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다른 양양 May 27. 2024

일기를 쓰고 계신가요?

일기를 쓰고 계신가요?

저는 몇 년 전부터 가끔씩이라도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매일 일기를 쓰는 걸 잘 이해하지 못했던 저였지만 무언가 쓰고 잊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후로 집에 굴러다니는 노트 하나를 펴서 가끔씩 그때그때 감정이나 일들을 적어나가기 시작했어요.


사실 처음 시작은 정말 단순히 낙서를 하고 싶다는 이유였던 거 같아요. 무언가 마음에 차 있는 거 같은데 사람한테 풀고 싶진 않았고, 예쁜 글씨로 오래 남기고 싶지 않은 그런 이유들로 굴러다니는 노트 하나를 펴서 마구잡이로 쏟아낸 후부터 정말 가뭄에 콩 나듯 노트를 펴서 무언가를 쓰고. 펜으로 찍- 그어버리기도 하고, 날아가는 글씨로 그때의 감정을 쉼 없이 휘갈기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저는 다이어리를 사용할 때 일하는 용도의 것이 아니면 예쁘게 써야 할 거 같고, 항상 반듯하게 무언가를 남겨놓아야 할 거 같아서 일기나 다이어리를 쓰지 않고, 사용해도 감정적인 이야기들은 전혀 끄적이지도 않았었는데, 몇 장 되지 않지만 그렇게 몇 년 동안 남겨둔 일기를 이번에 하나씩 읽어보니 참 많은 시간들이,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아마도 저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에게 해야 할, 내가 알아야만 할 말들이 쌓여 있었던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부분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뒤는 돌아보지 말라고 하는 말들을 정말 많이 듣게 되는 거 같은데 저는 그 말에 동의하면서도 지금의 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나를 돌아보는 것도 한 번은 해 봐야 하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두가 앞을 보고 살아갈 만큼의 힘이 없을 때도 있으니까요.


물론 과거의 한 부분에 집착하여 현재를 잃어버리기보다는 현재를 살고 싶다면 차근히 돌아보면서 지금의 나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게 되는 일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저는 스스로를 많이 죽이고 살았던 거 같아요.

각자의 상황들이 있겠지만 무언가를 발산하고 표현하고 살기보다는 나보다는 누군가를 위해서 나의 감정을 절제하며 사는 삶이 훨씬 길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맞아요 그래서 그때 일기를 쓰거나 무언가를 기록하는 거 조차 속마음을 마주 보는 거 같아서 피했던 거 같더라고요.


항상 지나간 일을 잊으며 살아가려 했던 저는 미련을 갖지 말자는 생각으로 20대, 30대를 살았는데 그래서 항상 그때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던 거 같아요. 어찌 보면 좋은 결심일지는 모르지만 그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을 돌보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려고 노력하고 , 그때의 일을 잘 해결하고 완수하려고만 했을 뿐 제 마음을, 제 감정을 저 깊숙이 묻어두려고만 했기에 참 많이 힘들었던 거 같아요.


브런치에 수 많이 쏟아낸 마음을 보면서 이만하면 되었다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브런치에도 쏟아내지 못한 마음들이 일기장에 쌓이고, 작가의 서랍 속에만 넘쳐나 주저하는 내 마음을 보면서 "언제 다 털어버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지겨움이 저를 따라다니더라고요. 


물론 시간을 지나온 지금의 저는 예전의 저보다 훨씬 좋아지고 건강해져 있지만 제가 스스로 놓친 제 감정과 마음이 더 오래전부터 기록조차 남겨놓지 않은 해소되지 않았을 감정들이 더 많이 남아있을 거 같아 예전의 저를 많이 다독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나중에 다시 보지 않고 태워버려야지 싶어서 이런저런 스티커를 마구마구 붙여놓은 보라색 노트 한 권을 다 채울 때까지는 가끔이라도 일기라는 이름으로 저를 기록하면서 알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다행스럽게도 글씨가... 너무 날아다녀서 아무도 못 알아보겠다 싶어 보안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서(?) 좋은 거 같기도 하지만 마음과 생각이 정돈되어 갈수록 글씨가 예쁘게 땅에 닿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



나이가 들수록 확고해지는 것 하나는 내 마음이, 생각이, 정신이 반듯한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란다는 것이에요.

 

그걸 위해 각자의 방식이 있겠지만 저는 지난 시간 동안 집중하지 못한 저에게 집중하고 있어요. 그래서 새롭게 알게 되는 것도, 이제야 알게 되는 것도 많아서 여러 감정을 느끼고 있지만 앞으로 더 제 자신을 잘 이해하면서 함께 남은 시간을 잘 살아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꽤나 오랜 시간을 이렇게 저렇게 저를 위해 노력하면서 브런치 속 제 생각들은 항상 조금은 제 나름대로 정돈되었지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아 거친, 지나가고 있는 것에 대해 쓰는 경우가 많아서 무겁거나 적막하거나 지난 것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처음의 시작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러겠지만 현재를 정말 충실히 살아가고 있으니 점점 더 앞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소원해 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벚꽃이 한창이던 날 들려온 소식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