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내가 20살이 되던 해, 추석 연휴 엄마의 생일이 지나고 이틀 뒤 엄마는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났다. 사망원인은 뇌출혈을 동반한 급성 뇌경색, 믿기 힘든 이유로 엄마는 눈을 감고 뜨질 못했다. 당시 나는 학교로 올라가기 위해 버스터미널에 가려했고 몸이 아파 병원에 있는 엄마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잔병이 많던 엄마가 많이 피곤해서 몸살이 났구나 싶었다. 하지만 오빠에게 다급하게 전화가 왔고, 나는 캐리어를 끌고 택시를 타 병원으로 향했다. 그렇게 응급실에 도착했고 울며 나오는 오빠의 모습을 보니 실감이 났다. 너무 무서웠다. 눈 한번 질끈 감고 엄마를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스스로 숨을 쉬기 어려운 상태로 기계에 의지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 온통 머릿속은 하얘지고 손은 떨리고 눈물은 하염없이 흘렀다. 아빠가 왔고 아빠는 당신이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고 일어나라고 하염없이 소리쳤지만 나는 그 날 이후로 엄마의 목소리, 눈빛을 보고 듣지도 못했다. 큰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뇌세포가 다 죽어버린 엄마는 더는 견디지 못하고 다음 날 숨을 거두었다. 병원의 문제도 있었고 알지 못했던 우리도 문제였지만, 그동안 나를 이렇게나 키워준 엄마가 세상에 없다는 게 너무나도 큰 문제였다.
날 지탱해주던 모든 기둥들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고 가족들과 함께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휴학을 했다. 여행을 가기 위해 돈을 모으려고 시작했던 맥주집도 그만두고 본가에 내려와 아빠를 도와 엄마와 관련된 것들을 정리했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 문득 엄마 생전에 여행을 보내주겠다고 설레발치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무작정 홀로 유럽여행을 계획했다. 혼자가 아닌 엄마와의 여행이라고 생각하며 조그마한 엄마와 나를 그렸다. 그렇게 엄마 없이 가는 모녀 여행이 시작되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엄마가 떠올라 엄마에게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하니 늘 옆에 있을 것 같았던 엄마를 만날 순 없어도 마음속에 품을 수 있었다.
20년 동안 무너질 것 같던 나를 늘 지탱해주던 엄마에게, 제일 좋아하던 산이 보이는 곳에 묻혀 하루 종일 우리를 그리워하고 있을 엄마에게, 여전히 내 마음속에 있는 엄마에게
쓰는 일기를 모으고 모아서 하늘나라로 보내는 꿈을 꾸고 있는 주근깨 소녀의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