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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지 Feb 23. 2023

<더 이상은 당신을 향한 글을 쓰고 싶지 않다>

당신에 대한 글을 4년이나 써왔다. 걷는 순간에도 마음으로 당신에게 글을 썼고, 노트북을 열고 글쓰는 프로그램을 여는 날도 당신에게만 글을 썼다. 손으로 쓰는 글도 당신을 향했고, 나를 드러내는 글도 뭐, 결국은 당신을 향하는 글이었다. 언젠가 당신에게 보여줄 글, 언젠가는 당신이 보길 바라는 글을 몇 년 동안이나 써왔다.


내가 썼다. 누가 쓰라고 하지도 않았고, 결국은 내가 쓴 글이었다. 마음에 당신이라는 슬픔이 가득 차 쓰여진 글이었다. 난 이제 당신을 떠올려도 슬프지 않다. 드디어 당신이 안타까울 뿐이다. 내가 가여웠는데, 이제는 당신이 가엽다. 당신 때문에 약을 먹던 내가 안쓰러웠는데, 이제는 나 때문에 약을 먹는다던 당신이 가엽다.


당신이 안쓰러워, 당신이 가여워, 당신이 서글퍼서 당신을 사랑했는데, 이젠 그 마음이 당신과의 이별을 말한다. 


이제 당신은 나의 저 머나먼 과거 속에 있는 사람. 나의 현재에는 끼어들 틈이 없는 존재. 이별 아닌 이별이었던 네 번째 이별에 우리는 드디어 서로를 놓아주었다. 진심으로 그 동안 나의 글감이 되어주어 고맙고, 사랑을 경험하게 해주어 고맙고, 어디가서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이별까지 알려주어 고맙다. 참 고맙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당신을 향한 글을 쓰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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