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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짓은 하지 마세요.

by 최용훈

1. 세상에 비밀은 없습니다. 물론 죽을 때까지 마음에 품고 가는 이야기가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그 얘기를 아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가 다른 이에게 말했을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물론 당신은 결코 알 수 없을 테지요. 그러니 비밀이 새지 않을 것이라 믿지 마세요. 누군가에게 당신만 알고 있으라고 말하며 비밀을 전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요. 은밀한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은 그 말을 다른 곳에 전하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비밀을 마음에 품고 있지 못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지키고 싶은 비밀이 있으면 그냥 당신의 가슴속에만 담아두세요. 그리고 잊어버리세요.


2. 다른 사람에게는 예의 바르고, 관대하고, 배려하는 사람이 자신의 가족, 친구, 애인에게는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 웃기고 가증스러운 행동이죠. 사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은 어떤 조직에서나 결국에는 소외되기 쉽습니다. 진심으로 사람들을 대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죠. 부모보다 자식을 잘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부모는 자식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는 못하지만 자기 아들딸들이 어느 정도의 능력과 어떤 성품을 갖고 있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에게 인정받는 것이 자신을 입증하는 최고의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가족에게 사랑받는 사람, 친구에게 존경받는 사람은 어떤 조직에서나 인정받는 사람일 것입니다. 그러니 가까운 사람들에게 잘하세요. 화내지 말고, 함부로 말하지 말고, 믿음을 갖게 하세요. 그것이 먼저입니다.


3. 공짜 좋아하면 뭐가 어찌 된다고 했던가요? 물론 공짜는 달콤하죠. 노력 없이 얻는 것만큼 달콤한 것이 있겠어요? 그런데 문제는 당신이 공짜로 얻는 그만큼 다른 사람은 잃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다못해 복권도 그렇지 않나요. 일등에 당첨되어 수십억을 벌면 한 장 두 장 간절한 소원을 담아 주말마다 복권을 사는 소심하고 무기력한 가장들의 쥐꼬리 용돈을 가져가는 것이니 말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물조차 없어서 어린아이들이 몇 시간씩 물지게를 지고 물을 길어오지 않습니까? 이제 남은 건 공기뿐인 것 같은데 그것도 오염이 심해서 곧 정화하는데 많은 돈을 들여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공짜로 무언가가 생기셨다고요?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그것이 원하는 대가는 무엇일까? 누가 무엇을 잃어버린 것일까? 공짜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4. 남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지 마세요. 가치관이란 결국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 하는 것입니다. 돈인가, 명예인가? 사랑인가, 의무인가? 국가인가, 개인인가? 등등... 물론 어린아이들에게 올바른 사고와 가치관을 가르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가정과 학교에서의 교육이 그것을 담당해야 하지요. 문제는 이미 성인으로 성장해 자기 나름의 가치관을 갖춘 사람에게 인간이 어째야 하며, 사는 것이 무엇이라는 등, 되지도 않는 개똥철학을 늘어놓는 것은 참 못난 짓이란 얘깁니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은 조심하세요. 성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판단과 선택에 스스로 책임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냥 두세요. 어차피 겪어야 깨달을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도대체 당신의 가치관이 옳은 것일지 어떻게 압니까? 정말 자신 있으세요?


5. 자신을 남에게 너무 드러내지 마세요. 어차피 우리는 못난 구석이 많지요. 그걸 굳이 남에게 보일 이유가 어디 있나요. 가끔 착각하는 수가 있지요. 스스로 멋지거나 잘난 모습이라 생각해서 남에게 우쭐거리며 보이는 그것이 간혹 자신의 치부임을 깨닫지 못하는 거죠. 그리고 남들은 당신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어요. 그러니 자신을 모두 까발려 솔직함을 보이려 하지 마세요. 적당히 모르는 부분, 그래서 궁금한 부분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누가 낸 통계인지는 모르지만 심리학에서는 자신의 75% 이상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하더군요. 1/4은 감추세요. 자신을 다 드러내는 것은 솔직함도 겸손함도 아닙니다. 그냥 푼수인 겁니다.


6. 다른 사람을 시험하지 마세요. 저 사람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일까? 그가 하는 말이 모두 사실일까? 그런 것에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지요. 저만 힘드는 거예요. 믿으려면 확실히 믿으세요. 설사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있더라도 믿음을 주세요. 굳이 시험한다 해도 그 결과가 진실이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예전에 한 서생이 아름다운 기녀를 사랑했는데 도무지 마음을 주지 않더랍니다. 서생은 기녀를 찾아가 자신이 어찌하면 마음을 열어주겠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기녀가 하는 말이 백일을 빠지지 않고 한 밤에 기방 문 앞에 찾아와 새벽녘까지 사랑을 고백하라 했답니다. 실제로 서생은 아흔아홉 밤을 빠지지 않고 그녀 방 창가를 찾아가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죠. 그에 감복한 기녀는 마침내 백일째 되는 날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려고 아름답게 치장한 채 그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그 마지막 밤 서생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사랑을 시험하려는 기녀에 대한 실망이었을까요? 아니면 그 마지막 밤 그에게 무슨 변고라도 생긴 것이었을까요. 어떤 경우에도 기녀의 백일은 없었어야 하는 것이죠. 기준을 정해놓고 그것을 할 수 있다면 사랑하겠다, 너를 신뢰하겠다... 그것은 정말 열받는 일입니다.


7. 이중 플레이 하지 마세요. 여기저기 다니며 이 말 저 말 상대에 따라 다른 소리를 하는 것도 제발 멈추세요. 그래 놓고 나면 부끄럽지 않던가요? 슬그머니 두 사람에게 같은 제안을 하고 누가 더 높은 값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일지 기다리지 마세요. 둘 다 놓쳐버리기 일쑤이니까요. 그게 무슨 대단한 협상력이나 되는 듯이 착각하지 마세요. 거짓말을 해도 한 사람한테만 하세요, 그래야 용서받을 기회라도 있지요. 양쪽에 다리를 걸치고 앉았다가 두 사람이 함께 일어나면 당신의 가랑이가 찢어지고 말 테니까요. 정직하게 사세요.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그런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어떻겠어요.


8. 아! 한 가지가 더 있네요. 당신은 예외일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는 아닌 척해도 ‘설마 내가?’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죠. 그런데 세상에 나만 예외일 수 있는 것은 없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걱정을 혼자 다 끌어다 모으라는 말은 아니에요. 어려움에 마주치거나 문제가 생기면, ‘나 역시 비켜갈 수 있는 것은 아니구나’라고 담담히 받아들이라는 거죠. 와 하필 내게... 다른 이들은 모두 저렇게 행복한데... 그렇게 생각하면 당신의 고통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일에도 당신이 예외일 수 없잖아요. 행운이나 기적이 남에게만 생기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그러니 낙천적으로 생각하세요. ‘비관주의는 기분에서 오고 낙관주의는 의지에서 온답니다.’ 모든 일에 용기를 갖고 맞섭시다. 그러면 오히려 극복도 더 쉬워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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