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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예원 Jun 19. 2024

여름단상 1. 달리기를 말할 때

<달리기를 말할 때>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과

손잡고 뛴 적이 있다.

내 몸이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그 속도감이 겁이 났다.


아,

내 어린시절 운동회때

매일 달리기 꼴찌하던 이유가,

이것이구나.

느리게 달리기,

느리게 걷기,

느리게 말하기,

느리게 읽기.


나는 알았다.

달리는 아들의 뒷모습에,

천천히 달리기,

천천히 걷기,

천천히 말하기,

천천히 읽기

이것이 나의 DNA라는 걸.


아들,

우린 삶을 즐길 수 있어.

네 친구는 뭐든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익히더라.

밥 빨리 먹으면 체한다.

꼭꼭 씹어 먹어.

인생 빨리가면 그 속도를 인지하는 순간,

두려움이 올 수 있다.


아들, 

엄마한테 늘 묻지?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좋고 나쁨은 거기에 없어.

좋은 건

선량함, 친절함, 이해심에 있어.

나쁜 건

도처에 있지.

나쁜 걸 다 피해서 살아 갈 순 없지만,

인식할 수는 있어.

깨달음은 언제나 뒤늦게 오는 법이야.


아들, 

엄마 나 못 믿지?

물어서 늘 뜨끔하다.

널 믿지만, 세상의 나쁜 걸 믿지를 못할 뿐인데.

그 얘기를 다 못해줬네.

널 믿지.

천천히 배우고 꼭꼭 씹으며 살아.

내가 물려 준 DNA가 그러한 걸.

그리고 어느 날,

엄마처럼 중년의 어느 날에라도

깨달을 거야.

우리의 DNA가 참 좋은 거라고.

이번엔 엄마를 믿어라.

이것이 네 인생에서 맞춰야 할

가장 위대한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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