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플랫폼 (11)

"나이 들어 아름답게 늙게 하소서!"

by 최용훈

겸손해지는 법을 배워야겠습니다. 보잘것없는 자부심으로 함부로 다른 이들의 삶을 평가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남을 비하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난 그렇지 않다고 말하지도 말아야겠습니다. 힘없는 사람의 편이었고, 어려운 사람을 배려했고, 늘 허리를 굽히려 노력했다고 애써 스스로를 위안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힘 있는 사람의 기분을 맞추고, 적은 도움을 베풀었다 만족하고, 내게 몸을 굽히지 않는 사람에게 불쾌한 곁눈질을 하면서 살아온 것을 반성해야 하겠습니다. 작고 사소한 것으로 보이는 많은 것을 무시하고 지나친 것도 나의 잘못입니다. 메아 컬파! 내 탓이었습니다. 실수와 잘못과 어리석음을 모두 남의 탓으로,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으로 책임을 돌렸던 나는 분명 모자라고, 철없는 어린아이에 불과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내가 딛고 선 땅, 숨 쉬는 공기, 먹는 음식, 해야 할 일들, 이루어야 할 목표, 보다 큰 것들을 소망하도록 자극하며 새로운 날들을 기대감으로 맞게 하는 내면 깊은 곳의 은밀한 염원,

이 모든 것들"에 감사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나의 얕은 언어를 가지고 사유할 수 있었던 지나간 긴 세월은 얼마나 기쁘고 행복했는지요! 그런데도 아직 고마움을 모르는 난 도대체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추구했던 것일까요? 육십 대의 한가운데를 지나면서도 아직 세상을. 사람을 알지 못하고, 여전히 서운하고 안타깝고 참견하고 싶은 것은 무슨 욕심일까요?


나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내 안에 숨어있는 그 많은 것들이 내 삶과 다른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힘들고, 외롭고, 아프게 했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니 모른 척했었는지도 모릅니다. "황무지를 보지 못해도, 그곳의 야생화를 알고, 바다를 보지 못해도 파도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하느님을 보지 못하고 천국을 가보지 못했어도" 우린 그를 믿고, 천국이 어떤 곳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짐짓 모른 척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교만하고, 감사조차 모른 채 무책임한 시간의 터널을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이지요.


이제 늙음을 맞이해야겠습니다. 나이 들어 더 여유롭고, 관대하고, 현명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누군가 '나이를 드는 것은 더욱 교활해지는 것'이라 했던가요? 꼭 그런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제법 나이 들어보니 알겠어요. 마음속에 작지 않은 빈터가 생긴 것을요. 몸의 눈은 흐려져도 마음의 눈은 더 멀리 볼 수 있는 것을. "명예야 명예! 난 명예를 잃었어. 나 자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나머지는 짐승에게도 있는 것!"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에서 카시오가 외치는 말입니다. 좋은 대사예요. 인간에게서 명예를 빼면 짐승과 다름없다는 말이죠. 나이 들어 지켜야 할 것은 그것이죠. 잃어버릴 무슨 대단한 명예가 있다는 말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그것, 그것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죠. 미국의 여류 시인 칼 윌슨 베이커의 시는 그래서 내게 아주 소중한 선물 같은 속삭임입니다.


나이 들어 아름답게 늙게 하소서.

아주 많은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레이스도 상아도 황금도 비단도

새 것이라야 한다는 법은 없지요.

오래된 나무에 치유의 힘이 있고,

오래된 거리가 아름다우니

나도 이처럼 나이 들어

멋지게 늙을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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