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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18. 2024

먹구름과 쇳덩이 같은 하늘

신동엽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를 덮은 쇠항아리


아침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久遠)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모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Who Said He Ever Saw the Sky?

                          Shin, Dong-yup 


Who said he ever saw the sky?

Who said he ever saw the clear sky

Without a single cloud?


What you saw was dark clouds.

You have lived your life

Thinking it to be the sky.    


What you saw was 

An iron jar.

You have lived your life

Thinking it to be the sky. 


Wipe out, men,

The clouds in your minds.

Tear up, men,

The iron jar covering your heads. 


A man who,

Every morning and night, 

Wipes out the clouds in his mind

And sees the untainted sky of eternity

Should know 

Awe and piety. 


A man who,

Every morning and night,

Tears up the iron jar above his head

And drinks the immaculate sky of infinity


Should know 

Pity and compassion. 

He's so discreet 

As to even take a step carefully,

And with all heart,


Sadly, 

Shedding tears,

Sadly

Ah, in this solemn world  


I will live. 

Who said he ever saw the sky?


Who said he ever saw the clear sky

That has no wisp of clouds. 

(Translated by Choi)


우리는 무엇을 보며 살고 있을까? 내 머리 위로 하늘이 있음을 알고는 있으나 진정 우리가 보는 것은 하늘일까? 불안과 절망의 먹구름과 편견과 불신의 쇳덩이를 이고, 그것이 하늘인양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인의 말처럼 그 구름과 쇠 항아리를 깨뜨리고 부숴버리고 싶다. 그래서 맑고 푸른 나의 하늘을 보고 싶다. 그 아래서 두려움과 경외심을 알고, 연민과 동정을 아는 깨끗하고 시원한 마음 자락을 갖고 싶다. 세상사 겁나고 슬프더라도 구름 걷히고, 쇳덩이 걷어낸 하늘 아래라면 기쁘게 노래하며 살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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