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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다른 양양 Apr 23. 2024

벚꽃이 한창이던 날 들려온 소식 1.

마지막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 J와 함께 있는 톡방이 유독 시끄럽다. 

J와 나 둘 다 퇴사를 하는 4월 시작의 날. 함께 있는 H의 톡에 신나게 대답을 하는 나.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말풍선 옆 숫자 1이 유독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집에 도착한 나는 H에게 J가 전화를 안 받는다며 연락이 되냐고 물었고 마지막 날이라 바빠서 그럴 수 있으니 퇴근시간까지 기다려보자 하며 서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저녁즈음. 친구와 통화 중이던 나에게 H의 메시지가 보였다. 


"언니 빨리 연락 주세요."


무슨 일인지, J와 연락이 된 것인지 궁금해서 연락을 했는데 단톡방을 보라는 말을 듣고 우리 셋이 있는 톡방에 올라와 있는 메시지를 본 나는 순간 아무런 생각도 말도 할 수 없었다.


"J가 의식이 없어요."

 



J는 내 브런치 글에도 간간히 언급된 유방암을 이겨내, 꼭 살겠다고 말했던 동생이다. 고기를 먹다가 뜬금없이 너무 덤덤하게 지나가는 말처럼 암투병 소식을 전해서 고깃집에서 나를 펑펑 울게 만들었던 녀석. 죽지 말고 옆에 꼭 있어달라는 내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씩씩하게 오히려 나를 다독이며 그 모든 과정을 이겨내고 있던 J는 나에겐 참으로 고마운 사람이자 든든한 동생이었다.


엄마가 투병을 할 때도,  돌아가셨을 때도, 그 후에 내가 슬픔 속에 허우적거릴 때도 옆에서 귀찮을 정도로 나를 챙기고 돌봐주던 J는 이유 없이 나를 유독 좋아해 줘서 나를 왜 이렇게 챙기고 좋아하냐고 이유를 알 수가 없다면서 질문을 던진 나에게 J는 "저도 몰라요. 그냥 언니가 정말 좋아요."라고 싱겁게 대답하던 녀석이었다.


교회에서 만나 꽤 오랜 시간 지내면서 나를 끊임없이 이해해 주고 아껴주고 챙겨주던 J는 4월 퇴사하고 벚꽃구경이나 가자고 계획만 잡아두고는 갑작스레 혼자 먼 여행을 떠났다.


의식이 없다는 메시지를 받자마자 전화를 해보니 어머님께서 항상 H와 나를 이야기해서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고 하시면서 상황을 이야기해 주셨고 나는 매일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의식이 없다는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마침 J가 의식이 돌아왔다며 통화하라고 해주셨는데 그게 J와 마지막 통화가 될 줄 알지 못했던 나는


"J야. 언니 너무 놀랐잖아. 괜찮아? 언니 결혼할 때까지 살아있어야 한다 했다 언니가! 이 드라마틱한 소녀야. 언니 너무 놀래서 눈물 펑펑 흘렀잖아! J야. 괜찮아? 버틸 수 있지? 버텨보자."라고 일부러 더 과장되게 장난치듯 하지만 진심의 말을 전하는 나에게 J가 또렷한 목소리로 웃으면서 대답을 한다.


"알죠 언니. 괜찮아요. 잘 버텨볼게요." 


힘들 것 같아 쉬라고 통화를 마무리하기에 앞서 인사를 하려고 어머님을 바꿔달라고 했는데 어머님께서  "하루 종일 말을 안 했는데 은영 씨랑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해서 놀랐어요. 많이 의지하나 봐요. 고마워요."라고 말씀하시는데 목이 메어서 전화를 끊고 H에게 상황을 공유한 뒤 집에 앉아 펑펑 울었다.


그 후로 어머님께 매일 전화를 드리며 J의 상황을 들었지만 혼절과 깨어남의 반복과 고통을 참고 버티는 과정의 소식을 들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인데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울었다.


J가 고통가운데 있는데 내 욕심으로 살려달라고 기도하는 게 맞는 건지 J가 가고 싶다고 하면 이 기도조차 너무 욕심이지 않냐고 정말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J는 4월 7일. 벚꽃이 아름답게 흩날리는 날 하늘로 떠났다.


아침 일찍 커피와 빵을 사들고 들어와 빨래를 돌리는 그 흔한 일요일 아침. 그 흔한 주말 아침 J가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장례식장이 정해져서 이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슨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던 나는 어머님과의 통화를 마무리한 후 H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했다.


"J가 하늘로 떠났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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