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 소명, calling
어제 오십이 됐다.
공자는 논어에서 오십이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하늘의 뜻을 아는 것 같지는 않은데……
7년전에 돌아가신 은사님은 의사는 직업이 아니라 소명(召命)이라고 하셨다. 내가 이 말을 듣고 나서 조금 어리둥절 했던 것은 막연하게나마 교수님이 무신론자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명은 영어로 콜링(calling)이고, 신의 부르심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당신은 카톨릭 신자이셨고, 그렇다면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닐 것 같다.
오늘 보니 지천명과 소명의 ‘명’의 한자가 같다. 동양과 서양의 지혜를 합치고 그위에 내 현재 상황을 더하면 ‘명’이란 결국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job)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도 신의 부름을 듣지는 못했고 그건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신은 감히 내가 상상할 수 조차 없는 방식으로 삶을 만들어가신다. 내가 오십이 돼서 깨달은 건 이것이다. 부름은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
구하라, 찾으라, 그리고 두드리라.
성경구절을 쓰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누군가 밖에서 부르는 것이 아니구나. 내 안에서 울리는 부름을 찾는 것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