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성의 시대 (1744~1798)
전환의 시대, 소설의 대두
감수성의 시대(The Age of Sensibility)는 신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 넘어가는 전환기적 시기였다. 엄격한 문학적 규칙과 관습에 대한 반발,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대한 묘사, 과거에 대한 향수, 시를 통한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현이라는 낭만주의적 분위기가 생겨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는 ‘산문의 시대’라고도 불리는데 그것은 당시의 대표적인 문필가 사무엘 존슨(Samuel Johnson)의 영향이었다. 그는 18세기 가장 유명한 문학 평론가로서 급격한 사회적, 문학적 변화 속에서도 신고전주의를 주창한 사람이었다. 그의 ‘셰익스피어 서문’(The Preface to Shakespeare)은 셰익스피어 비평의 고전으로 꼽힌다. 또한 17-18세기의 대표적인 시인들의 생애를 그린 ‘시인들의 삶’(The Lives of the Poets), 그리고 시집 ‘인간 소망의 허무함’(The Vanity of Human Wishes)을 쓰기도 하였다. 한편 이 시기에 나온 소설을 고딕 소설(Gothic Novel)이라 부르는데 그것은 불합리하고, 초자연적이며, 괴기스러운 것들로 불러일으켜진 공포의 감정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시인, 토마스 그레이(Thomas Gray)는 ‘묘지파’(graveyard school)라 불리는 시인들의 집단에 속한다. ‘시골교회에서 쓴 비가’(Elegy Written in a Country Churchyard)는 삶의 어둡고, 비관적인 측면을 그려내고 있다. 다음은 그 시의 첫 연과 마지막 연이다.
만종은 사라져 가는 날의 조종을 울리고
소떼는 나직하게 울면서, 느리게 풀밭을 지나간다.
밭을 가는 사람은 지친 걸음으로 터벅터벅 집으로 가고
이 세상엔 어둠과 나만이 남는다.
.......................
자랑할 만한 가문, 화려한 권세,
그리고 그 모든 아름다움과, 그 모든 재산도,
피할 길 없는 시간은 똑같이 기다리고 있으니.
영광의 길이 이르는 곳은 무덤일 뿐이다. (17)
하루의 일과를 마친 농부, 만종과 어둠. 시의 분위기는 지친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그리고 시간에 의해 파괴될 모든 것들. 우리의 삶은 결국 잃을 것도, 가질 것도 없는 무상의 세계일 뿐. 그래서 몽테뉴는 삶의 목적은 죽음이라 했던가!
소설의 대두
출판문화의 발달과 중산계층의 확대로 독자들의 수가 급증함에 따라 소설이 급속히 발전하였다. 따라서 당시의 소설은 중산계층들의 감정과 태도를 반영하고 있었다. 현실에 뿌리를 둔 사람들의 삶을 묘사하던 이 시대의 소설들은 인간의 심리와 사건들에 대해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독자가 여성들이었으므로 여성들의 문제가 주요한 주제로 사용되었다.
이 시기 대표적인 소설가는 다니엘 디포(Daniel Defoe)였다. 전형적인 중산계층 출신인 그는 당시의 많은 정치적, 종교적 논쟁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그의 대표적 소설 ‘로빈슨 크루소’(Robinson Crusoe)는 조난을 당해 28년 간 섬에서 고립된 삶을 살다가 극적으로 구출되는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앞서 언급한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도 영향을 끼쳤으며, 이후 표류와 관련된 수많은 아류의 소설들을 양산하는 계기가 된다.
사무엘 리처드슨(Samuel Richardson)은 ‘파멜라’(Pamela), ‘클라리사’(Clarissa) 등 주로 결혼, 순결과 같은 여성의 관심사를 소재로 하였다. 특히 여성의 심리묘사에 탁월했던 그는 51세의 늦은 나이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원래 출판업자였던 리처드슨은 잡지와 저널 등 무려 500여 종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으나, 아들이 없어 출판업의 대를 잇지 못하게 되자 소설가로 전향했다고 한다. 주로 서한체의 소설(epistolary novels)을 썼던 그는 당시 헨리 필딩(Henry Fielding)과 함께 쌍벽을 이루었다. 필딩은 리처드슨과는 대조적으로 남성 주인공들의 모험담을 그린 ‘조셉 앤드루스’(Joseph Andrews), 톰 존스(Tom Jones)와 같은 소설을 발표하였다. 이런 종류의 소설들은 악한 소설(picaresque)이라 부르기도 한다.
English Texts:
Elegy Written in a Country Churchyard
by Thomas Grey
The curfew tolls the knell of parting day,
The lowing herd winds slowly o'er the lea,
The ploughman homeward plods his weary way,
And leaves the world to darkness and to me.
The boast of heraldry, the pomp of power,
And all that beauty, all that wealth e'er gave,
Awaits alike th' inevitable hour:-
The paths of glory lead but to the grave.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