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인천공항에 도착했어. 버스를 타기 위해 광양에서 순천으로 오빠가 나를 데려다주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밤이라 그런가?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하고, 엄마에게 가는 기분이기도 하고.
집을 나오는 길에 아빠가 그러더라, 아빠 두 번 울지 않게 조심히 잘 다녀오라고, 아빠의 첫 눈물은 엄마였고 두 번째 눈물마저 나로 인해 흐르지 않게 내가 조심 또 조심해야겠지.
엄마가 떠나고 나와 아빠는 엄마의 흔적들을 찾아 정리를 하고 빈자리들을 메꾸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갑자기 엄마와 했던 약속이 떠올라서 여행을 떠나게 됐네. 용기는 이렇게 어느 순간 금방 생겨버리는 걸까. 아니면 엄마 덕분에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던 용기가 꿈틀거리다가 더 이상 숨질 못하고 나오게 된 걸까?
밤마다 나와 가족들은 눈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어. 가슴에 멍이 들고 결국엔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하고 아파서 그런가 봐. 며칠 전까지만 해도 돈 때문에 혼이 나 울면서 미안하다고 하던 나, 그런 딸이 안쓰러웠는지 몇 시간도 안돼서 바로 전화를 걸어 다른 말로 나에게 애교를 부리며 기분을 풀어주던 엄마, 첫 월급을 타서 사준 예쁜 블라우스는 딸을 만나는 날에만 입고 나와 웃으며 반겨주던 엄마, 생일날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소원을 빌고 함께 웃으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하던 엄마, 하필 추석에 몸이 아파서 방에 누워만 있던 엄마, 아픈 엄마 옆에 누워서 얘기를 나누며 같이 TV를 보던 딸, 다음 날, 몸이 너무 아파서 입원을 하러 병원으로 향하는 엄마, 그 뒷모습을 보며 조심히 다녀오라고 하는 딸, 결국엔 그게 마지막 인사가 되어버린 날,
한 번이라도 엄마가 눈을 뜨고 나를 봐줬으면 했는데, 한 번이라도 엄마가 사랑한다고 말해줬으면 했는데, 얼마나 힘들었길래 그것도 못해주고 갔을까, 사실 아주 살짝 원망스럽기도 했어. 그렇게 하루하루를 그리움과 눈물로 지내다 보니까 예전에 엄마와 했던 이야기들이 생각이 나더라. 여행 가자고 꼭 가자고, 내가 엄마에게 사랑해라는 말 다음으로 가장 많이 한 말인데, 기억해? 엄마는 그냥 흘려들었겠지만, 그걸 말하는 나는 항상 머릿속에 엄마랑 여행을 가는 상상을 하고 있었고, 어디를 갈까, 어디를 가야 엄마가 좋아할까 라는 생각을 했었어.
그런데 엄마는 기다려주지 않았고, 결국엔 지금 나 혼자 공항에 앉아있어.
설레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 자랑스러운 딸이 되려고 약속을 지키는 딸이 되려고 하는 나를 지켜줘. 아직은 엄마가 옆에 있는 것 같아. 아직은 엄마가 날 지켜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