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오랜 친구를 만났다.
털털하고 화끈하지만 눈물 많은 엄마의 친구는 오늘도 나를 보며 눈물을 애써 감추려 하지만 술 한 잔씩 들어갈수록 참지 못해 눈물을 터트리셨다. 내가 위로를 받아야 할 상황인지 그분을 위로를 해야 할 상황인지 구분을 못할 만큼 그분의 슬픔이 담겨있는 눈빛에 살짝 당황스럽긴 했다.
내 손을 만지작거리며 살짝 취한 말투로 미안하다며 몇 년째 듣는 엄마의 이야기를 꺼낸다.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가 돌아가시던 해, 내 걱정을 아주 많이 했다고 말이다. 엄마는 내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분에게 내가 강해졌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는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엄마에겐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나는 늘 씩씩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숨겨지지 않았나 보다.
최근에는 더욱 내가 엄마와 무척 닮았다고 생각한다. 강한 척, 센척하지만 눈물 많고 혼자 슬픔을 이겨내려고 숨기는 내 모습에서 지난날의 엄마 모습이 떠올려진다.
엄마는 내가 엄마와 닮은 모습을 보고 강해졌으면 했나보다.
나는 이제서야 내가 강한 사람이 아니라고 느끼는데 이미 엄마는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았나 보다.
그래서 오늘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떠올라 글을 깨작깨작 써본다.
' 엄마, 나 강해지도록 해볼게요, 엄마가 자신의 삶에서 내가 닮지않았으면 하는 부분을 내가 닮지않을게요. 슬픔을 숨기지않고 혼자 앓지 않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이겨내고 강해져서 엄마가 자신에게 바랬었을 것 같던 것들을 내가 해내볼게요. 엄마의 삶에서 후회가 되버린 것들을 내가 해내어 당신의 몫까지 경험하고 느껴서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면 그때 이야기를 해드릴께요. 나는 그 날까지 당신과 나를 생각하며 내 삶을 그려낼꺼에요. 사랑합니다. 함께했던 20년 하루도 빠짐없이 당신을 사랑했고 당신이 없는 이후의 하루하루도 빠짐없이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