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했던 디자인은 뭐였을까
브런치의 첫 글을 작성합니다.
영상과 학생에서 UI/UX 디자이너로 입사 후, 느꼈던 '디자인'에 대한 괴리감, 그리고 해결방안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회사에 다니기 전까지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산업과 업종에 상관없이 세련된 감각과 빠르게 변하는 트랜드를 재해석하는 크리에이티브한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내 마음속에서 디자이너는 예술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인 회사원은 아니었다.
이런 내 생각은 면접 때마다 회사 실무진과 대립 구도를 세웠고, 번번이 면접에서 탈락할 수 밖에없었다. 특히 사용자를 생각하는 UI/UX 디자인 직무에서 사용성에 대한 고려 없이 면접을 봤던 기억이 있다.
여러 번의 면접 탈락 후,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UI/UX 디자이너로 근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일을 시작한 이후, 내가 그동안 무엇이 문제였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디자이너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물건을 예쁘게 치장해주는 데코레이션 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획부터 개발까지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설계의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손으로 화면을 만드는 시간보다 글을 쓰고, 타 부서와 커뮤니케이션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UI/UX 디자이너다.
그렇다면 'UI/UX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 실제로 어떤 부분들이 필요할까?
출근 첫날, 나는 온종일 문서를 읽었다. 글로 되어있는 문서들을 하루종일 읽고 나니 머리가 아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문서를 쓰는 사람이 되었다. 회사에서는 회의록을 작성하고, 회고록을 작성하고, 타인이 쓴 글을 읽고 의견을 단다. 게다가 기획 문서도, 리서치 문서도 직접 작성한다.
이 과정에서 뼈저리게 깨달은 것은, 나는 글을 못 쓴다는 것이다. 디자인을 배웠던 4년 내내 글이라고는 교양에서 리포트를 제출하기 위해 쓴 것이 전부였고, 졸업 때 논문을 작성할 일도 없었다. 그 때문에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 애를 먹었고, 지금 회사에서도 난감할 때가 많다.
자기소개서, 기획안과 같은 글들은 논리와 그 논리를 뒷받침하는 정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타인을 설득시키고, 이 과정에 왜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지 알려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는 일 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다. 회사에서 글을 쓸 때 참고하면 좋은 팁을 함께 정리해보았다.
글쓰기 팁
기존에 있는 글들을 참고한다.
신생 회사가 아닌 이상, 기존 구성원들이 작성한 글이 있다. 기존 양식을 베끼기만 해도 많은 도움이 된다.
기본적인 정보들을 정리한다.
작성자, 작성 일, 작성 목적 등 기본적인 정보들을 상단에 작성한다.
특히 작성 목적을 명확하게 기입해야 한다.
웹/앱 페이지는 이미지와 함께 표를 첨부한다.
메인에는 무엇이 들어가야하는지, 서브에는 어떤 문구가 필요한지 등 순서대로 작성한다.
표를 통해서 모두 나타낼 수 있고,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하기에도 좋다.
참고문서 및 필요 사항은 링크로 연결시킨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연결'이라고 생각한다. 관련 자료를 한 번에 모아두면 나 뿐만이 아니라 문서를 읽는 다른 사람들도 이해하기 편하다.
글을 쓸 때는 합의 및 정리가 된 상태에서 작성한다.
어느정도 기획이 나오고, 의견이 정해졌을 때 작성해야한다.
스스로 머릿속에 구성안을 그려보고 작성해야 커뮤니케이션 할 때도 쉽고 간결하다.
디자인에 논리가 필요한 이유
이전까지 디자인에 논리를 붙이는 일을 쉬웠다. 생각해보면 제대로 된 논리가 없었고, 창작작품에 대한 내 논리가 반박 받을 일도 없었다. 팀플을 하더라도 각자 맡은 부분에 충실할 뿐, 타인이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그게 왜 그런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게다가 디자인이라는 영역은 다름을 존중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달랐다. 유저의 목소리를 듣고, 비즈니스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방향의 일을 해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회의에서 반박 당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논리적인 디자인을 만드는 방법
신입 디자이너에게 어렵지만 필요한 부분은 사용성과 비즈니스를 고려한 디자인을 만드는 일이다. 주어진 프로젝트에 대해 폭 넓은 시장조사로 인사이트를 얻고, 가설을 가지고 사용자 조사를 통해 확신을 얻는 방식이 정석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꼼꼼한 시장조사와 빠른 A/B 테스팅이라도 돌려 볼 수 있다면 좋겠다.
남의 생각이 중요한 이유
일을 하다보면 본인의 입장에 쉽게 매몰된다. 하지만 핵심은 '상대방'을 설득하는데 있다. 내가 아무리 이게 좋다고 말해봤자, 상대방 생각에 내가 어필하는 부분이 와닿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뜻이다. 입사 초반에는 이 부분이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UI/UX디자인은 관찰력이 중요하구나 하고 새삼 깨닫게 된 부분이기도 하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면 평소에 그가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꼼꼼히 관찰해야한다. 그리고 내가 그 사람이라면 어떤 점이 궁금할지도 미리 파악하는 스킬이 중요하다. 여기서는 '상대방'이라고 뭉뚱그려서 이야기했지만, 그 상대는 주로 상사, 경영진, 협업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이해받고, 설득할 수 있어야 비로소 내 '디자인'은 빛을 볼 수 있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방법
2번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좀 더 구체화하면 된다. 근거를 갖고 논리를 세우되, 상대의 입장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앞에 두는 것이다. 예를들어 내가 설득해야할 대상이 사업팀이라면, 비즈니스적으로 이 디자인이 얼마나 많은 수익을 가져다줄지 알려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끊임없이 생각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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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UX 디자인을 베이스로 사용자의 삶에 대해 연구합니다.
yewooon.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