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 재계약으로 보는 현 K팝 세대 공존
요즘 K팝 아이돌 씬에서는 '4세대 아이돌', '4세대 걸그룹', '4세대 대표'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며 현재 K팝이 4세대를 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K팝 아이돌을 세대별로 나누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세대 간의 특징이 명확하고 세대교체가 보이지 않게 일어나면서 세대 간의 구별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4세대의 등장 후로도 3세대 아이돌 역시 현역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세대교체보다는 세대 공존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현재 세대가 공존하게 된 배경에는 아이돌의 재계약 이슈가 있다.
K팝 아이돌 씬에는 '마의 7년 차', '7년 차 징크스'라는 말이 있다. 이 용어가 생겨난 경위를 살펴보자. 2010년 동방신기 멤버 탈퇴 및 법적 공방의 노예 계약 논란으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연예인의 최대 전속 계약 기간을 7년으로 의무화하기 시작했다. 이후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이 재계약 시점을 7년 차에 갖게 되며 이때 팀의 존속 여부가 결정되었다. 마의 7년 차가 된 아이돌 목록을 몇몇 유튜브 채널에서 '올해 재계약을 앞둔 그룹', '올해 7년 차가 되는 그룹' 등으로 정리해 알려줄 정도로 아이돌의 재계약은 K팝 아이돌 씬에서 중요한 이슈다. 얼마 전 JYP엔터테인먼트에서 공식적으로 트와이스 멤버 전원의 재계약 체결 소식을 알렸다. 2015년 데뷔 후로 공백기 없이 현재까지도 정상의 인기를 유지하며 K팝 3세대 대표 걸그룹으로 활동 중인 트와이스이기에 재계약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몇몇 걸그룹들이 일부 멤버만 재계약했다는 소식을 들려주면서 팬들은 설마 하는 마음으로 불안에 떨어야 했다. 현재 인기와 무관하게 멤버 개개인의 생각과 결정으로 이루어지는 재계약이기 때문에 각 멤버가 팀과 연예계 활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트와이스는 멤버 전원 재계약에 성공하며 아이돌 씬에서 7년 징크스를 깬 또 하나의 걸그룹이 되었다.
트와이스 멤버 전원이 재계약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정확한 이유는 당사자인 트와이스 멤버들과 JYP엔터테인먼트만 알 테지만 현재 K팝 시장 흐름을 보며 이유를 짐작해보자.
1. K팝 시장의 성장
현재 K팝 시장은 역대 최대 규모로 성장했으며 앞으로도 그 규모를 확장해나갈 것이다. 국내와 해외로는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권 한정됐던 K팝 시장은 북미는 물론, 동남아, 남미 등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커진 시장은 오랜 활동으로 실력과 노하우, 탄탄한 팬덤을 갖춘 베테랑 그룹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무대가 되었다. 이전 아이돌 씬은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활동을 하고 나면 그룹으로서의 활동보다 개인 활동에 집중하며 그룹 활동의 인기는 신인 아이돌에게 물려주는 식으로 바통터치가 됐었지만 현재 시장 규모로는 오랜 연차의 배테랑 그룹도,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신인 그룹도 공존할 수 있게 되었다.
2. 대중의 인식 변화
2005년에 방영한 인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면 주인공인 김삼순은 30대 노처녀라고 소개된다. 30대 노처녀라니 지금 들으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표현인가 싶지만 그때는 30대와 노처녀가 함께 불리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당시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20대였기에 30대 여성이 주인공인 '내 이름은 김삼순'은 그 자체만으로도 독특한 인상을 주었다는 평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그에 맞춰 대중의 인식도 변하면서 지금은 많은 드라마에서 주인공 나이대를 30대로 지정하며, 실제로 다양한 직업군에서 30-40대 사람들이 여전히 활발히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K팝 아이돌 씬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데뷔 15년 차 걸그룹 소녀시대가 컴백해도 사람들은 이들의 활발한 활동에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이제는 아이돌의 연령대가 높아져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받아들이며 그렇게 아이돌의 수명은 자연스레 늘어나게 되었다.
3. 이전보다 가까워진 팬들과의 거리
현재 K팝 팬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소통'이다. 이전부터 연예계 직업군 중 소통을 가장 많이 해온 직업군은 아이돌이었지만 요즘에는 특히나 팬들과의 소통이 중요해지고 있다. SNS 마케팅, 팬덤 플랫폼이 최근 몇 년간 크게 발전한 것이 그 증거다. 아티스트와 팬의 소통은 아티스트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준다. 팬들과의 소통을 다른 말로 하자면 자신을 무한정으로 사랑하고 응원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이기 때문이다. 아티스트는 팬들과의 소통을 확대해가며 작게는 오늘 연습을 하는 이유부터 크게는 연예게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를 찾게 된다. 팬 사랑으로 유명한 트와이스이니 팬들과의 소통으로 얻게 된 동기부여와 사랑은 분명 재계약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아이돌의 재계약을 장려하는 듯한 여러 가지 시대와 트렌드 변화에도 불구하고 힘든 연예계 생활을 그룹으로 함께 이어가기로 결정한다는 것은 트와이스를 비롯한 많은 아이돌들에게 큰 결심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들은 다른 무엇보다 자기 자신, 함께 하는 팀원들 그리고 꾸준히 사랑을 보내오는 팬들을 생각했을 것이다. 트와이스에게 '트와이스'가 어떤 의미인지는 박진영 프로듀서가 트와이스 멤버들의 이야기를 듣고 만들었다는 곡 'Feel Special'을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음악과 트와이스 그리고 원스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큰 결심을 해준 트와이스가 언제나 "I feel loved I feel so special" 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