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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Sep 03. 2020

당신께 드리는 말 선물 (43)

"당신은 바람을 보았나요?"

WHO HAS SEEN THE WIND?      

                   by Christina Rossetti    

Who has seen the wind?

Neither I nor you:

But when the leaves hang trembling

the wind is passing through.    

Who has seen the wind?

Neither you nor I:

But when the trees bow down their heads

The wind is passing by.


누가 바람을 보았나요?

당신도 나도 못 보았죠.

하지만 가지에 달린 나뭇잎이 떨면

바람이 지나가는 거죠.

누가 바람을 보았나요?

당신도 나도 보지 못했죠.

하지만 나무가 고개 숙이면

그건 바람이 스쳐가는 거죠.    (크리스티나 로제티 '누가 바람을 보았나요?')


  당신은 바람을 보았나요? 오늘처럼 바람이 불어대는 날이면 스쳐간 수많은 날들, 사람들,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우린 누구도 바람을 보지 못하죠. 흐르는 물은 볼 수 있어도 스치는 바람은 볼 수도 잡을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곁에는, 볼 수는 없지만 몸으로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지요. 세어볼까요? 너무도 따뜻했던 부모님의 마음, 추억 속에 고이 간직된 누군가와의 사랑, 그리움, 이별, 아픔. 살면서 느꼈던 소소한 행복들, 슬픔들, 그리고 고마웠던 많은 순간들.

그것들이  오늘 문득 내 기억 속에서 떨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삼 그 소리와 느낌을 다시 발견합니다. 롱펠로우의 시에서 처럼 "천상의 교향곡을 연주하며 나무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듣습니다. 피아노의 건반처럼 나뭇가지들이 고개 숙이는 것을 봅니다."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이 바람결에 스쳐갈 때, 지나간 우리의 삶도 아름다운 음악과 흔적들로 가득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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