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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정복고의 시대 (1660~1700)

아이작 뉴턴과 존 드라이든

by 최용훈

1. 시대적 배경


청교도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올리버 크롬웰이 사망하자 청교도 공화국의 힘은 급속히 쇠락하였고, 왕당파들에 의해 왕정이 복고되었다. 파리에 망명을 가 있던 왕자가 돌아와 찰스 2세로 왕위에 오른다. 이 시기에 영국은 정치적 격변에 더해 두 가지 큰 사건을 겪게 된다. 14세기 유럽을 뒤흔들고 유럽 인구의 30%에 달하는 2,500만 명의 사망자를 내었던 흑사병이 다시 영국을 휩쓸었고(1665) 런던 인구의 20%에 달하는 10만 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두 해 뒤에는 주로 목조 건물로 이루어져 있던 런던에 대 화제(1667)가 발생해 도시의 3분의 2가 파괴되고 말았던 것이다.

청교도혁명과 왕정복고의 정치적 혼란과 재해로 고통을 받던 영국인들은 정치적, 종교적 광란에서 벗어나 이성과 절제의 미덕을 갈구하였다. 하지만 루이 14세 하의 화려한 파리를 경험했던 찰스 2세의 궁전은 사치와 쾌락에 빠져있었다. 왕은 청교도 시대에 폐쇄되었던 연극을 다시 시작하고 런던에는 프랑스식 창문으로 장식된 새로운 극장들이 건설되었다. 그리고 왕의 후궁들을 여배우로 무대에 서게 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영국 최초로 연극 무대에 여배우가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찰스 2세는 왕위에 오르자 약속과는 달리 혁명을 일으킨 청교도를 박해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반대파의 지도자를 처형하거나 시민의 자유권을 빼앗는 강권정치를 감행하였다. 그러자 영국 의회는 찰스 2세의 구교 부흥을 막기 위해 영국 국교도 이외의 사람을 공직으로부터 추방하기로 결정한 심사율(1673)과 왕의 독재에 대항하여 인신 보호율(1679)을 통과시킨다. 이 법률에서 국왕에 의한 불법 체포와 재판을 금하고, 불법으로 체포된 국민은 정식 재판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는 등 인권을 강화하였다.

찰스 2세의 동생인 제임스 2세도 즉위 이후 전제적 왕권을 강화하고 구교의 부흥에 열을 올렸다. 그의 공포정치는 국민들의 반감을 사게 되고 결국 의회는 왕의 폐위를 결정한다. 1668년 의회의 결정으로 제임스 2세의 장녀인 메리와 그녀의 남편인 네덜란드 총독 윌리엄이 공동 통치의 형태로 영국의 왕이 된다. 이로서 무혈의 혁명이 완성되는데 이를 ‘명예혁명’(Glorious Revolution)이라 부른다. 이후 영국은 ‘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 (The king rules but never governs.)라는 입헌군주제의 길로 들어서게 되고 영국 의회 민주정치의 초석이 놓이게 된다.


이 시대의 사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근대 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2~1727)이었다. 그가 발견한 관성의 법칙, 운동의 법칙, 작용-반작용과 만유인력의 법칙들은 자연 속에 담긴 보편적 법칙과 질서에 대한 생각들을 탄생시켰고 ‘신의 섭리에 대한 합리적 믿음’이라는 명제를 제시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이후 신고전주의로의 이전에 큰 계기를 마련하고 있었다. 즉 그리스, 로마 예술의 기본원칙인 질서와 균형, 규범과 법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문학은 건전한 상식에 입각한 것이어야 했고, 그리스-로마의 전범에 따른 예술 양식이 강조되었다.


2. 존 드라이든 (John Dryden)


왕정복고 시대의 대표적인 작가로는 당시의 정치적, 시사적 문제들을 다룬 행사시(occasional poems)를 썼던 존 드라이든(John Dryden, 1631~1700)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드라이든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빗댄 정치 풍자시 ‘압살롬과 아히도벨’(Absalom and Achitophel, 1681)이라는 정치 풍자시와 동시대 작가인 셰드웰(Shadwell)을 조롱하는 맥 플렉노(Mac Flecknoe, 1682)와 같은 풍자시, 고대 그리스-로마의 고전극에서 셰익스피어 극에 이르는 연극들을 분석한 ‘극시에 대한 에세이’(An Essay of Dramatic Poesy, 1688)와 같은 극시론을 쓰기도 하였다. 또 다른 작가로는 왕당파로서 극단적인 청교도적 열정을 비판했던 사무엘 버틀러(Samuel Butler, 1612~1680)가 있는데 그의 시 휴디브라스(Hudibras)는 벌레스크(burlesque, 과거의 진지한 작품들을 패러디하거나 그 주제들을 우스꽝스럽게 다루는 문학, 혹은 연극)의 형식을 빌려 종교적 광신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다음은 사랑은 고통마저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존 드라이든의 시 한 구절이다.


아, 사랑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아, 젊음의 욕망은 얼마나 즐거운가!
사랑의 불길에 처음 다가설 때
우린 얼마나 즐겁고도 고통스러운가!
사랑의 고통은
그 어떤 쾌락보다도 달콤한 것.

연인들의 한숨은
달콤한 숨결:
그들의 눈물만으로도
흐르는 향유처럼 고통을 치유하나니:
연인들은, 숨이 멎는다 해도
평안한 죽음을 맞으리. (15)


3. 풍습 희극 (Comedy of Manners)


왕정복고 시대의 대표적인 희곡 형식은 풍습 희극(Comedy of Manners)인데 프랑스와 왕정복고 시대의 영국에서 유행되었다. 매력적이지만 허술한 사람들, 사회적 격식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인물들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그려낸다. 특히 당대의 상류층과 귀족들의 사치스럽고 음란한 삶과 젊은 세대들의 연애관 등을 위트 있는 대사로 풍자한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바보스러운 시골 아낙과 그녀의 바람둥이 남편 사이의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는 ‘시골 아낙’(The Country Wife, 1675)을 쓴 윌리엄 위철리(William Wycherley, 1641~1715), 유산을 얻으려는 젊은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세상 돌아가는 법’(The Way of the World, 1700)의 작가 윌리엄 콩그리브(William Congreve, 1670~1729)를 들 수 있다.


왕정복고 시대는 18세기 전반의 신고전주의 시대로 이어진다. 신고전주의는 그리스-로마의 전범을 따르려는 르네상스 이후의 경향이 17-18세기의 방식으로 재정립된 것을 의미한다. 이런 신고전주의의 원칙 중에 데코럼(Decorum)이라는 것이 있다. 영어로는 ‘appropriateness,’ 즉 ‘적정성’이란 뜻이다. 문학의 장르는 본연의 특성에 맞추어 고유의 적정한 특성을 지녀야 한다. 시는 시다워야 하고 희곡은 희곡다워야 하며, 소설은 소설다워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그 본연의 특징이 혼재되거나 혼돈된다면 ’데코럼‘의 원리를 위반하는 것이 된다. 이것은 왕정복고 시대 사람들이 목도하는 인간적 이중성에도 적용된다. 노인은 노인, 귀족은 귀족, 젊은이는 젊은이다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위선과 일탈로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지 못한 채 배회하는 인간상, 풍습 희극은 그러한 세태에 대한 풍자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여성을 쫓아다니는 노인, 자만심과 권위의식으로 가득 찬 채, 허영과 쾌락에 빠져 사회적 책무를 도외시하는 귀족들, 젊은이다운 이상과 순수함을 잃고 돈에 대한 환상을 쫓는 연인들, 그 모두가 인간으로서의 적정성을 잃은 모습으로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의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데코럼’을 지키고 살아가는 것일까? 정치인들은 국민의 삶보다 자신들의 정략적 이해만을 쫓고, 기업인들은 돈 버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가르치는 사람들조차 본인들의 교육에 대한 본분을 망각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이제 우리는 우리의 주변을 돌아보고, 삶에 대한, 시대에 대한, 타인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데코럼’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English Texts:


Ah, how sweet it is to love

by John Dryden


Ah, how sweet it is to love!

Ah, how gay is young Desire!

And what pleasing pains we prove

When we first approach Love's fire!

Pains of love be sweeter far

Than all other pleasures are.

Sighs which are from lovers blown

Do but gently heave the heart:

Ev'n the tears they shed alone

Cure, like trickling balm, their smart:

Lovers, when they lose their breath,

Bleed away in easy death.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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