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뒤죽박죽 속에서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다 나름 쓸고 닦고 정리해서 여기까지 온 거 같은데 이 길이 맞는 건지, 잘 지나온 건지, 균형은 맞추고 있는지, 혹 나 자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합리화는 아닌지 궁금한 상태.
되게 복잡하죠?
한 1년 전부터 제가 저를 설명할 수 있는 모습이 딱 저 모습이었어요. 안정적이 된 거 같은데 아직 복잡한 거 같고, 딱 떨어지는 무언가가 없는 느낌. 항상 딱 떨어지게 사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이런 고민을 하는 건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었던 시간들을 애써 무시하며 지나왔는데 더 이상 이 애매함을 남겨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마다 좌절의 시기가 혹은 힘듬의 시기는 다르겠지만 아시다시피 엄마를 보내고 나서 아니 엄마의 투병이 시작된 그때부터 이 모든 걸 정말 혼자.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강박과 불안함. 그리고 엄마를 보내고 나서는 황망함, 억울함, 처음 경험해 보는 슬픔 때문에 스스로 바닥으로 가라앉은 그때가 저는 제 인생의 고비가 아니었나 싶어요.
두려웠거든요. 그런 두려움을 사는 동안 느껴본 적이 없었던 거 같아요.
사는 것에 대한 걱정보다는 엄마가 없는 삶 자체가 두려웠다고 말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일이었으니까요.
물론 그 시간으로 인해 브런치도 시작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기도 했지만 6년이 넘게 발버둥 치면서 억지로 두려움을 떨쳐내야 하는 그 시간들에 저는 너무 지쳤던 거 같아요. 그래도 억지로 억지로 견디다 이제야 조금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고 보니 저 복잡하고 방대한 생각이 끊임없이 저를 건드리더라고요.
처음에는 그 생각들을 무시하고 저 깊숙한 곳에 넣어두고 싶었던 거 같아요. 아직도 울컥울컥 거리는 슬픔을 다시 마주 볼 필요도 없고, 내려놓음과 체념의 시간을 지나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그 아픔들을 꺼내야 한다는 게 걱정이 되었던 거 같아요.
생각해 보면 제 주변에서 일어난 이별은 제 의지와 상관없이 저의 행복을 위해(?) 이루어진 이별이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엄마와의 이별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마음을 알 거 같으니까 토를 달지 못하고 제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을 감내하며 받아들였는데 그렇다고 상처를 받지 않는 건 아니잖아요.
날 위한 거라는 결정은 엄마의 선택이었고, 저는 엄마가 원하고 존엄적인 삶을 위해 그 선택을 받아들였고, 날 위한 거였으니. 하고 덮고 덮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단 하나 제 스스로를 돌아볼 생각을 하지 못한 거였어요. 결국 그 후에 그 모든 이별을 받아들이고 아프고 슬픈 건 제 스스로 혼자 이겨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가끔 생각했어요. 좀 더 이기적으로 나를 생각했어야 하나, 왜 날 위한 게 무엇인지 나에게 물어보는 사람이 없을까 하는 그런 생각. 그리고 나는 왜 이 모든 걸 혼자 묵묵히 화를 내기보단 감내하고 받아들이려고 하는지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개인상담을 받기 시작했어요.
좀 뜬금없는 결정이었을까요? 그런데 지금이면, 지금의 나라면 전문가의 조언과 이야기를 거를 건 거르고 필요한 건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사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받아보라고 추천했었는데 그때의 저는 어느 정도 이 슬픔을 스스로 벗어나봐야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무리 좋은 말도 받아들일 마음이 없다면 결국 쓸모없어질 테고, 그때의 저를 보면 무슨 말이 나올지 무슨 말들을 내가 할지 너무 잘 알겠는 거예요. 그래서 스스로 이겨내 보고 받아들일 마음이 만들어졌는데 그때도 무언가 고민되고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받아보자 했던 거 같아요.
그 시간까지 6년이 넘게 걸렸지만 정말 좋은 타이밍이었지 않나 싶은 요즘입니다.
수많은 궁금증이 있다기보다는 전 "제가 이 과정을 건강하게 잘 지나온건가요?" 이게 가장 큰 거였고,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전문가의 말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어요. 저 혼자 생각하다 보면 합리화하고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으니까요.
다행히 좋은 선생님을 만났고 직업 특성상 항상 상담자의 입장에만 있어봤는데 내담자의 입장이 되어보니 저는 꽤나 편하고 신선해요. ㅎㅎ
두 달 넘게 상담을 이어오고 있는데 처음 상담을 신청하게 된 계기를 생각할 때 "너무 방대해서 복잡해요."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신기하게도 명확히 잡히지 않았던 주제들을 하나씩 풀고 풀어가고 있는 거 같아요.
가끔 힘들기도 하지만 참 좋은 시간입니다.
복잡한 나를 내가 알아봐 주는 일. 반드시 이 챕터를 잘 마무리해 볼게요. :)
"은영님은 자신의 중심이 명확한 사람이에요. 수많은 일이 있어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 그러니 이만큼 이겨내 온 거라고 생각해요. 대부분 사람들은 힘들면 다른 사람에게 기대려고 하지 혼자서 이걸 오롯이 감당하겠다는 생각은 잘 안 하거든요. 그동안 참 외로웠을 것 같은데 잘 견뎌냈어요."
- 언젠가 선생님이 해주신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