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our Memento Box' 앨범 리뷰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데뷔한 아이돌은 그들의 커리어의 시작부터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화제성과 인지도를 가지고 데뷔한다. 인지도가 중요한 아이돌에게 이는 최고의 데뷔 방법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데뷔한 아이돌에게는 그들만의 딜레마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은 아마추어인 미숙한 모습으로 등장해 응원받으며 활동했던 이들도 연차가 쌓이고 노련함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어떠한 간극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간극을 자연스럽게 매우기 위해서는 데뷔 전부터 대중이 이들을 응원하게 만들었던 '성장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
fromis_9(이하 프로미스나인)은 올해 초 EP 앨범 'Midnight Guest'로 데뷔 4년차다운 풍부한 음악성과 수준급 퍼포먼스 실력을 보여주며 그들을 데뷔전부터 응원해온 사람들 특히 그들의 팬, 플로버와의 약속을 여실히 지켜오고 있음을 증명했다. 타이틀곡인 'DM'은 DM, Direct message라는 제목의 뜻처럼 좋아하는 이에게 직진으로 다가가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의 설렘을 담은 곡으로 얼핏 듣기엔 치기 어린 사랑 고백처럼 들릴 수 있으나 아련한 느낌의 코드 진행이 반짝이는 도시의 밤이라는 곡의 배경과 어우러져 당장이라도 사랑이 시작될 것 같은 미묘한 찰나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특히 시원한 고음으로 청량함마저 느껴지는 후렴은 직설적인 고백도 뻔하지 않게, 하지만 순수한 진심이 전달되도록 표현하는 프로미스나인의 노련한 실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WE GO'부터 본격적으로 현재의 프로미스나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깔을 찾은 듯한 이들은 'DM'으로 절정을 맞았고 이들의 상승 곡선은 이번 여름 발매한 'from our Memento Box'에서도 내려올 생각이 없는 듯하다.
프로미스나인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프로미스나인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으며, 현재의 프로미스나인은 그들의 최고의 모습이다. 그것은 그들의 실력, 성적 모든 면에서 동일하게 증명된다. 지난 1월 발매한 'Midnight Guest'를 통해 보였던 그들의 폭넓은 음악성은 여름을 한 스푼 더한 이번 앨범 'from our Memento Box'에서도 드러났다.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인 'Up And'는 꾸준히 작사에 참여한 프로미스나인 멤버들 중 백지헌이 작사에 참여해 프로미스나인만의 색깔을 담은 곡으로 만들었으며, 타이틀 곡인 'Stay This Way'는 펑키한 베이스와 기타 라인이 이끄는 멜로디에 팝을 가미해 중독성 넘치는 후렴이 특징인 곡으로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여름을 떠올리게 한다. 이후의 수록곡들은 멤버들의 보컬 실력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짐작케 하는데 'Blind Letter'은 R&B 느낌의 곡으로 멤버들의 음색이 곡의 감성적이고 호소력 짙은 매력을 이끌어내고, 'Cheese'는 매혹적인 음색이 하우스 기반의 리듬과 어우러지며, 'Rewind'에서는 곡의 전개에 따라 더해지는 화려함에 멤버들의 보컬이 어우러져 곡의 성숙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데뷔 싱글 앨범의 '유리구두'에서 "빙글 빙글 빙그르 빙그르 Toc Toc" 가사로 들려줬던 이들의 수줍고 조심스러웠던 보컬은 어느새 어떤 분위기의 곡이든 어울리는 성숙한 보컬로 성장했다.
9명의 멤버로 구성된 그룹인 프로미스나인은 다인조그룹의 장점을 이번 'Stay This Way' 퍼포먼스에서 여과 없이 보여준다. 한 줄로 나란히 뒤돌아 앉은 상태로 시작하는 이번 퍼포먼스는 앉은 상태에서 한 몸처럼 움직이며 춤을 추다 어느새 두 팀으로 나눠져 앞 뒤로 교차하고 다시 한 줄로 합쳐진 후 노래하는 멤버가 주목받으며 앞으로 한 발짝 나오게끔 대열을 만든다. 곡이 시작하고 20초도 안 되는 시간에 동선 변화가 4번 일어나는데 이 모든 것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해가 저물면"이라는 가사에서 송하영과 백지헌은 손을 모아 시계의 틀을 만들고, 노래를 하는 장규리는 시계 틀 안에서 손가락으로 돌아가는 시침을 표현하는 데 이때 장규리 뒤에서는 이서연이 팔로 돌아가는 시침에 맞춰 분침을 표현한다. 이들의 시계 표현 안무는 자연스럽게 '유리구두' 퍼포먼스의 도입부를 떠올리게 한다. '유리구두'에서 약 6초의 시간 동안 멤버 두 명이 팔을 맞잡아 시계의 시침과 분침을 표현하고 나머지 멤버들이 고개를 돌려 시계 틀을 표현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Stay This Way'에서 2-3초라는 더 짧은 시간 동안 훨씬 더 섬세하게 시계를 표현하는 이들의 퍼포먼스는 프로미스나인이 소화할 수 있는 퍼포먼스의 난이도를 짐작케 한다. 멤버가 많은 그룹은 다인원이기에 동선 변화를 무한에 가깝게 구상할 수 있지만 이 장점을 이용하는 것은 멤버들의 평균 실력이 그만큼 성장할 때나 가능한 일이다. 프로미스나인은 데뷔 4년차다운 실력으로 수준급 퍼포먼스를 소화하며 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음악과 퍼포먼스 모든 면을 통해 증명한다.
그렇기에 이번 앨범 'from our Memento Box'는 프로미스나인이 그동안 모아 온 memento의 집합체이자 앨범 그 자체로 memento box가 된다. 그리고 이들의 다음 앨범 역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거라는 또 다른 근거가 된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풋풋한 학생들의 성장부터 자신들의 커리어 안에서 성숙함을 더해가는 현재의 성장까지 프로미스나인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모습으로 처음부터 그들을 응원해줬던 플로버와의 약속을 지키는 memento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