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다섯에 쓰는 백수 예찬 - 1화

나를 위한 글쓰기, 밥벌이를 위한 글쓰기

by 권오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국어 시간에 글을 써서 내면 종종 학교 신문에 실리기도 했었고, 대학시절 과실의 낙서장에 이런저런 글을 써놓으면 가끔씩 선배나 후배들이 내 글을 이야기하기도 했었다. 취업을 하고 나서는 '나를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남을 위한' 글을 쓰는 것으로 밥벌이를 시작했다. 사실 직장인들이 업무시간에 하는 대부분의 일은 어떤 사안에 대해 이해를 하고 그것을 글로 쓰는 것이다.

직장에서 쓰이는 글은 연구원이 쓰는 멋진 표지가 달린 보고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업사원이 내는 실적 보고서도 '글'이고, 어떤 문제가 생겨서 쓰는 '이메일'도 글이다.


다만, 회사에서 쓰는 글은 철저하게 '남'을 위해 쓰는 글이다. 그리고, 대부분 그 '남'은 주로 '상사'이다. 상사가 보고 이해를 잘할 수 있게 글을 쓰면 나는 유능한 부하직원이 되는 것이고, 읽었을 때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으면, 나는 무능한 직원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잘 쓰는' 것은 직장생활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이제 '남을 위한 글쓰기'에 지쳤다. 그래서 이제 오직 '나'를 위해서만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시작은 매우 단순했다. 작년부터 시작한 미국 주식 투자가 올해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수익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재미가 붙었고 블로그에 한 종목을 선정해서 '주식 투자 일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투자 전문가도 아니고, 주식 전문가는 더더욱 아니었지만, 그 회사는 신기술을 세상에 적용시키는 회사였고, CEO도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이라 쓸거리는 넘쳐났다.


내가 쓴 글에 하트가 달리고,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고, 이것은 생각보다 괜찮은 재미를 가져다주었다. 아직 댓글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이상한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댓글들이 대부분이었다.


용기를 얻은 나는 내가 쓴 글을 바탕으로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제목은 내 블로그와 동일한 '주식 일기'였다.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구독자는 600명을 넘겼다. 놀라울 정도는 아니었으나 예상한 것보다는 훨씬 반응이 좋았다. 내가 소재로 삼은 주식의 수익률이 좋고, 워낙 이슈몰이는 하는 회사인 측면도 있었겠지만, 내가 올린 영상에 반응이 온다는 것은 꽤나 신기한 일이었다.


글을 쓰는 일 자체에 기쁨을 느낀 것이 도대체 얼마만의 일인가? 더불어서 회사 업무에 대한 흥미는 반감되기 시작했다. 주식계좌의 돈은 늘어만 갔고, 어느새 일 년간 수익금이 연봉의 두 배가 넘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마, 이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회사를 때려치우고, 내가 쓰고 싶은 글만 쓰면서 살겠다고 결심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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