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 노통브 <두려움과 떨림>

by 읽는 인간

아멜리 노통브의 <두려움과 떨림>은

아멜리라는 벨기에 여성의 좌충우돌, 파란만장 일본 회사 체험기이다. 주인공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일본에서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낸

추억이 있는 아멜리는 잃어버린 고향처럼 동경하고 그리워하던 일본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쁘다. 그러나 그녀는 출근 첫날부터 일본 조직문화의 경직된 위계질서와

종교에 가까운 권위주의의 제물이 된다.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돌아오는 것은 상사의 호통이고, 실수에 대한 해명을 시도하면 건방지다고 분노를 산다.

좋은 마음으로 시키지 않은 일을 하면

남의 일자리를 빼앗으려 한다고 질타와 비난이 쏟아진다. 절차와 규정, 형식과 일본식 체면에 어긋나는 모든 행위와 시도는 이교도가 받을 법한 질시와 혐오와 처절한 응징의 대상이다.


상사가 받은 골프모임 초대장에 영문으로 답장을 쓰는 일로 시작해서

차(茶) 심부름하기, 동료들에게 우편물 전달하기, 골프클럽 규정 복사하기, 송장 정리하기 등

그녀가 회사에서 한 모든 업무에서 입증된 것은

의심의 여지없는 그녀의 어리석음과 무능뿐이다.

신제품 저지방 버터와 관련한 업무에서 아멜리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추앙해 마지않던 상사 후부키의 미움을 사게 되고 광기에 가까운 복수극의 제물이 된다. 결국 1년의 계약 기간 중 마지막 7개월은 화장실 관리 업무를 맡게 되고,

그녀의 일본 회사 체험은 철저한 조롱 속에 막을 내린다.


이렇게 줄거리만 보면 대단히 어둡고 절망적인 내용이지만 작품의 분위기는 작가 특유의 유머감각과 통렬한 풍자로 더없이 재미있고 유쾌하기까지 하다. 인간의 어리석음과 인간관계의 고통을 이렇듯 유쾌하게 그리는 것이야말로 노통브의 탁월한 재능이자 개성이다. 작가는 시종일관 신랄하고 통쾌하게 일본 사회의 경직성과 신앙에 가까운 위계질서를 냉소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회적, 문화적 억압을 내면화한 '회사 인간' 일본인을 연민한다.


“불쌍한 사이토 씨. 도리어 내가 그에게 힘을 북돋아 주어야 했다. 직장에서 어느 정도 승진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는 수많은 일본 남자 중 하나일 뿐이었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건 확실하지만, 유약하고 상상력이 없어서 절대 폄훼하지는 못할 제도의 노예이면서, 동시에 그 제도의 부름을 받드는 서투른 사형집행인.” (p.137)


제목의 ‘두려움과 떨림’이라는 표현은 과거 일본 황실의 의전儀典에, 천황을 알현할 때는 ‘두려움과 떨림’을 느껴야 한다는 규정에서 차용한 것이다.

결국 '회사 인간'인 상사들이 이방인 아멜리에게 원한 것은 외국어 능력도 진취적 태도도 아니었다. '회사'라는 절대자에게 마땅히 가져야 할 '두려움과 떨림 ', 외경의 자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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