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과 점심, 저녁의 온도가 다르고 반팔을 꺼내 입고 사무실 에어컨을 하루 종일 켜 놓기 시작한 6월.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싶다가도 여름이 왔다는 생각에 약간은 기분이 좋은 요즘이다.
요즘의 나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꾸준히 고민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삶은 행복하고, 즐겁고, 심심하고의 반복으로 평범하고도 평범하게 잘 지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과의 이별로 얻은 상처는 스스로 약을 바를 수 있게 되었고, 받아들이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잘 붙들고 있을 수 있으니 꽤나 나름 평온한 요즘이었다.
그리고 지금.
겨울과, 봄을 지나 더워서 싫지만 마음만은 평온한 여름을 맞이했다.
어느 순간부터 여름이 왔다는 건, 나에겐 좀 숨이 트인다는 것과 같아졌다.
엄마의 기일이 있는 겨울을 지나, 엄마의 생신, 앙꼬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봄을 지나왔다는 것. 이건 아마 겨울부터 봄까지 꾸준히, 순간순간 가족의 빈자리를 느껴야 한다는 것에 적응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끔은 나도 모르게 가라앉을 때가 많기도 했기에 겨울과 봄이 가끔은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유난스러울지 모르지만 이별은 어떤 숫자보다 그때의 계절을, 날씨를, 온도를 기억하게 하다 보니 꼭 그날이 아니더라도, 내가 원치 않아도 날 잘 다독여야 할 때가 많은 겨울과 봄이었기에 굳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여름을 느끼게 되면 숨이 트이게 되었더랬다.
그래서 여름을 제일 싫어하는 계절이라고 하면서도 유독 기다리곤 했다.
비록 더위에 지쳐 쓰러질지언정 마음만은 홀가분해지는 여름일 테니.
드디어, 여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