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우리들의 어머니는 그 모든 수고와 마음씀의 근간은 사랑이다. 헌신이다. 무조건이다. 그래서 더 절실하고 간절한 만큼 상대방에겐 부담이 되고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한 종편채널의 상담 프로그램에서 들려온 말들인데, 불현듯 뇌리에 훅 박히는 의문의 긴장감이 돈다. 요즘 핫피플로 주목받고 있는 정신건강 분야의 권위자로 떠오르는 오은영 박사의 코멘트였다.
결국은 소통방법이 아닐까? 그 방법은 듣는 자, 받는 자의 조건과 수용성을 살피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 수용성은 상대방의 말이나 의도, 요구에 대응할 만한 여건이나 상황은 되는지와 그것에 대응하고 반응해줄 준비와 역량은 되는 지로 나누어진다.
진로취업 상담 분야라면 더욱 선명하게 불거지는 문제다.
상대방의 여건(상황, 환경, 조건)과 능력(의지, 가능성 등)이다.
진로취업상담을 하게 된 대상과 상황에 따라 내담자(상담 참가자)의 상담 수요와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과 범위는 천차만별이다.
“내가 왜 떨어졌는지 그 이유라도 알았으면 좋겠다.”
“취업고민을 나눌 멘토가 없어서 제일 어렵고 난감하다.”
2~3년 전 한 취업포털에서 조사, 발표한 내용에서 취준생들이 나타낸 하소연에 가까운 공통된 반응들이다.
# 사례.1
자소서 내용을 재설계하다 보니 왜 스포츠마케팅을 하려고 했는지, 고등학교 때 부상을 입기 전까지 선수 생활했다는 점 외엔 그 어떤 연결 내용이 없다.
# 사례.2
회계사나 감정평가사를 준비한다는 친구도 두 분야가 완전 다른 분야임에도 유사, 퓨전 분야라 생각하고 성적이나 주변 평가대로 수리능력이 좋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동기부여도 없었다.
# 사례.3
유튜브 채널 운영과 학보사 경력으로 중소 홍보대행사에서 온라인 마케팅을 담당했다. 내 아이템을 글, 이미지, 동영상으로 SNS와 같은 온라인, 모바일에 노출시키는 것인데 콘텐츠를 짧고 빈번하게 업데이트하는 부분에서 힘이 부치고, 포스팅을 올리는 채널 관리, 노출과 반응(팔로우) 관리 등에서 일찌감치 피로도를 느끼고 흥미를 잃어버렸다.
위 3가지 사례는 흔히들 접하는 진로설정 오류나 미흡함에서 파생된 것이다.
진로취업상담분야에서 중요시한다는 자기분석, 자기설계 부분이고 진로설정·수립, 커리어디자인, 커리어로드맵 설계단계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고졸 취업자는 물론이고 대졸 취업자나 심지어 시니어급 경력자들도 의외로 취약한 지점이다. 구조적 실업 못지않게 노동시장 미스매칭의 근본적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현실은 사뭇 안타깝다.
내담자가 작성해 온 입사지원서를 컨설팅하고, 이를 토대로 지원분야에 부합된 구인정보를 분석하고 직무매칭 후 적정 알선까지 원활하게 지원해주는 상담이 아마도 대부분이다.
중요한 허점은 ‘진로취업상담사’의 주된 역할이 ‘취업상담+잡매칭’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내담자 초기상담 전에, 자소서 컨설팅 전에, 내담자 중심의 오롯한 진로설계가 생략되어 있다. 이는 행선지도 모르고 차에 오르는 것이고, 어떤 자리에 가는지도 모르고 옷장부터 뒤적이는 모양새다.
‘상담 전’ 진로설계, ‘취업 후’ 적응 지원, 경력관리까지 봐야
또한 입사 초기 1~3개월은 소속 부서(조직) 적응과 직무 적응을 위한 멘토링과 관심이 필요할 때다. 물론 부서 구성원과 HR 부서의 역할이 우선이지만 알선을 해준 상담사의 심리적 지지와 코칭이 소중한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조기 이탈률과 퇴사율을 줄이는 지점이기도 하다.
‘진로취업상담사’는 목전의 취업전략과 준비도 기민해야겠지만, 최소한의 시간이 확보된다면 희망하는 구직자 중심으로 진로설계부터 취업과정, 입직 후 경력관리, 재취업까지 생애설계 측면에서 함께 바라보고, 설계하고, 구조화해가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지원분야가 명확해지고, 직무수행 요건에 필요한 역량이 준비되고, 그 업무에 필요한 역할도 배우고 적용해가면서 진짜 자신의 동기와 의미를 확인하게 된다. 그것들이 입사 후 현장에 실제 접목되면서 입직 초기의 불안감과 버거움을 극복해가면서 자기 검증의 터널을 통과해가는 것이다.
직업은 자신의 기질과 성향 등 본연의 DNA를 발휘할 수 있는 가장 체계적이고 일상적인 활동 배경이고, 조직과 외부고객 등 관계집단이나 개인들과 숱한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함께 재미와 의미를 쌓아가는 거점이다. 때문에 취업과 입직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보다 더 일찍, 더 여유시간을 두고 자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변화 인식을 통한 자기주도적인 ‘커리어로드맵’이 선결되어야 한다.
물론 그 로드맵은 수정되고 보완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진짜 자신과 일의 궁합을 찾아가는 것이고 시장과 사회에서도 검증을 받아가면서 ‘효능감’과 ‘성취감’도 쌓여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