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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Aug 30. 2023

작은 깃털 하나...

너 : 피천득 

너  

     피천득


눈보라 헤치며

날아와


눈 쌓이는 가지에

나래를 털고


그저 얼마동안

앉아 있다가


깃털 하나

아니 떨구고


아득한 눈 속으로

사라져 가는


You

    Pi, Chun-deuk


Flying through 

The snowstorm,


Fluttering its wings 

On a snow-covered branch,


Just sitting there

For a while,


Not lowering 

A feather,


Disappearing 

Into endless snow,

You 


피천득 교수가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자작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직 인생을 논할 나이도 지혜에도 이르지 못했지만 왜 노학자가 자신의 이 시를 좋아했는지 어렴풋이 짐작은 합니다. 폭풍우 같은 세상사 속에 한낱 새 한 마리에 불과한 나와 너의 모습. 눈 덮인 검은 가지에 잠시 앉았다가 떠나는 인생이지만, 앉은자리에 작은 티끌이라도 남기지 말았으면... 그럴 수 있는 인생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한 폭의 풍경 같은 이 시가 나의 삶이길 꿈꿔봅니다.    


https://youtube.com/shorts/Re79WqvVOyU?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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