만 잔뜩 써버렸다.
진재 님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신 분들을 위해
+ 진재 님 이력서
https://jinbread.notion.site/42875151984d4c1bbcfb4e3a72c35e1e
+ 진재 님이 말하는 퍼스널 브랜딩
https://brunch.co.kr/@jinbread/70
+ EO 워키토키
https://youtu.be/CVWoUFd42qo
https://youtu.be/c1XInGHU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