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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창 May 10. 2017

24%의 악마

홍준표의 24%가 크게 와 닿았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가만히 있었는데 점심 먹으면서 적당한 비유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에 <디아블로>라는 게임에 빠져있었다. 쉬는 날마다 그 게임을 했다. 중독이었다.

 <디아블로>는 스토리가 제법 탄탄한 게임이다. 이 게임에 재미있는 스토리는 다 걷어내고, 골자로만 축약하면, 디아블로라는 악마를 처치하기 위해 영웅들이 이런저런 퀘스트를 수행하며 실마리를 찾고, 결국에는 박살 낸다는 이야기.


퀘스트가 꼭 퍼즐같지만은 않다. 퀘스트를 치루다보면 갑자기 게임 상의 가이드에게 배신을 당한다. 이렇게 함정에 빠지기도 하고, 궁극의 무기도 얻고, 중간 보스를 봉인하고, 천사의 봉인을 해제하고 뭐 이런 다양한 플롯들을 포함한다. 늘 그렇듯 종국에는 최종 보스인 악마 디아블로를 때려잡는다. 그런데 게임 회사도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후속편에 대한 실마리를 남겨놓는다.


이 게임에서는 '봉인석'이라는 실마리를 남긴다. 영웅은 악마를 때려잡아 봉인석에 가둔 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처한다. 그래서 자기 머리에 봉인석을 박아버리고, 스스로 지하에 갖힌다. 늘 그렇듯 악마는 비열한 웃음을 남기면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악마가 살아있다'는 식상한 맨트를 남기며 후일을 도모한다.

(실제로 악마는 후속편에서 영웅의 몸을 숙주로 삼아 다시 나타난다.)


24%가 그 봉인석 같다.

우리는 박근혜 게이트 수사를 촉구했고, 시위했고, 탄핵했다. 청문회를 진행하며 악의 세력들이 짓거리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끝내 밝혀내지 못한 것들이 여기저기 산재한 채로 대선을 준비했고, 10년 만에 정권을 바꿨다. 그리고 홍준표의 24%가 남았다.


새로운 대통령은 이제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은 채로 넘겨 맡은 나랏일을 해내야 한다. 맨땅을 일구는 일이 아니라 더러운 것을 치우고, 새로운 법과 체계를 만들어 기반을 다지고 그 위에 초석을 세워야 한다. 5년 내내 쓰레기만 치우다가 끝날지도 모른다. 가장 불행한 정권을 물려받은 가장 불행한 대통령이다.(답도 없는 다른 나라의 수상들, 대통령들과 풀어내야 할 외교문제는 우선은 차치한다.)

 

대통령이 가진 능력의 200%를 발휘한다 해도 그의 노력은 빛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결국 언론과 그를 뽑지 않은 사람들은 대통령을 비난할 것이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 끈질기게 괴롭힐 것이다.

 

24%가 지속적으로 대통령을 괴롭힐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을 잠식해 나갈 것이다. 24%는 세력을 확장하고, 다음 대선 때 홍준표 같은 새로운 숙주를 통해 악마처럼 부활할 것이다.

 

나는 홍준표 외 자유한국당, 과거 새누리당의 잔재들이 절대 사라지지 않는 악마처럼 느껴진다. 탐욕에 사로 잡힌 사람들은 절대로 탐욕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누구나 탐욕이 마음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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