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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예윤 Jan 21. 2022

김오키뻐킹매드니스 라이브 (21/11/20)

토요일 8시의 부기우기, 김오키뻐킹매드니스 공연. 미리 예약을 해놓은 자리는 무대 바로 앞이어서 '아 중간에 화장실에 갈 수도 없겠군' 이라고 생각하고 화장실에 미리 다녀와서 와인을 주문하고 앉았다. 8시가 조금 지나서 멤버들이 입장했다. 테너색소폰, 알토색소폰, 전자베이스, 드럼, 키보드의 멤버로 구성된 5인조였다.

 나는 이 글을 2부 첫곡이었던 '코타르 증후군 70년대 알앤비 버젼'에 대한 감상을 적는 것으로 가득 채우려고 한다. 물론 1부의 파워풀한 곡들과 2부의 나머지 곡들도 좋았지만 내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은 곡은 코타르 증후군이었으므로. 2부를 시작하면서 김오키는 "70년대 알앤비" 라고 농처럼 말을 던졌고 그걸 들은 키보드의 진수영은 "이렇게?" 하면서 역시 농담처럼 연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게 그대로 음악이 되었다.

 간단한 주제 선율이었다. 들어본 적 있는데, 하면서 귀를 기울였다. 음반에 수록된 버젼보다 훨씬 끈적한 음색으로 연주된 코타르 증후군의 주제 선율은 간단하지만 몹시 처연하게 낭만적이어서 바로 앞에 앉아 듣는 사람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지나간 순간들이 떠올랐다. 도망치고 싶었거나 덩그러니 혼자 남은 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이렇게 단숨에 사람을 과거로 보내버릴 수 있는 음악이라니. 내가 이렇게 흔들리는 것이 무서워서 곡 초반엔 연주자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때, 악기들이 음표들을 뱉어내고, 김오키의 볼이 때로 빵빵하게 부풀어오르다 다시 바람이 쑥 빠질 때, 내가 이 라이브 경험을 온전히 통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연주자들을 정확하게 보았다. 거의 노려보았다. 다들 정말 죽을 만큼 연주하고 있었다. 나는 울었다. 지금 이대로 공연장을 뛰쳐나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모든 요소가 완벽했다. 그만큼 정확하게 보관될 기억이었다. 오랫동안 오늘을 잊지 못하겠구나. 각인된다는 게 뭔지 나는 정말 오랜만에 경험했다.

 사람을 순식간에 과거로, 미래로, 어느 미지의 세계로 데려가주는 것이 음악. 동시에 무너뜨리기도, 다시 세우기도 하는 것이 음악이 가진 힘이겠지. 주로 슬픔이긴 했지만 그 10-15분 남짓한 곡을 들으면서 너무 많은 감정이 물밀듯 몰려와서 조금 당황하다가 그냥 감정의 폭우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코타르 증후군은 자신이 죽었거나,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정신질환이라던데. 그 곡을 듣고 나는 오히려 내가 너무 살아있다고 느꼈다. 살고 싶다고, 그리고 동시에 죽고 싶다고도 느꼈다. 돌아선 김오키의 파란색 후드 등판에 적힌 'free summer'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정말 우리가 어느 여름께에 가 있는 것 같았다.

 김오키는 공연을 끝내면서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을 많이 사랑할 것, 공연비를 꼭 줄 것을 당부했고 나는 웬만한 소극장 공연비 만큼을 이체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구와 헤어지고 내가 지나온 곳을 골똘히 생각했다. 김오키의 뺨에 얼룩진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것을 떠올렸다. 죽고 싶고 살고 싶다고 생각하며 집에 왔다. 한참을 잠 못 이뤘다.

 도저히 말로 설명이 되지 않는 경험들이 삶 도처에 있다. 그것을 희망이라 부르지 않, 느, 냐, 고, 기형도가 <환상일지>에서 말했다. 김오키뻐킹매드니스의 공연이 내겐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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