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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전자 Jul 22. 2023

시사기획 창 이대남 이대녀 비평문

무엇이 20대 성별 갈등을 유발하는가

https://www.youtube.com/watch?v=zGghfKiwfD4


KBS에서 제작한 '이대남 이대녀'. 나는 영상을 보고 불편함과 거부감을 느꼈다. 왜일까? 20대 남녀 여섯 명이 전국 615만 명 20대 생각을 대표하는 것으로 가정해서? 제목 뒤에 숨겨진 페미니즘을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서? 그것이 이유라기엔 내가 느끼는 거부감이 설명되지 않았다. 제작진과 시청자, 댓글을 쓴 사람들을 향해 무언가 외치고 싶은 기분. 여성과 남성을 분리하고 그들의 차이를 부각하는 모습이 그 이유였다.


위 방송은 남녀차별을 주제로 한다. 성차별이 아닌 남녀차별이다. 참가자들의 개인적 요소는 전부 무시되고 생물학적 성을 기준으로 이분법적으로 대상화된다. 평면적이고 일차원적인 시도가 계속된다. 여성과 남성을 계속해서 구분하고 그들이 겪는 경험을 비교한다. 영상 속 참석자 선발 면접에서 면접관으로 보이는 한 사람은 참가자에게 질문한다. ‘20대 남성이라는 그룹, 20대 여성이라는 그룹 간에 갈등이 있다고 보세요?’ 그걸 개인에게 질문한다. 개인과 그룹의 속성은 다르다. 개인이 그룹에 속했으니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한다면, 당연히 20대 남성과 20대 여성 사이에는 갈등이 있다. 하물며 20대에 연애하면서 안 싸우는 사람도 있을까?


참가자들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실감이 안된다. 오프라인에서는 단 한 번도 20대가 남자라고 혹은 여자라고 싸우는 걸 못 봤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누구나 싸운다. 페미는 정신병이다는 말이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걸 본 적이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모두가 화가 나서 싸운다. 실제로는 느껴본 바가 없다.’ 또다시 페미니즘 탓이다. 그룹의 속성 때문이고 온라인 때문이고 커뮤니티 탓이다. 인터넷이 문제야. 역시 온라인 세상과 페미니즘이 우리를 망쳤다.


출연자 중 한 분이 언급한 것처럼 20대에게 할당된 파이 자체가 작다. 예를 들면, 2020년에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이 2055년 소진된다. 현재 20대인 나는 60세가 지나서야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젊은 세대에게 주어진 작은 파이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초점은 파이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젊은 세대 안에서 여성과 남성을 분리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위 방송도 마찬가지이다. 제목부터 20대를 남자와 여자로 구분한다. 남녀 차이를 강조하고 남녀 갈등을 유발한다. 실제로 영상 속 한 남성과 여성이 서로의 주장에 감정이 상한 모습도 보인다.


이 영상은 정부이든 기득권 세력이든 그들이 20대 여성과 남성에게, 나아가 MZ세대와 X세대 그리고 베이비 붐 세대에게 하는 것의 축소판이다. 차이를 강조하고 편을 가른다. 집단의 속성에 의해, 그리고 현학적인 누군가가 얘기한 인간의 생존 욕구와 직결되어 내 것을 챙기려는 이기적 유전자’에 의해 싸움은 알아서 일어난다.


과연 이 영상을 통해 이득을 얻는 사람은 누구일까? 영상을 제작한 제작진? KBS? 현재까지 커뮤니티에서만 토해내던 울분을 양지화 한 20대?


이런 질문도 남는다. 정부와 함께 살아가는 국민들, 젊은 세대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피지배계급이 지배계급이 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까?


발버둥 쳐도 힘든 이유가 내 안이 아니라 내 밖에 이유가 있는 걸 어렴풋이 알았을 때 느껴지는 배신감과 허무감. 그렇기에 더욱 오지 않을 미래를 상상하기보다 현재의 재미, 순간적인 쾌락에 눈을 돌리게 되는 것 같다. 욜로족을, MZ세대를 이유 없이 미워할 수 없는 까닭이다. 대한민국 인구수가 전 세계 머릿수 싸움에서 밀릴게 예정되었다면 남은 우리끼리라도 함께 잘 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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