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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점 Jul 29. 2022

우리 모두에겐 가장 잘 맞는 신발이 ITZY (있지)

ITZY 'CHECKMATE' 앨범 리뷰

ITZY(이하 있지)의 새로운 앨범 'CHECKMATE'에 대한 반응이 심상치 않다. 타이틀곡 'SNEAKERS' 뮤직비디오는 공개된 지 15시간 만에 유튜브 조회수 천만을 달성했고, 초동 판매량은 472,000장 이상을 기록했다. 대중의 관심은 고스란히 차트 성적으로 이어져 빌보드 200 차트에서 8위를 달성해 빌보드 앨범 차트 10위 안에 진입한 세 번째 K-팝 걸그룹이 되었다. 있지에게 커리어하이를 선사한 이번 앨범에 대한 반응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면 국내에서는 특히 콘셉트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실제 유튜브 내 ‘SNEAKERS’ 관련 콘텐츠에는 “드디어 감을 다시 잡은 듯”, “다시 원래 있지만의 당찬 콘셉트로 돌아와서 너무 좋은 것 같고…” 등의 댓글을 다수 볼 수 있다.


있지는 2019년 싱글 앨범 'IT'z Different'로 데뷔한 K팝 4세대 걸그룹이다. 타이틀 곡 '달라달라'로 시작한 있지의 음악은 현세대, 특히 MZ세대가 추구하는 가치를 담았다. 이들의 음악은 남녀 간의 사랑보다 자기 자신에게 주목하고, "세상의 중심에 선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멤버들의 뛰어난 실력과 퍼포먼스가 음악에서 드러나는 있지의 당당한 태도의 합리적인 근거로 작용한다. 이러한 이유로 있지는 4세대 K-팝 그룹의 대표적인 존재로 떠오르고 있으며,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뛰어난 실력으로 대중에게 사랑과 아티스트로서의 인정을 받고 있다. 첫 싱글 앨범 이후, 있지는 다양한 콘셉트를 시도하면서도 여전히 뛰어난, 오히려 더 성장해 온 각 멤버들의 기량과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며 있지의 필모그래피에 일관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있지의 음악이 걸어온 길 위에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한 노력도 보인다. 매너리즘,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함으로써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는 일(출처 네이버 국어사전)이다. 모든 아티스트들이 그러하듯 있지 역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콘셉트와 음악을 알고 있지만 그것만 할 수 있는 아티스트로 남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다. 멤버 류진도 "이번 노래 대박 신기해"라면 낯선 첫인상을 고백했지만 "근데 부르고 있어"로 곡의 중독성에 물든 곡, 이른바 "마며 드는" 곡,  '마. 피. 아. In the morning'이 대표적인 예다. 타이틀 곡으로 있지의 필모그래피를 훑어보자면 '달라달라', 'ICY', 'WANNABE', 'Not Shy', '마. 피. 아. In the morning', 'LOCO' 순서다. 타 그룹처럼 세계관을 바탕으로 전개되지 않은 있지의 음악은 나열된 타이틀곡만 봤을 때 어떠한 맥락을 찾을 수 없다. 있지의 필모그래피에서 일관성을 부여하는 것은 오로지 있지 멤버들의 목소리와 자기 자신에게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는 주제가 전부다.


그렇기에 이번 신보 'CHECKMATE'는 있지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의미가 된다. 타이틀 곡 'SNEAKERS'에서 있지는 데뷔 당시 '틴프레쉬', '틴크러쉬' 콘셉트를 다시 입었다.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당당함"에서 발전하여 "나의 길을 즐기겠다"라는 여유가 느껴지는 이번 신곡은 '달라달라', 'WANNABE' 등 있지에게 가장 잘 맞는 콘셉트와 음악 스타일로 이들에게 대중성을 선물했던 작곡팀 '별들의 전쟁'이 참여했다. 비주얼 콘셉트뿐만 아니라 음악적 콘셉트와 색깔도 있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만 모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신보는 있지의 초심을 드러내는 곡일까. 전혀 아니다. 이번 신보는 오히려 있지가 다양한 콘셉트와 음악을 도전하며 쌓은 내공과 4년 차 걸그룹다운 연륜이 드러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발랄한 무드를 유지하고 벌스부터 후렴까지 점차 빌드업을 쌓으면서도 당찬 분위기를 이어갔던 '달라달라'와 달리 이번 'SNEAKERS'에서는 곡 전개 중 무드 변화를 능숙하게 소화한다. 벌스의 통통 튀는 분위기가 "상관없어 call me trouble"로 시작되는 프리코러스에서 아련함을 더해 감성적으로 변했다가 "Put my sneakers on"이라고 외치는 코러스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당당한 태도로 돌아오며 모든 흐름은 튀는 곳 하나 없이 자연스럽다. 또한 2번 트랙 'RACER'에서는 하이브리드 트랩 사운드와 보컬라인이 화려하게 어우러져 도전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WHAT I WANT'와 'Free Fall'에서는 각기 다른 스타일의 베이스라인이 주요 사운드를 이루는 가운데, 있지의 목소리가 각 곡의 스타일에 맞춰 표현된다. 전체적으로 있지의 음악적 표현력과 스킬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이처럼 다양한 스타일과 장르를 넘나들며 곡을 소화하는 있지는 그들의 성장을 보여주며, 처음과 같은 콘셉트에 성숙한 매력을 더했다.


ITZY(있지) “SNEAKERS” M/V


한 마디로 지금 있지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신발을 고를 수 있는 안목뿐만 아니라 가장 잘 어울리게 코디할 능력까지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나에게 맞는 신발을 신은 있지는 어디를 향할까. 있지가 바라보는 곳 중 북미 시장이 있다는 것은 그동안의 영어 트랙들과 앨범들을 통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가장 잘 맞는 신발도 신었겠다, 갈 곳도 정해졌겠다. 더 큰 목표와 목표를 이룰 능력까지 분명한 있지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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