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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점 Nov 13. 2021

21세기 노동요

음악이 주는 힘에 대하여

 나의 멜론 플레이리스트에는 K-POP, POP, 클래식, CCM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있다. 대략 천곡 정도가 각 장르별로 분류된 플레이리스트들 중에서 요즘 들어 많이 찾는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야근할 때,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할 때, 소위 말하는 텐션 업을 해야 할 때 듣는 음악들이다. 바로 '노동요'다.




 원래 노동요란, 노동의 효과적인 진행과 능률을 높이기 위해 부르는 민요로서 논에 씨를 뿌리거나 모내기를 하는 등 농사일을 하며 부르는 노래였다. 노래와 함께 일하며 능률을 올렸다는 조상님들의 지혜는 현대까지 이어져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힘을 내야 할 때 노동요를 찾아 듣는다. 다만 현대의 노동요는 노동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음악이 아닌 음악의 효과가 노동에 도움이 되는 것들로 그 의미가 조금 달라졌다. 유튜브에 '노동요'라고 검색하면 팝송, 재즈, 힙합, 애니메이션 ost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나오지만 가장 높은 비중의 장르는 단연코 신나는 K-POP 댄스 음악이다. 왜 K-POP을 노동요로 듣는 것일까.


 우리 모두는 K-POP과 친숙하다. 이름도 Korean POP이지 않은가. 특히 K-POP 노동요의 주 소비층은 K-POP과 함께 자란 20-30대들이다. 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추억 여행 떠날 수 있는 노래 한 두 곡 정도는 가지고 있을 만큼 K-POP과 가깝게 살아왔다. 아무리 대중음악을 안 듣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학교 축제, 장기자랑 등에서 그 당시 가장 유행하던 곡 정도는 들었을 것이다. 내가 다니던 중고등학교에서는 점심시간마다 방송부에서 학생들의 신청곡을 틀어줬다. 덕분에 인기가요, 쇼음악중심을 (나는 챙겨보는 사람이었지만) 보지 않아도 그당시 어떤 곡이 유행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친숙한 플레이리스트는 듣는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잊고 지내던 가사를 떠올려 노래를 따라 부르게 만든다. 원래의 노동요도 감상하는 것이 아닌 부르며 힘내라고 만들어진 노래가 아닌가.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친숙한 K-POP은 그 어떤 음악보다 우리에게 '노동요'다.


 바야흐로 영상의 시대다. 밥 먹듯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밥 먹는 것보다 영상을 많이 보는 시대를 살아가며 많은 사람들에게 '보는 노동요'는 '아이돌 음악방송 영상' 또는 '아이돌 안무 영상'이 되었다. 내 또래 또는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꿈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최선을 다해 노래하고 춤춘다. 노래방 가서 방방 뛰며 노래 불러본 사람은 알 것이다. 움직이면서 노래를 부르는 게 얼마나 숨찬지. 거기에 칼군무로 몸이 부서져라 춤추는 그들의 모습은 나는 내 삶을 이렇게 최선을 다해 살아본 적이 있었나 돌아보게 한다. 또한 아이돌의 데뷔 과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화려한 모습 이면의 많은 희생과 노력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고된 연습생 시절을 지나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모습까지, 그들의 삶은 지켜보는 사람에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 또한 지나가겠지. 좋은 날이 오겠지'라는 작은 희망을 준다.



 이처럼 음악은 우리에게 힘을 준다. 그 힘은 상대적이어서 어떤 사람은 오늘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하고, 누군가는 평생을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노동요를 통해 최소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갈 힘을 얻길 바란다.



참고문헌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노동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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