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가 내게 마음 써준 것을 더 오래 기억한다.
*이 글은, 좋은 때 좋은 것을 나눌 줄 아시는 지인 분의 이야기를
1편과 2편(후속 편:누군가의 진심이 내게로 왔다)으로 나누어 담은 기록입니다.
그해 여름, 먹었던 재래종 살구.
누군가 정성껏 건넨 살구 하나 속에는
그 과일보다 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마음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노란 살구가 익어가는 계절.
이맘때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과실이 있다.
살구빛의 주인공, 살구.
햇살 아래 노랗게 물든 살구를 반으로 갈라 보면,
부드러운 속살이 조심스레 얼굴을 드러낸다.
껍질은 약간 새큼하지만,
속살의 단맛은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마치 오래된 기억을 떠올릴 때처럼,
입 안 가득 옛정이 번져온다.
그 살구를,
한 아름 안고 오신 분이 계셨다.
“좋은 건, 제일 좋을 때 나눠야지요.”
그분은 늘 그렇게 말씀하셨고,
늘 그렇게 살아가셨다.
살구를 박스에 곱게 포장해
받는 이의 마음까지 포근해지게 만든 정성.
그 살구를 받아 든 순간,
나는 한껏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따뜻한 마음이
과일처럼 내 손안에 들어온 것이다.
그 살구는 그분 고향에서 직접 따온 재래종이었다.
밭에서 막 수확해 숨 돌릴 틈도 없이
먼 길을 달려와 건네주신 선물.
그 맛은 지금도 또렷하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렇게 달고, 그렇게 향긋한 살구는 없었다.
그 살구의 맛은
당도보다 더한,
한 사람의 진심이 스며든 맛이었다.
그때 나는 그저 “감사해요” 한마디로 마음을 전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말만으론 너무도 부족했다.
이왕이면,
살구를 하트 모양으로 예쁘게 꾸미고
그 위에 작은 손편지라도 써 올려
사진 한 장이라도 보내드렸더라면.
감사한 나의 마음이
조금은 더 잘 전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분은 살구뿐 아니라
수미감자도 직접 밭에서 캐어
가끔 나눠주시곤 했다.
그 손길 하나하나에 담긴
노고와 따스함은
그 시절, 별반 다르지 않을 내 일상에
소중한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행복에 대해 알게 되었다.
행복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는 것.
이웃과 함께
좋은 마음을 나누고 보답할 때,
비로소 더 깊고 풍성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잊지 못할 맛보다,
잊지 못할 마음을 더 오래 기억하게 된다.
무엇을 먹었는지보다
누가 내게 마음을 써주었는지를
사람은 더 오래, 더 깊이 기억하며 살아간다.
지금도 그분의 고향 살구나무엔
노란 살구빛보다 더 따뜻한 진심이
주렁주렁 달려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나도…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살구 한 아름을 나누듯
마음을 조심스레 전할 줄 아는 사람.
누군가의 기억 속에
“그때 그 사람, 참 따뜻했지.”
그 한마디로 남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행복이란,
살구처럼 익어가는 마음을
소중히 건네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