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안녕.
수개월 전부터 너를 보내주겠다 다짐하는 글을 몇개나 써놓고도, 결국은 내 마음 안에서 너를 더 키웠다. 너없이 사는 날을 그릴 수가 없었고, 온통 너로 행복한 날들이 가득했던 내 삶은 5월의 어느 날, 무참히 무너져버렸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글을 쓴다고 너를 보낼 수 있을지, 이 글이 또 다시 내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닐지 수많은 물음들이 내 눈을 가리고 마음을 헝큰다. 어쩌면 처음 겪는 단절이 아님에도 나는 어째서 이별이라는 것에 의연하지 못할까.
다른 이에게로 옮겨간 너의 마음은 행복한지, 우리의 길고도 짧았던 시간들이 한달도 안 되어 다른 사람을 맞이할 수 있을 정도로 가볍고 쉬운 것이었는지, 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그렇게 당당하게 해서 내 마음을 할퀴는 것인지, 너에게 묻고싶은 것들이 많다. 나도 너처럼 쉬이 지난 사랑을 뒤로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다만 나는 그 '책임감'과 '예의'라는 것에 마음이 사로잡혀 너처럼 행동할 수가 없다. 그런 마음을 낼 수가 없다. 그 누구도 너만큼 사랑스럽지 않다. 네 곁에 있음이 행복이었다. 내가 너의 사람이라, 네가 나의 사람이라, 내 인생에 찾아왔던 어떤 고통도 이겨낼 수 있었고 어떤 꿈도 포기할 수 있었다.
미운 사람. 내 숨이 멎는 꿈을 꾸게하는 사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데, 그렇다면 나는 그렇게 아프지 않았다. 나는 너를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아주 많이 사랑했다. 너는 나였다. 우리는 그런 사랑을 하기로 약속했었으니까. 서로의 인생에 마지막이 되자고 약속했었으니까. 그때의 우리에겐 서로 말고 볼 수 있는 것이 없었으니까.
여전히 잠에 드는 시간은 고통이다. 너와 사랑을 말하는 꿈에서 깨어나면 현실은 이별이 되고, 너와 이별을 말하는 꿈에서 깨어나면 현실은 도무지 몇번째인지도 셀 수 조차 없는 이별이 된다.
그 이별마저 끝내고 싶다. 우리가 계획을 세우던 어느 여름날, 너는 다른 사람과의 휴가를 보내고 있다. 이미 나를 떠난 너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허공에 대고 나를 안아달라 말하는 것과 같다.
괜찮다. 나는 정말 괜찮다.
어쩌면 안 괜찮을지라도, 네가 행복할 때 내가 불행할 수 있고, 내가 행복할 때 네가 불행할 수 있으니. 우리가 사랑을 하면서도 느꼈던 그 모든 순환들이 이별 뒤에도 흐를 뿐이니. 그저 그렇게 뒤를 돌아 걷기로 했으니 괜찮다. 나는 정말 괜찮다.
이제는 부디 나를 떠나줘
내 인생에 가장 찬란했던, 이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