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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두리e Nov 22. 2023

통장 잔고의 불안

자유와 불안

핸드폰의 위쪽 화면을 손으로 슬쩍 가린다.


의도적으로 '흐림'처리를 하며 시야를 흐릿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실패로 끝나면 통장 잔고의 숫자가 눈에 들어와 버린다. 그래서 송금을 하거나 거래내역 조회를 하기 위해 인터넷 뱅킹을 화면에 띄우면 애써 손으로 가린다. 통장 잔고를 확인하지 않기 위해서다.

예전, 종이 통장을 사용할 때도 거래내역을 모아두었다가 한꺼번에 ATM 기계에서 확인했듯이 통장 잔고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있다.



내 직업은 프리랜서다.


"프리랜서는 특정 기업, 단체, 조직 등에 전담하지 않고 자신의 기술과 능력을 이용해 사회적으로 독립적인 개인 사업자를 말한다.[위키백과]"


공부방, 혹은 개인 과외의 형태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아주 큰 수익은 아니더라도 적당한 수입 아래 직장인보다는 조금은 자유로운 형태의  삶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자유가 늘 좋은 것은 아니다. 금전적인 불안함이다.


프리랜서는 시장에서 나름의 가치를 인증해야 한다.  사교육이라는 시장 안에서  경쟁력 있는 나만의 가치 창출이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그것은 아이들의 성적 향상이 뒤따라 와주어야 한다. 초반에는  광고를 하였지만 점차 수업을 받은 학생들, 또는 학부모의 소개로 20년 넘게 운영을 해 왔다. 학생들이 많을 때는 일주일의 스케줄이 꽉 찰 때도 있었다. 고등부가 많은 경우는 토, 일요일 주말 수업이 아침부터 밤까지 빽빽하며 일주일 내도록 하루도 쉬지 않는 워커홀릭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매 순간이 그런 것은 아니다. 비수기도 있다는 것이다.


들어온 학생은 표가 나지 않지만 나간 학생의 빈자리는 꽤나 오래간다. 다음 학생이 언제 들어올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도 있지만 수입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에 대한 공백도 있다.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아주 크다.


재정지출에 대한 계획도 한 달이 아니라 조금 더 긴 플랜으로 잡아야 하지만 그것 또한 만만치 않다. 올라갔던 소비 규모를 급하게 줄이지만 이 재정적 불안함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걱정하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다.


그래서, 통장 잔고의 확인을 종종 회피했다. 확인의 순간을 뒤로 미루면서 어떻게 되겠지 하는 잠시의 안도를 누리고 고통의 순간을  될 수 있는 한 늦게 직면하고자 했다. 마치 '초콜릿 신드롬'처럼 말이다. 비싼 초콜릿이 주는 흥분 중 하나는 깨물어 먹는 것에 대한 기대다. 하지만 초콜릿 몇 개를 먹고 나면 기쁨의 반대가 되는 감정, 즉 고통과 역겨움을 경험한다. 통장 잔고를 회피하고 생각하지 않으려 하지만 그 뒤에 오는 두려움과  걱정을 안다.


어쨌거나 프리랜서의 삶이란 늘 통장 잔고의 불안과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때로는 불안이 주는 이익도 있다. 한 아이의 빈자리는 남아있는 다른 아이들에게 더욱 열중하고 조금은 나태해졌던 마음을 다시 부여잡고 에너지를 모으며 함께 성장을 도모할 방법을 모색한다.


자유와 불안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자유로워 보이는 프리랜서의 삶이 늘 평화롭지는 않다. 물 아래에서는 열심히 다리를 흔들며 아둥바둥하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만 관찰하면 보이게 마련이다. 때로는 불안을 느끼지 않기 위해 학생이 들어오는 대로  받아버리게 되고  자유시간이 저당잡히며 삶의 워라벨이 깨어질 때도 있다.  


자유와 불안의 양면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도 있다. 불안도 때로는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고 더불어 한곳에 머물러 있는 삶이 아니라  발전의 길을 모색할 수 있으며,  때로는 시간의 자유를 통해 삶의 이벤트를 도모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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