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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동촉발 노란초 Jan 21. 2020

3) 적은 경지면적으로 더 많은 식량을 만드는 정밀농업

정리했던 기술트랜드 2019 시리즈 3. 바이오

산업의 사회적 중요도를 판단할 때 흔히 산출물의 화폐적 가치를 이용한다. 2017년 기준으로 농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 내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농업의 가치는 수자원 함양, 천연 정화조, 토양유실 방지 등의 환경보전, 식품안전, 식량 안보와 같은 공공재적 기능에 더 치우쳐 있다. 이러한 공익적 가치는 약 200조원에 달하지만 거래되는 시장이 존재하지 않아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농업은 최신의 기술들이 해결해야 하는 마지막 과제이다. 우리는 지금 이 분야의 거대한 혁신의 출발점에 서 있다.”


빌 게이츠의 말처럼 세계 인구가 증가하는 것에 비해 경지면적의 증가가 그를 따라잡지 못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한정된 경지면적 내에서 높은 생산성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또한 인간에게 유리한 품종만을 인위적으로 선택해오면서 우리가 기르는 많은 작물과 가축들의 유전적 다양성이 현저히 상실되었다. 특히 유전자변형 농작물의 재배가 확대되면서 일부에서는 토종 품종이 점차 사라지고, 생산성이 좋은 소수의 품종만이 살아남는 등 유전 자원의 획일화를 우려하고 있다.


세계자연보호재단(Worldwide Fund for Nature)에 따르면, 생물다양성이란 수백만여 종의 동식물, 미생물, 그들이 담고 있는 유전자, 그리고 그들의 환경을 구성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생태계 등 지구상에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의 풍요로움이다. 전 국립생물원 원장 최재천 교수는 생태계의 균형을 젠가(Jenga) 게임3에 비유하며, 자연계를 구성하는 모든 종들은 다 상호의존적이기 때문에 언제 어떤 종이 사라졌을 때 생태계 전체가 와르르 무너져 내릴 지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것은 우리 인류의 생존과 안녕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인 것이다.


역설적인 듯 하나, 유전자 다양성, 종 다양성, 생태계 다양성으로 이루어지는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데 있어 바이오 기술의 꾸준한 개발과 적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갖가지 현안 중에서 지속가능한 생산성 증가에 대해서 ICT를 활용한 “스마트팜(Smart Farming)”이 대안으로 주목되고 있다.


스마트팜(Smart Farming)”은 비닐하우스, 축사, 과수원 등에 ICT기술을 접목하여 원격, 자동으로 작물과 가축의 환경을 유지, 관리 할 수 있는 농장을 위미한다.


현재는 SW로 온습도. 일사량 조절과 양분 자동 공급 및 창문 개폐하는 수준이지만 향후에는 재배 패턴을 분석해 유사한 작물에 대해 우수한 패턴을 제시하여 재배환경을 자동으로 관리하거나 로봇이 자동으로 작물의 병충해관리와 생육을 담당하여 노령화로 인한 노동력 축소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을 유지하거나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밭 작물의 공급 부족으로 인한 농산물 수급 불균형과 식량 자급률이 낮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스마트팜의 경우에는 노지에 설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보급에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개념이 바로 “정밀농업”이다. “정밀농업”이란 땅의 특성이나 작물의 특성에 따라 수확량과 품질에 차이가 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치 특성에 맞는 작물 처방을 기반하여 적은 노동력으로도 생산성을 높인 정보화 농업을 이야기한다.


정밀농업을 하기 위해서는 센서기술, ICT기술, 정보관리, 화공 등의 다양한 기술들이 융복합되어야 한다.


한 예로 비료가 녹아 흡수되는 속도를 제어함으로써 작물의 전 재배기간에 걸쳐 순차적으로 양분을 공급할 수 있게 한 코팅비료(CRF, Control Released Fertilizer)부터 변량시비장치를 활용해서 화학비료 및 비용을 절감하는 등 다양한 사례들이 한국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농업선진국인 미국의 경우에는 이런 정밀농업 시스템을 도입하여 전체 농가의 40% 이상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소수의 인력이 대농장을 경영할 수 있다. 또한 부족한 양분과 취약한 병출해 관리가 가능해짐에 따라 농업의 불확실성이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밝혀진 후 농업인연합체에서 팜 로그, 3D 농작물 스캐너 ZEA, 프레이트 팜스와 같은 SW기업이나 정밀농업 플랫폼을 만들어 보급하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의 Metos 社의 경우 정밀농업 통합솔루션을 상용화하여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수출하고 있다. 정밀농업에 필요한 센서나 농기계 업체와 제휴를 맺고 보급을 희망하는 국가에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 정밀농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면서 글로벌 시장은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육종 방식에도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초고속 DNA 염기서열분석기가 등장하고 DNA 표지 확인을 통해 약 1년에서 최대 5년까지 걸리는 수확시기를 기다리지 않고 확인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하는 색, 맛, 단단함 등의 형질이 나타났는지 물리적으로 확인하는 ‘Wait and See’ 기간을 최소화 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품종 개발에까지 걸리는 시간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DNA 표지 육종(DNA marker-assisted breeding) 방식이라고 하는 첨단의 육종 기술로 벼의 경우 기존에 약 10년이 걸리던 육종기간을 3~5년 단축할 수 있다. DNA 표지 육종 방식에서는 묘목의 작은 잎만으로도 생산성, 품질, 병 저항성 등의 표지 분석을 통해 향후 어떠한 형질의 작물로 자라날지 예측할 수 있다.


GM 기술은 인구 증가 및 경작지 축소로 인한 미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술이라는 공감대가 점차 형성되면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에는 쌀, 밀과 같은 작물도 GM 작물이 개발될 예정이며 재배 지역도 중국 등 보다 많은 국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Monsanto, Bayer 등 기업에서는 GM 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국민들의 거부감으로 인해 정부에서 목화를 제외하고는 아직 GM 작물 재배 허가를 하지 않았지만 최근 정부에서 GM 작물 반대 보고서에 대해 반박하고 관영 매체에서 GM 작물 개발 필요성 및 안전성을 설명하는 보도와 프로그램을 쏟아내는 등 부정적 이미지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기술 개발 관점에서 보면 향후 인체 유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좀더 정교한 유전자 분석 및 조작 방법들이 적용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유전자변형은 원하는 외래 유전자를 작물에 도입하기 위해 주로 박테리아(agrobacterium tumefaciens)를 사용한 데 반해 최근의 유전자 편집 기술은 유전자 가위(CRISPR/Cas9)를 사용해 외래유전자의 도입 없이 작물 내의 원하는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교정할 수 있다. 미국 농무부(USDA)는 최근 유전자 편집 기술을 사용해 갈변증 유발 유전자가 제거된 버섯과, 농작물의 대표적 병충해인 흰가루병 유발 유전자가 제거된 밀을 유전자변형작물로 규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외래 유전자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이다. 이 방법은 외부로부터 특정 유전자를 결합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부 유전자 억제라는 자연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전자 조작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식품 분야에서도 미국의 벤처 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15년 Economist에서는 식물성 단백질들을 사용하여 고기와 같은 맛과 느낌을 내는 제품을 개발하는 벤처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중점 보도했다. 이들은 과거 콩 등을 단순 가공해서 고기 형태로 만들었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Microsoft 빌게이츠가 미래 유망 식품 기업으로 언급한 Hampton Creek라는 기업의 경우 ‘Just Mayo’라고 해서 기존의 마요네즈와 달리 계란을 사용하지 않고 식물성 단백질만을 사용해서 보다 건강에 유익하면서도 기존 마요네즈보다 더 감미로운 맛을 내는 제품을 출시했다. 최근 미국 최대 식품 판매 체인 중 하나인 Whole Food Market에서 베스트 셀러가 될 정도로 미국 내에서의 Just Mayo 제품은 가히 선풍적이다. 기존 마요네즈 제품을 생산, 판매하던 Unilever에서 상표 문제로 소송을 냈다가 대기업이 유망 중소 기업을 죽이려고 한다는 여론이 팽배해지고 Hampton Creek에 1억 2천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금이 몰리자 슬그머니 소송을 취하하기도 했다.


 Hampton Creek의 성공 비결은 식물 자원에 분포되어 있는 엄청나게 많은 단백질을 분석, 해석해서 최적의 단백질을 선택하는 능력이다. 지구상에는 40만 개가 넘는 식물 종이 있으며 각각은 수만 개의 단백질을 내포하고 있다. Hampton Creek은 이들 단백질들을 분석해서 마요네즈 등과 같은 기존 식품과 동일한 맛을 내는 단백질들을 찾아 결합시킨 것이다. 이를 위해 구글맵의 데이터 분석가를 부사장으로 영입하였고 결과적으로 마요네즈와 거의 유사한 맛을 내는 단백질을 찾아냈다. 바이오와 데이터 분석 기술의 융합이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내에는 Hampton Creek와 유사한 기업들이 많다. Impossible Food라는 회사는 식물 기반의 고기와 치즈를 사용한 햄버거를 출시하는 등 다양한 식품들을 생산하고 있으며 Beyond Meat, Soylent 등 벤처 기업들이 식물 기반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경작지를 증가시키는데 필연적으로 한계가 올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 농축산업에서의 바이오산업은 그동안 우리가 장시간 봐왔던 농촌지역의 풍경을 바꾸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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