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신고전주의 (1700~1744)
중산층의 대두, 데코럼
1. 시대적 배경
이 시기는 출판 산업의 발달로 인해 그럽 스트리트(Grub Street)라 불리는 전업 작가 군이 형성되고 ‘태틀러’(The Tatler), ‘스펙테이터’(The Spectator) 등의 잡지가 발행되기도 했으며, 작가들의 모임 장소가 된 커피하우스 문화가 발달하던 때였다. 특히 상업의 발달로 인해 강력한 중산층이 형성됨으로써 그들의 감성과 요구에 부응하는 감상주의 문학이 성행하던 시기이기도 하였다.
신고전주의는 그러한 중산층의 상업주의적이고 감상적인 기호에 영합하는 문학적 경향에 반발하였다. 이 시대의 대표 작가인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 1688-1744)는 ‘비평에 관한 에세이’(An Essay on Criticism, 1711)라는 제목의 시에서 문학적 상업주의에 빠져있던 당대의 작가와 비평가들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에세이’(An Essay on Man, 1733)에서는 신이 창조한 자연의 질서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데 인간은 신의 의지를 알지 못하기에 자신들이 놓인 ‘존재의 거대한 사슬’(The Great Chain of Being)---신이 만든 정연한 위계와 질서--- 속에서 늘 불만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한 인간은 ‘옳은 것은 무엇이든’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의사(擬似) 영웅시’라는 문학적 형식 속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의사 영웅시’란 사소한 일을 마치 영웅시에서처럼 과장되게 표현하는데, 삶의 진지함이 사소한 일들에 의해 훼손되는 인간 상황에 대한 풍자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는 한 귀족 청년이 잠든 여인의 머리카락을 잘라내어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 ‘머리카락 강탈’(The Rape of the Lock, 1712)이라는 작품을 썼는데, 당대에 발표된 가장 뛰어난 의사 영웅시로 평가받고 있다.
상업의 발달에 따른 중산층의 대두는 대단히 큰 역사적 중요성을 지닌다. 사실 고대 이래의 사회는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그 기본적인 구도를 흔든 것이 바로 상인계층의 등장이었다. 그들은 부를 축적함으로써 귀족에 못지않은 풍요롭고 화려한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득적으로 얻어진 귀족이라는 계급에는 절대로 끼어들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침내 그들은 혈연으로 이어지는 귀족 계급을 포기하고 그들만의 삶의 방식과 철학을 구상하기 시작하였다. 상인 계급으로서 그들은 ‘중상주의’와 경제학적 개념으로서의 ‘자유주의’(liberalism)를 제시하였다. 아담 스미스(Adam Smith)가 이야기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나 ‘자유방임주의’(Laissez-faire)는 결국 개인의 상행위, 시장의 자유를 강조함으로써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하려는 중산계층의 새로운 이데올로기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2. 알렉산더 포프와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
다음은 알렉산더 포프의 ‘비평에 관한 에세이’ 중에서 발췌한 글이다. 포프는 고전적 기준, 법칙, 규범 등의 중요성을 ‘자연을 따르라’는 말로 설명한다. 절대적 진리와 판단의 기준, 지혜에 대한 그의 주장은 당대에 만연한 감상주의와 상업주의에 대해, 예술적, 학문적 원리와 순수성을 지키려 했던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상황의 논리로 설명되고, 원칙에 맞지 않는 행동을 어쩔 수 없는 상황, 시대의 흐름에 기대어 정당화하려는 오늘의 현대인에게도 의미를 갖는 가르침이 될 것으로 믿는다.
먼저 자연을 따르라. 그리고 언제나 한결같은
자연의 공정한 기준으로 판단의 틀을 만들라:
여전히 신성하게 빛나는 무오류의 자연,
단 하나 명료하고, 변함없으며 보편적인 빛.
.......
보잘것없는 학식은 위험한 것;
지혜의 샘은 맛만 보지 말고 충분히 마시라.
마시다 말면 머리를 취하게 할 뿐,
많이 마시면 다시 제정신이 들게 할지니. (16)
신고전주의 시대에 등장한 또 한 사람의 뛰어난 작가는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 1667~1745)이다. 그는 종교를 신랄하게 풍자한 ‘터무니없는 이야기’(A Tale of a Tub, 1704)를 썼지만 그에게 명성을 안겨준 것은 ‘걸리버 여행기’(Gulliver's Travels, 1726)였다. 4부로 구성된 이 소설은 걸리버라는 이름의 선상 의사가 배가 난파되어 표류 끝에 기이한 나라들을 여행하는 이야기이다. 제1부에서는 소인국 릴리퍼트(Lilliput), 2부에서는 대인국 브로브딩내그(Brobdingnag), 3부는 하늘에 떠있는 섬 라푸타(Laputa)를 여행하게 되고 4부에서는 말의 나라 후이넘(Houyhnhnm)을 여행하게 된다. 걸리버는 그 예기치 못한 여행 중에 많은 일들을 겪는다. 소인국을 통해서는 우주 속의 하찮은 존재일 뿐인 인간이 자신들만의 좁은 세계에 빠져 편협함 속에 살아가는 모습을 풍자하고 있으며, 대인국에서는 우리가 작은 것, 사소한 것으로 여기는 많은 결함들이 거인들의 모습을 통해 선명하게 보이고 있음을 암시한다. 사실 우리는 작은 결함들은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추고 있으며 심지어는 분명히 보이는 결함조차도 애써 외면하는 정신의 소인국에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 라푸타 섬에서는 학자들의 위선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터무니없는 실험들은 오늘날 과학 기술들이 얼마나 인간의 존엄성, 신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지를 풍자한다. 마지막 도착지는 후이넘이라는 이름의 말들이 지배하는 세계로 그곳에서 인간은 야후(Yahoo)라 불리며 짐승처럼 더러운 몰골로 노예 노릇을 한다. 이 마지막 여행에서 인간이라는 종족은 서로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며 탐욕과 증오에 사로잡혀 서로를 해치는 비열하고 추한 존재로 묘사된다. 이런 이유로 조너선 스위프트는 종종 극단적 인간 혐오주의자(extreme misanthrope)로 불리기도 한다.
English Texts:
From An Essay on Criticism
by Alexander Pope
First follow nature, and your judgement frame
By her just standard, which is till the same:
Unerring nature, still divinely bright,
One clear, unchanged and universal light.
..........
A little learning is a dangerous thing;
Drink deep, or taste not the Pierian spring.
There shallow draughts intoxicate the brain,
And drinking largely sobers us again.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