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D-8
8일 후면 이사를 간다. 정말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느낌이면서도 아직도 8일이나 남았다는 게 피곤함을 넘어 불안해지기까지도 한다. 정말 왜 사람들이 이사를 힘들어하는지 깨닫고 있는 요즘 정말 정신이 없다.
어찌 보면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이사는 처음이라 그런지 별 거 아닌 일에도 걱정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어서 하나하나 해보고 있지만 생각보다 힘들어서 확 올라올 때도 있다. 그러다 결국 "뭐 어떻게든 해야지." 이러면서 준비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 집에서 11년.
11년 동안 다사다난 했지만 막상 끝을 앞두고 있으니 살짝 기분이 이상하다. 물론 이사를 결정하고 며칠은 아무렇지 않았는데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점점 이상해진다. 아마 이 감정은 새로운 집에 앉아있을 때 더 넘칠 것 같아 좀 걱정이 된다.
정말 이 집을 나간다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서 가끔 멍해지기도 한다.
이사를 가는 집은 7-8평짜리 원룸으로 결정했다.
대출을 받아 좀 더 좋은 조건의 집으로 가볼까 생각해 봤지만 무리하게 시작하고 싶지 않았고, 작은 공간부터 하나하나 가꿔나가 보자 싶어서 결정해 버렸다. 눈 딱 감고!
집을 정하고 나서 사람들은 '왜?' '이 나이에?'라고 의문을 표하거나 좀 더 좋은 곳으로 가지 그러냐고 하기도 했지만 후회를 하든 말든 그냥 내가 겪으면 될 일인데 참 신기하게도 집을 정하는 것도 사회적인 것들을 생각해야 한다는 게 좀 어이가 없었다. 이사를 가고 공간을 정하는데 나이가 왜 기준이 되어야 하는 걸까?
버려두기로 한다. 쓸 때 없는 기준들과 사람들의 걱정들은.
내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니까 -
집을 정하고 나니 또 다른 결정할 것들이 많고 시간을 조율하고 이 와중에 나는 정리를 해야 하고, 셋이 들어온 집을 혼자 나가게 되었지만 그것 조차 잘 감당해야 하는 지금은 좀 정신이 없다.
사실 혼자 나가게 된 것에 대해서는 많이 덤덤해졌다. 이미 준비를 했었고 좋은 시기를 정하기 위해 나에게 많이 물어봤다. 이제 이 집을 나가도 되겠냐고. 그리고 지금 모든 시기가 딱 알맞게 움직이는 것 같아서 사실 큰 슬픔이나 상실감은 없다. 좀 씁쓸한 것만 빼고는.
그래서 짐을 내내 정리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막상 가구가 다 빠지고 빈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면, 새로운 공간으로 가져가는 짐의 99%가 다 예전과 달라지는 것들이라 생각하면 아마 어색해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이 집의 모든 것들도 내 것 같았지만 결국은 엄마가 준비하고 만들어 놓은 것 들이었고, 그래서 엄마가 하늘로 가고 나서도 쉽게 정리하거나 버리지 못했다. 처음엔 자신이 없었고, 그다음엔 낡고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유지하고 싶었고, 마지막엔 다 버리고 나가고 싶었기 때문에 좀 시간이 걸린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러니 가져가는 짐의 90%가 내 것인 게 어색하지 않을 리가 없다. 지금도 짐을 비우고 비우고 할 때마다 별거 아닌 게 튀어 날 때가 있는데 맘이 참 이상스럽게 쓸쓸해지곤 한다.
그래서. 잘 나가는 게 지금 내가 생각하는 전부다.
조금 극단적인 것 같지만 이제 내게 돌아올 곳은 없으니.
어우 뭐 이렇게 걱정이 많은 건지 알 수 없지만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시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보단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게 이 과정에서 제일 별로인 게 사실이라 그럴지도.
아무튼 이사 잘 마치는 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