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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Sep 16. 2023

가야 할 길, 해야 할 일

너무 바쁘게 살지 마세요. 자신에게 요구되는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부모라고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늙어서 배우자만 탓하지 마세요. 사실은 인생의 대부분을 고마움도 모르는 자식들을 위해 살았을지도 모르니까요. 자식 때문에 원수 같은 배우자와 산다는 말도 하지 마세요. 어떤 이유에서든 본인이 혼자 남게 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니까. 그러니 시킨다고 다 하지 마세요. 스스로 내가 해야 할 일이 이만큼이다 정하지 마세요.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꼭 하고 싶은 만큼만 하세요. 상황을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요? 어떻게 지 좋은 일만 하고 사느냐고요? 물론이죠. 맞는 말씀입니다. 살다 보면 조금 무리하게, 싫은 일도 해야 하지요. 내 말은 습관적으로 평생을 노역에 시달리지 말란 얘기예요. 가만히 보면 나눠서 할 수도 있고 반드시 자신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자청해서 본인이나 남에게 습관이 되어버리는 수가 많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면서 늘 던지는 말이 있죠. “아이고 내 팔자야.”


얘기 나온 김에 일과 관련해서 한 마디만 더 하죠. 제발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지 마세요. 좀 듬성듬성 사세요. 우린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거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가끔 집안에 먼지가 좀 쌓이면 어때요. 한 끼쯤 굶는다고 죽나요? 우리 주변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이 넘쳐나죠. 잘 생각해서 구분하세요. 당신의 금 같은 인생을 허비할 일이 아니잖아요. 굳이 해야 할 가치가 없는 일은 과감히 잊으세요. 그저 몰랐던 것처럼 무시해 버리세요. 인생은 짧습니다. 살아보시니 어때요. 십 년이 잠깐이죠?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벌써?’라는 생각도 하지요. 그런데 우린 사소한 일에는 목숨을 걸면서도 정작 해야 할 일, 중요한 일에는 고개를 돌리는 수가 많습니다. 두려워서 그럴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소한 것에 몰두하느라, 또는 그 핑계로 미뤄두는 것이 많지요. 자신의 건강을 살피는 것, 자신의 삶을 즐겁고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것은 결코 미룰 일이 아닙니다. 그러다 곧 아무것도 못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러니 움직이세요. 행동하세요. 가장 중요한 일에 착수하세요. 그냥 문제 안 일으키고 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가끔 모험을 하고, 위험을 감수하기도 해야 하는 겁니다. 인생은 짧습니다. 진짜 중요한 일을 하세요.


내가 이렇게 사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마세요. 자신을 만족시키는 일을 하세요. 욕구를 억누르지 마세요.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입니다. 무언가를 배우세요. 이 경우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마음이죠. 당신의 마음을 늙게 내버려 두지 마세요. 나이가 들면서 육체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죠. 그러니 당신이 잘하는 일을 하세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공부하세요. 하루의 일정한 시간을 따로 떼어두세요. 영국시인의 말대로 ‘책을 읽고, 웃고, 사랑할 시간’을 따로 떼어두세요. 인생은 짧으니까요.


인생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에요. 인생은 갈 곳을 정하지 않고 떠나온 여정과 같은 것이죠. 여행을 나와서 뭐 그리 부산을 떨 필요가 있나요. 여유 있게 주변을 돌아보세요. 꽃도 보고 풀도 보고, 하늘도 올려 보고, 발아래도 내려 보세요. 그리고 자유로운 자신을 바라보세요. 가끔 한 자리에 앉아 쉬다가 툴툴 털고 다시 길을 떠나지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속에 나오는 시구에 이런 게 있어요.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 우린 여행을 떠나는 것이지요. 그런데 시 속의 화자는 '먼 길’을 가야 하는 이유를 ‘지켜야 할 약속’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죠. 여행에 무슨 약속이 있을까? 그것은 자신과의 약속은 아니었을까요? 행복하겠다는 약속, 자신을 사랑하겠다는 약속 말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세요. 고독만큼 좋은 친구는 없다고 하더군요. 가장 좋은 사람과도 너무 오래 함께 있으면 지겨워지는 거니까요. 혼자 있을 시간이 없다고요? 왜요? 하루 종일 직장에 있고, 집에 오면 식구들이고, TV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리시버 꼽고 무언가를 듣고 있다고요? 아, 그렇군요. 그런 경우도 있겠군요. 하지만 잠시 눈 감고 생각하세요. 자신의 머리와 몸을 텅 비게 하세요. 잠깐이라도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다가올 가을에는 근처 공원의 낙엽 떨어진 벤치에 앉아보세요. 푸른 하늘을 바라보세요. 가을의 내음을 깊이 느끼세요. 그리고 흰 눈이 내리면 쌓인 눈을 밟는 뽀드득 소리도 들어보세요. 그렇다고 고립되지는 마세요. 사랑하는 사람과도 많이 함께 하세요.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시간 다 낭비하지 말고요.


바쁘게 살지 마세요. 조금은 위험하고 이기적으로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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