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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두리e Nov 28. 2023

십 대의 수학을 위한 작은 예의

타인을 위한 선택

A는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다. 5학년 때부터 수업을 했다. 개념이나 공부 한 내용을 잘 잊어먹는다. 집중력이 낮다. 매일 과제를 내주지만 학원 오기 전 날에 몰아서 하는 것 같다. 과제 중 항상 1~2 페이지를 덜 해 온다. 수업 후 남겨서 못한 과제를 다 하도록 했지만 행동수정은 없었다. 그래서 무릎 꿇고 의자를 들게 했다. 1시간가량 2번 정도 의자를 드는 벌을 수행시켰더니 이제 과제는 끝까지 해서 온다. 요즈음은 식을 적는 문제로 다시 대립 중이다. 식을 적지 않고 객관식 사지선다 번호에 체크만 되어있다. 수업 때마다 말을 해도 고쳐지지 않는다.


B는 예비 고등 남학생이다. 중학교 3학년 이맘때쯤이면 새로 명명받는 학년이름이다. 중학교 3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나와 공부를 시작했으니 6개월째이다. 원래 성격이 내성적이고 질문을 잘하지 않으며 모르는 것들도 그냥 넘어간 듯하다. 코로나의 여파도 있겠지만 초등학교 5학년 수학부터 군데군데 구멍이 보인다. 고등수학을 준비 중인데 과제를 해 오지 않고 공식 암기도 해오지 않아 매번 빡빡이를 쓰기도 한다. 암기력이 약하고 많은 텍스트 글을 읽기 힘들어하는 것 같다. 매일 와서 수학을 하고 개념서 공부하는 법을 설명하지만 10문제 미만의 과제도 건너뛸 때가 있다.




수학을 공부하는 데는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 사고력, 문제해결력, 문장독해력, 이런 것들도 필요하지만, 텍스트를 끝까지 읽어내는 힘도 필요하다. 아이들은 개념이 설명되어 있는 란을 읽지 않는다. 문제 풀이부터 곧장 달려간다. 그러다 모르겠으면 그제야 앞 페이지를 뒤적뒤적 거린다. 앞페이지를 뒤적이면 차라리 낫다. 별표치고 지나가는 아이들도 부지기수다. 개념을 숙지하고 텍스트를 읽고 모르겠는 부분은 별표를 치고 머리 속에 완벽히 들어갔는지 되새김질을 하고 그 뒤에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아이들의 공부 순서는 반대다. 개념 암기란 절대로 없다. 중학교 학기 동안의 수학 개념을 정리해도 A4용지 한 장 분량인데 이걸 암기를 안 한다. 영어단어는 하루에 50개 이상을 외우면서 말이다.


그래서  수학은 '암기과목'이라고 늘 외친다.  사고력의 과목이라는 것은 마케팅에 속은 거라고! 개념이 암기가 되고 반복된 문제 풀이가 축적이 되어야  문제해결력과 사고력이 춤을 추는 것이다.

 

수학은 수학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라다.  

수학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오면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 개념과 풀어야 되는 문제 정량의  법칙을 이수할 때에야  문제해결력의 잭팟이 터지는 법이다. 수학은 그런 인고의 세월을 묵묵히 견뎌야 하는 것이다.




A와 B는 감정 공감이 안 되는 것일까

감정 상태가 심히 궁금하여 잘못된 과제를 보고 자신의 감정을 적어보라고 했다. 물론 못 적는다.

감정을 나타내는 형용사를 예를 들어 보여주였다. 형용사 하나를 택하고 문장 글짓기를 시켰다.


" 제대로 안 된 숙제를 보니 마음이 답답하다"


그러면 선생님은 어떤 감정이 들 것 같냐고 질문을 하고 또 단어 찾기를 시켰다.

 

" 짜증 난,  열받은"

 

제대로 보긴 보는구나. 그럼 선생님은 왜 열받았다고 생각하냐고 질문한다.  생각이 궁금해서 계속된 질문들.


"... "


답이 없다. 못하는 것인지 안 하는 것인지. 그래서 말해준다.


"네가 바뀌기를 바라서 그런 것이야. CHANGE를 원해! "

 그럼 뭐가 바뀌기를 바라는 것 같냐고 물었다. 머리를 갸우뚱하며 동공지진이 온다. 이건 진짜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렇게 여러번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잔소리할 때 너는 강 건너 가 있었구나. 불구경했구나.  마치 내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A 너는 이것 하나만이라도  바꾸고 B 너는 저것 하나만이라도 바꿔줘.



수업 시간마다 '감정 형용사 찾기 '작업 중이다. 자신의  감정을 알고, 타인의 감정은 어떠할까 생각해 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달라졌냐고?  쪼오.... 끔 달라졌다. 언제 다시 되돌아갈지 알 수 없지만,  질풍노도의 시기, 아직 뇌가 성장 중인 청소년에 대한 나의 작은 예의다.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민한다. 어쩌면 나를 위한 선택은 훨씬 쉬울 수도 있다.  타인에 대한 선택은 훨씬 어려운 길이다. 특히, 그것이 십 대의 수학을 위한 선택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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