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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다른 양양 Aug 22. 2023

온 우주가 변하는 것 같은 요즘.

나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주변의 모든 것들이
변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말이야.



친구한테 요즘 내가 딱! 이렇다며 쉼 없이 말을 하고 있는 나. 

아무래도 "이사를 해야 하나?"라는 문제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변화에 나름 신경을 쓰는 게 아닌가 싶다.


작년 겨울부터 주변이 심심치 않게 달라지고 있는 것에 유독 어색함을 느끼는 나는 정말 온 우주가 "지금이야!"라고 외치는 것처럼 하나하나 달라지는 것을 볼 때마다 나만 그대로인 거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는 요즘이다.


곁에 있던 사람들도 그렇고 살고 있는 동네도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뭐. 사람은 그럴 수 있겠지만 이제는 무언가 있다가 사라지는 게 크게 와닿을 나이도 아닌데 내가 익숙하고 편안하게 생각했던 공간 곳곳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이 섭섭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해서 "다 변하고 있어! 별로야!"라고 외치기를 한 백 번 넘게 했던 것 같다.


변화라.


나는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는 편은 아니지만,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성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공간이나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느끼는 편이지만, 긴장도 많이 하는 편이라 익숙하고 안정감 있는 것에 많은 애착을 느낀달까? 굳이 따지자면 변화보다는 안정감을 더 선호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아마 그래서 집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제일 익숙하고 안정감을 느끼는 장소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주변에 무언가 바뀌는 것에 흥미로워하면서도 내가 느꼈던 안정감이 없어지는 것을 아쉽다고 징징거리는 나였다. 적응하는 일도,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테지만 그 시작과 과정은 언제나 긴장의 연속일 테니 말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계약이 끝나가는데 이사를 해야 할지 말지를 쉽게 결정하지 못했었다. 아니 계약을 할 때만 해도 "마지막이에요!" 하고 말했는데 막상 닥쳐보니 변화의 앞에서 좀 겁이 나는 듯도 하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내 주변의 익숙했던 풍경들이 바뀌기 시작했으니... 와 정말 신기하게도 다 바뀌고 있어서 이게 움직이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싶을 정도로 내가 알던 곳들이 맞나 싶으니 살짝 서글프달까? :)


집 앞에 있던 큰 마트는 얼마 전에 공사를 시작했는데 현재는 건물 전체가 없어져버렸고, 새로운 건물들이 엄청 많이 생겨나기도 하고, 오래된 공간이 없어지기도 해서 아직도 좀 어색해한다. 하물며 전에 살았던 동네도 가까워서 자주 가는데 (5 정거장 차이) 이미 내가 알던 곳은 아니라 가끔 사촌동생한테 "많이 변했지?" 하면서 사진을 보내기도 할 만큼 풍경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는 게 당연한 세상에 살면서 언젠가는 변할 줄 알고 있었지만 이 타이밍에 이런 별 거 아닌 거 같은 변화라도 생각이 많은 시기에 생각이 많은 나는 마음이 좀 싱숭생숭했다.


내 삶의 변화로 인해 적응해야만 했던 시간을 지나왔지만 그 폭풍 같은 시간 안에서도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알게 되었고, 시끄러운 시간은 이제 다 지나간 거 같아 편안함을 느꼈었는데 마지막으로 미뤄두었던 공간에 대한 변화를 앞두고 익숙했던 풍경들마저 뭔가 눈에 보이는 변화들이 갑자기 들어차는 기분이라 그런지 크게 와닿는 듯하기도 하다.


생각해 보니 지난 몇 년 간은 변화에 정신없이 힘들었었기 때문에 이제 겨우 자리 잡은 익숙함에서 오는 안정감을 또 한 번 깨야하는 것에 겁이 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고민의 고민을 거친 나는 결국 이사를 하기로 했다.


계속 살아도 되는 환경이긴 했지만, 지금이 나 스스로 환경의 변화를 주기에도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집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 것 같으니 나가도 되지 않을까. 


이 집은 나에게 있어서 '마지막' 같은 공간이었다. 이곳을 벗어나는 게 내가 얼마나 많은 용기를 끌어 모아야 했는지, 지난 5년 동안 그 용기를 차근차근 적립하고 나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지금에야 실행시키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생각과 다짐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그만큼 이 공간이 나에겐 엄마가, 앙꼬가 되어주었던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이 집에 남아있었던 "엄마와 앙꼬", 가족과 함께 했던 마지막 집.이라는 아쉬움은 잘 덮어 보관해 두기로 했다. 온 우주가 이 타이밍에 맞게 '변화'를 외치는 것 같으니 그 흐름에 잘 맡겨보기로. :)


이제 진짜 독립하는 기분이다. 친정집이 없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이게 무슨 큰 일이라고 이렇게 걱정이 될까 싶으면서도 누군가에게는 공간을 벗어나는 일이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니까 그냥 이 과정을 잘 거쳐나가면서 오만가지 감정을 잘 겪어내 보기로 했다. 


진짜로. 정말 좀 멘붕이긴 한데 뭐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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