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기록
게으르게도 글을 쓰지 않았다.
너무 안정적이기 때문이었다.
2025년 6월부터 8월까지는 나에게 가장 평안한 안정기였다.
비정상적 기분상태나 심한 감정기복 없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기분이 이어지는 상태.
의학적으로는 '관해'라고 부른다.
완치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
'관해' 상태가 몇 년 동안 이어져도 말이다.
조울증은 완치의 개념이 없다.
한번 기분삽화(조증 또는 우울증에 해당하는 증상)를 겪은 환자는 언제든 재발위험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증상이 줄어들 뿐 완전히 없어진다고 보진 않는다.
그럼 평생 약을 먹어야 하나? 슬프지만 맞다.
상태가 정말 좋아지면 일시적으로, 의사의 판단 하에 단약을 할 수는 있으나
언젠간 다시 병원을 찾게 된다.
마지막으로 글을 썼던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
나는 사실 완전히 기분이 안정적이라기보다 '적당히 좋은' 상태였다.
우울한 대신 오히려 들뜨는 기분을 약하게나마 느낄 때가 많았다.
특히 카페인이 들어가면 더욱 그랬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기분상태가 창작자들에게는 영감의 샘이 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우울증 기간에는 능률이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그러다 최근 일 주일간 고통 속에서 살았다.
분명 약도 시키는 대로 잘 먹고 있었고, 별다른 큰일이 있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심한 우울이 찾아와서 몸둘 바를 몰랐다.
근 일주일간 맨 정신으로 지낸 날이 없었다.
내내 술을 끼고 살았으니까.
입원 생각이 간절했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았고,
결국 병원의 진료주기를 앞당겨서 받아온 항우울제로 겨우 조금 살아나서
이렇게 글이라도 쓸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하지만 지금도 두렵다.
내일의 나는 어떨지 모르니까. 내일 괜찮으면, 그 다음날은?
하루가 아니라 시간 단위로 두렵다. 약효가 떨어져서 또 우울의 늪에 빠질까봐.
지금은 매 순간이 우울과 불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