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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다른 양양 Apr 29. 2024

벚꽃이 한창이던 날 들려온 소식 2.

J가 떠난 날은 유독 날이 좋았다.


소식을 들은 그 시간. 집에서 돌리고 있던 세탁기를 멍하게 바라보기만 하던 나는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 사람들은 따뜻한 날씨에 들떠 있는 듯 모두가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나는 무표정하게 속으로 여기서는 울지 말자는 짧은 다짐만 계속하고 있으니 갑자기 모든 게 낯설어졌다.


엄마가 떠날 때도 그랬다. 모든 게 낯설어지는 그 기이한 감정.

한참 동안 느끼지 못할 거라 자신했는데 생각지 못한 시간에 생각지 못한 사람의 부재로 느끼다니 이동하는 내내 뭔지도 모를 그 기이한 감정들을 내리누르며 창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장례는 짧게 이루어졌다. 


떠난 다음날 바로 입관과 발인이 진행되었는데 짧게 이루어진 장례식의 그 시간과 형식의 속도를 내 마음은 따라가지 못했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은 공간 속에 멈춰있는, 겉으로 울지 않은 나는 속으로 그 슬픔이 터져 나오는지 잠을 잘 수도 없고 몸과 정신이 둥둥 떠서 그냥 그 시간을 버티는 기분이 들어서 몸은 움직여 일어나 장례식장으로 가고, 입관을 보고, 발인 예배에 참여하면서도 어딘가 멈춰있는 것 같았다.


J의 부재를 받아들이기엔 이틀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았고 발인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그리고 매일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보내면서도 치고 올라오는 J의 부재를 여실히 느끼며 그렇게 J를 보내고 있다.




함께 보자던 벚꽃을 H와 나는 여기서, J는 하늘에서 봤지만 매년 봄. 예쁘게 벚꽃이 날리면 J를 생각할 수 있음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너무 좋은 날 가서 다행이면서도 괜히 불퉁해져서 속상했던 나를 매년 기억할 수 있을 것 같고, 입관식에서 봤던 여전히 예쁘고 뽀얗던 녀석이 건강했을 때 모습과 다르지 않았음을 그냥 내 머릿속 J로 변함없이 기억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언젠가 엄마가 그랬다. 삼십 대 후반이 지나가고 마흔이 넘어가면 이별에 익숙해져야 하는 시간들이 온다고 가는 데 순서가 없기 때문에 항상 함께 보내는 시간에 후회가 남지 않게 최선을 다해보라고 그러면서도 우리 딸은 이별에 너무 빨리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지금의 난 뭔지 모르게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서글퍼졌다.


인생에 가장 큰 이별이 죽음이라면 그 시작을 난 엄마와의 이별로 시작한 거 같아서 이보다 더 슬프고 큰 이별이 있을까 싶어 이제 웬만한 건 다 버티겠다 자신했던 그 마음자체가 또 다른 이별 앞에 서 보니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아서 그냥 서글퍼졌다. 


이별은 그냥 아프다. 

맞다 그냥 아픈 게 맞다.


J가 없는 빈자리를 나도, H도 잘 이겨내며 보내야겠지만 함께했던 추억과 대화가 있던 그 시간을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건 기억이 흐릿해지더라도 계속해서 씁쓸해질 테니 우선 흘러가보기로 하는 것 밖엔 답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수많은 관계가 있지만 J는 내가 어떤 모습이던, 어떤 상황이던 진심으로 위로해 주고 기뻐해주던 조건 없이 애정을 주었던 소중한 사람이었기에 소중한 사람이 내 삶에서 사라진 거 같아 마음은 늘 아플 것 같다.





그냥 빨리 여름이 오면 좋겠다. 






P.S

"J야. 고생했어. 언제나 진심으로 사랑으로 언니를 대해줘서 너무 감사해. 아프지 않을 테니 하늘에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만 보내고 있어. 그 알 수 없는 길을 혼자 걸어갔을 너를 생각하면 언니의 마음이 아프지만, 하늘에서 이미 네가 너무 궁금해하던 우리 엄마를 만났을 테니 즐겁게 대화하고 있으렴. 곧 보러 갈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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