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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창 May 13. 2017

어떤 태그를 달아야 대통령이 이 글을 볼까?

대통령님께 


오늘은 대통령이 바뀐 지 사흘째 되는 날입니다. 첫날 했던 걱정을 지금 하고 있지는 않네요. 다행입니다. 

첫날에 이런 걱정을 했습니다. '지난 정권이 싸질러놓은 일이 너무 많아서 지금 대통령이 5년 내내 그 뒤처리만 하다 끝나면 어쩌지? 고생은 다 해놓고 티 나지 않은 일을 한다면 분명 대중들을 실망할 테고 언론은 다시금 총구를 겨눌 텐데. 다시 정권이 바뀌면 어쩌지?'

그런 고민을 했습니다. 우리는 슬픈 경험을 했었잖아요. 내가 뽑은, 내가 사랑하는 대통령을 잃은 경험 말이에요. 그 대통령은 오천만 국민을 돌봐줬는데, 오천만 명의 국민은 그 한 사람을 지키지 못했어요. 뼈가 시리도록 슬픈 경험이었어요. 하지만 이제 그런 걱정은 당분가 접어두려고 합니다. 대통령 당신이 사흘 동안에 행적 덕분입니다. 


사람은 이기적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죠. 내가 원하는 사람을 높은 자리에 올려놓고 나니 내 부탁 좀 들어달라 말하고 싶습니다. 새누리당이 이전 대통령에게 했던 것처럼요. 


대통령은 공무원을 80만 명 늘린다는 공약을 했습니다. 취업난과 경제활성의 마중물을 공무원이라고 생각하신 듯합니다. 저는 경제를 잘 모릅니다. 이 공약이 좋은 공약인지도 모를 정도로 경제를 잘 모릅니다. 아는 게 없어 느낀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노량진에 가면 공무원이 되려는 사람들이 모래알처럼 많아요. 노량진까지 안 가더라도 제 주변에 상당수입니다. 그들이 공무원을 꿈꾸는 이유는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들의 밥그릇이 탄탄하기 때문이죠. 평생 직업이 없는 시대에도 공무원은 정년을 60대까지 보장하니까요. 물론 일반화시키는 건 아닙니다. 사명감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생명에 관련된 일을 하는 공무원에 한정지어서 말이죠. 

저는 비단 소방서, 경찰관만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민원실에서 전화를 받아주는 분, 행정 서류에 도장을 찍는 분, 여권을 만들어주는 분, 주민등록등본 떼주는 분도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꼭 필요한 일이니까요. 그런데 공무원 중에 존경스러운 분들은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경험에 한정지어서 하는 단편적인 이야기입니다. 영혼없이 일하는 공무원 분들에게 다른 직장을 권유하고 싶더라고요. 그들이 영혼을 가득 채워 할 수 있는,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철밥통을 깨기가 싫어서 그냥 그 자리를 메우는 사람들이 아니길 바랍니다. 


제가 꿈꾸는 사회는 모두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도 잘 살 수 있는 나라입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 현실이 되는 세상 말이죠. '공대에 가야 취업이 잘된다', '인문대 90%가 논다' 이런 말이 없어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학교 성적이 좋았던 사람은 예외 없이 의사, 검사, 사짜가 됩니다. 저는 의사가 되어야 할 사람, 검사가 되어야 할 사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똑똑한 사람이 의사, 검사가 되는 사회가 싫습니다. 우병우 같은 사람이 검사 되는 사회가 싫습니다.  


모든 직업이 먹고살만한 직업이 되도록 만들어 주세요. 예술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동시대에 예술가는 물감 살 돈도 못 벌어요. 시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도 일 년에 5천 권을 못 팔아요. 엄마들은 길거리를 청소하는 환경 미화원을 가리키면 자식에게 '저렇게 안되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 해'라는 말을 합니다. 


비정규직 없는 사회 좋아요. 하지만 정규직도 낙낙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둘째 날 인천공항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내 일인 것처럼 기뻤습니다. 조금 씁쓸했던 건 비정규직 분들의 평균 연봉이 3천대라는 기사 내용이었죠. 저의 회사에 저는 정규직인데 2천만 원 받고 있거든요. 사실 조금 배가 아팠어요. 


참고로 저는 제 직업과 제 연봉에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우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합니다. 이 일을 4년 조금 넘게 하고 있는데 아직 월급이 200만 원이 안됩니다. 조금 팍팍하다고 생각하는데, 괜찮습니다. 나가사키 짬뽕이랑 소주를 먹고 싶을 때 먹고, 새벽에 퇴근할 때는 택시도 타고요, 한 달에 한두 번은 치킨도 먹습니다. 다행히 제가 좋아하는 일이 이 정도의 삶을 보장해줍니다. 저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경제적인 이유로 못하거나 그만두는 사람이 아직 많아요. 그들이 행복했으면 합니다. 

제가 하는 말이 실업 문제에 국한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육 문제를 포함해 사회 전체의 문제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은 저보다 훨씬 훌륭하고 멋있고 똑똑합니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으시죠. 공무원을 늘리겠다는 공약은 그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첫번째 붓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바라보고 있는 곳과 방향이 옳다면 기어가든, 뛰어가든, 어찌 되었든 그곳에 도달하리라고 믿습니다. 옳은 것을 추구하고 옳은 삶을 바라고 계시겠죠?


모두가 자신의 꿈을 가치 있게 여기고, 그 꿈으로 행복해지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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