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별의 ‘2’는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의 OST로 처음 듣게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2000년대의 우울한 중학생이 모두 그랬듯이 나 역시 <고양이를 부탁해>를 좋아했고, 몽환적인 사운드와 도대체 뭔지는 모르겠지만 미묘한 느낌이 있었던 ‘2’ 를 정말 좋아했다. 싸이월드 BGM으로 설정을 해두기도 했고 다이어리에 가사를 적기도 했다. 당시 절친한 친구였던 가애도 마침 이 노래를 좋아해서 우리는 주고 받던 편지에 ‘2’의 가사를 적어주기도 했다.
도대체 왜 경찰차는 우주선을 쫓았으며 영혼은 왜 팔았으며 모두는 왜 죽였으며 비단뱀은 왜 샀으며 사랑은 왜 버렸으며 눈물은 왜 감췄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노래는 거의 내 학창시절의 주제가 수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의 중학 시절을 떠올리면 언제나 안개가 얇게 끼인 것 같이 부연 느낌이고 난 항상 약간은 우울한 상태였기 때문에 영화의 내용과는 꽤 어울리는 주제가였다고 볼 수 있다. 조금은 덜 우울하고 세상을 덜 몽환적으로 바라보게 된 30세의 내가 지금 듣기에도 너무 좋은 걸 보면 나는 여전히 15세의 나로부터 완전히 떠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내 인생이 청소년기의 아주 오랜 확장인 것이다. 실제로 누군가의 취향은 10대 때 들었던 음악들의 반복일 뿐이라는 무서운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니면 그냥 이 노래가 워낙 훌륭한 곡이라서 그럴 수도 있고.
모임 별의 노래는 중학교 땐 ‘2’만 알고 있다가 대학교에 들어간 이후에 <아편굴 처녀가 들려준 이야기>의 다른 노래들도 듣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앨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트랙은 ‘세계의 공장’이다. 이 노래에서 화자는 ‘당신이 없는 내가 얼만큼 / 거리를 뒹구는 휴지 같은지 / 엎드려 우는 거지 같은지’ 툭 내뱉는다. 거리를 뒹구는 휴지까지는 그래 그럴 수 있다 쳐도 ‘엎드려’ 우는 거지까지 와서는 아 이건 너무했다 싶은 가사라고 생각을 했었다. 굉장히 처절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트랙은 끝없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누군가를 영영 볼 수 없게 되었을 때나, 비참하게 버려졌을 때, 아니면 휴가 마지막 날의 전 날인 오늘 같은 날 (어쩐지 마지막 이유는 너무 사소한 것 같지만) 듣기에 딱 좋은 곡인데 언젠가 조월 씨를 만난다면 왜 제목이 ‘세계의 공장’인지 꼭 묻고 싶다. 어쨌든 나는 정말로 비참한 기분이 드는 날 내 마음의 방패 혹은 대신 울어줄 분신 같은 존재로 이 노래를 듣곤 했는데 그러면 아주 조금은 위로 받는 느낌이 들곤 했다.
모임 별의 다른 곡들도 아주 훌륭하지만 이제는 모임 별의 멤버인 조월의 솔로 앨범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고 싶다. 조월이 만든 곡인 라이너스의 담요의 ‘어느새’를 들은 건 약 7-8년 전쯤인데 당시 우인과 다른 음악 친구들과 종종 만날 때였다. 그날은 같이 놀다가 우인 집에서 자게 되었는데, 요즘 뭐 듣냐는 말에 켄언니가 그 노래를 틀었다. 라이너스의 담요라는 말에 나는 이렇게 우울한 노래를 듣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하고 무방비로 당했다. ‘이름 한 자도 모르는 사람을 / 왜 그렇게도 그리워했는지’ 라고 노래하는데 그때 나의 상황이 (거의) 그랬으므로. 따라 나오는 가사인 ‘어느새 우리는 참 멀리에 있네 / 어리석게 사랑이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이라는 노랫말 또한 나는 정말 오랫동안 생각했었다. 멜로디가 따뜻하면서도 무척 구슬픈 이 노래는 이후에 디깅을 하다가 조금 더 러프한 조월의 데모 버젼을 사운드클라우드에서 들을 수 있었고 더 나중에는 애플뮤직에서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아무튼 이 노래를 처음 들은 날 나는 거의 잠을 설치면서까지 밤새 반복해서 들었다. 모든 요소가 좋은 곡이지만 마지막의 되풀이되어 나오는 멜로디가 특히 마음을 찢어놓기 때문에 모든 음이 잦아들 때까지 들어보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얘기하고 싶은 조월의 곡은 ‘악연’이다. 가사가 무척 짧은 곡이다. 그 짧은 몇 마디의 가사로 사람을 완전히 헤집어 놓는데 가사의 일부분이 다음과 같다. ‘청춘이 너를 뜻하던 때도 언젠가 있었는데.’ 관련해 글을 쓸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도 청춘을 완전히 대치해버렸던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이 가사에 깊이 공감하였다. 대학원 동기인 장지는 이 노래를 듣고 ‘그 이상한 현악기 소리 때문에 울었다’ 라고 했는데 과연 어디서도 듣지 못했던 소리인데도 사람의 울음을 뽑아내게 만드는 것이 신기하다. 곡의 뒷부분에 가면 현악기 소리가 끝나고 신디사이저 같은 소리가 나오면서 갑자기 감정이 휘몰아치며 목소리가 무언가를 노래하는데 또렷이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더욱 슬프다. 정말이지 ‘악연’처럼, 지독하게 사람을 끝까지 몰아붙인다는 느낌이 들다가 끝내 울어버리게 되는 곡이다. 제목은 어찌 그렇게 잘 붙였는지. 끝은 공허한 기타소리가 윙윙대다 페이드아웃 된다. 난 악연을 이 이상 음악적으로 표현하거나 상상할 수 없다. 덧붙여 말하자면 앞서 말한 내 청춘의 사랑도 결국은 딱 이 곡처럼 악연으로 끝이 났고, 나는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의 한 구절처럼 ‘사랑, 이라고 적고 나니 그 다음을 쓸 수 없게’ 된 상태로 남게 되었다.
모임 별, 조월을 들어온 게 벌써 15년이니 나로선 넘버원 팬은 아니었어도 꽤나 오랫동안 이들을 들어온 셈이다. 어릴 때부터 들었고 워낙 오래 들어와서 그런지 나의 감수성과 결이 매우 비슷한 뮤지션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감수성을 타고나서 이런 음악을 좋아하게 되는 것인지 이런 음악을 듣다보니 감수성도 이쪽으로 발달하게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둘 다일 것 같다) 아마 나는 이들이 음악을 계속 하는 한, 이들의 음악을 가끔씩 오래된 서랍에서 꺼내어 꾸준히 듣게 될 것 같다. 음악을 듣다 새벽 네 시에 잠들어 몽롱한 상태로 ‘2’를 들으며 등교하던 15살의 나와, ‘엎드려 우는 거지’ 같이 슬펐던 22살의 나와 지금의 나는 결국 같은 사람이므로. 결국 한결같이 마음 속 슬픔을 아주 오래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사람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