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5. 생각하고 있었지만 뱉어내지 못한 것들
독일에서 좋은 친구를 만났다. 다른 성장환경, 사는 곳, 쓰는 언어, 모든게 다른 데도 생각하는 방식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 비슷하다. 참 신기하다.
긴 통화를 하며 함께 생각해본것. 사람의 성격은 어떻게 구성되는 것일까?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난다. 다양한 성격을 마주하는 것이다. 그 중 대부분은 그냥 지나쳐가는 사람들이지만, 내 곁에 오랫도록 남는 사람들은 누굴까? 매일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친구들과 어떻게 인연을 맺고 있는걸까?
우리의 생각은,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이끌린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렇게 비슷한 것들을 공유하면서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인다. 그 사이에 발견되는 차이를 습득하면서 사람은 자신의 영역을 넓혀 나간다. 이때 영역이라는건 성격, 행동, 태도 등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을 말한다. 괜히 옛말에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있는게 아니다.
그렇게 비슷한 사람과 어울리는 중, 나와는 다른 부분을 인지하게 되고 그 차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그 사람은 이미 나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도 매력적이기 때문에 나는 그들을 닮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게하여 구성되는 나의 모습은, 내가 매력을 느끼는 사람, 나와 비슷한 사람, 내 주변에 남아있는 사람, 내가 지금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의 조합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상황을 마주할때 나의 반응을 관찰해보자. 어떠한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내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처럼 행동한 적은 없는지. 평소에 하던 반응을 버리고, 내가 매력적으로 느낀 사람이라면 어떻게 반응할까를 생각해서 행동한 적은 없는지? 빙의라고 하긴 뜬구름 잡는 소리 같지만, 짧은 시간 빙의 되어, 연기하듯 그 사람처럼 행동한 적이 없는지. 이렇게 습득한 행동이 학습이 되면 그것은 자신의 성격 일부를 구성하게 된다.
반대로, 내가 어떤 모습으로 행동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내가 애착을 느끼는 사람이나 주변 친구를 보면 될 것 같다. 나는 그들을 닮고 싶어하고, 그들처럼 행동하는데, 그들은 반대로 나처럼 행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래서 친구가 나의 거울이 된다고 하는것인가 보다.
다시 본질로 돌아가보자. 애초에 사람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끌린다면, 결국 인간은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 아닐까? '나'가 나의 기준이 되고, 내게는 '나'가 가장 이상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게 아닐까?
그렇다면, 이 생각은 사람의 본능은 이기적이라는 주장과 상통하는 것일까?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질문들이 끝없이 머릿속을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