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by 깨지

베를린에 도착하니 너무 어두워져서 곧장 숙소로 향했다. 아무도 없겠지 싶었는데 외국인 친구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영어 초보자인 나는 런던에선 숙소에서 외국인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제대로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었고 베를린에서 외국인들과의 첫인사를 하게 되자 무척이나 설레고 떨렸다. 엄마와의 첫인사는 어땠을까.


10개월간 엄마를 만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엄마도 나를 만나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무척이나 설레고 떨렸을 텐데, 6월, 드디어 우리의 만남은 시작되었고 우렁찬 울음소리로 첫인사를 나눴다. 10개월 동안 나를 지켜줘서 너무 고맙다고 앞으로 잘해보겠다고 울음으로 이야기를 하고 엄마는 웃음으로 대답한다. 건강하게 잘 자라 달라고.


마지막 인사는 어땠을까,


아직은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마지막 인사를 해야 했다. 20년 동안 내가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지켜봐 줘서 고맙다고, 나를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잘 해내도록 힘을 길러줘서 너무 고맙다고 엄마한테 고마운 게 너무 많은데 나는 엄마에게 고마운 일을 한 게 없는 것 같아서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고 사실은 이렇게 갑자기 떠날 줄 몰랐고 내가 너무 무심했다고 다음엔 꼭 내 딸로 태어나줬으면 좋겠어,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니 엄마도 호흡기 속 따뜻한 입김과 의식은 없지만 흐르고 있는 눈물로 인사를 해준다.

첫인사를 한지 얼마 된 것 같지 않지만 우린 그렇게 갑작스러운 마지막 인사까지 하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